며칠 전 도서관을 가다가 힘겹게 길을 걷고 있는 한 노인을 발견했습니다. 오랜 질병을, 아니면 어떤 사고의 후유증을 앓고 있기 때문일까요? 종종 걸음을 걸어보지만 10cm가 채 안 되는 보폭 때문에 도무지 앞으로 나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의 앙상한 뒷모습은 측은하기까지 했습니다.

마치 고통스런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쳐보지만 절대로 그럴 수 없을 것 같은 노인의 삶을 보는 듯 해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여윈 어깨를 보듬으며, 삶의 한 자락 위로를 나누고 싶은 마음 간절했습니다.

하지만 스쳐 지나며 훔쳐 본 노인의 얼굴은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는 가벼운 미소마저 머금고 있었습니다.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지만 지쳐 보이지 않았습니다. 힘들어 보였지만 고통스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애절함이 깃들어 있을 법한 노인의 눈빛엔 오히려 ‘어디로 가야할지를 너무 잘 알고 있다’는 듯 한 비장함이 서려있었습니다.

얼굴 어디에서도, 나의 값싼 측은지심이 어울릴 것 같은 당황스러움이나 누추함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도서관에 앉아 생각했습니다. “얼마를 걷고서야 자신의 누추함에 관해 그렇게 당당할 수 있게 되었을까? 얼마를 넘어지고서야 곧 걸을 수 있다는 소망을 품을 수 있었을까?”

‘고수’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른 사람보다 한 수 높은 사람, 행하는 능력이 다른 사람보다 한껏 탁월한 사람들을 카리키는 말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 노인이 진정한 ‘고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애를 극복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제자리를 걷는 듯 하지만 전혀 걸을 수 없을 것 같은 삶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사람이기에, 언젠가는 반드시 자유롭게 걷게 될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나는 가수다’라는 한국 프로그램을 보며 도전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노래 꽤나 한다는 가수 7명이 나와 두번의 경합을 통해 탈락자를 정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얼마 전에 김건모라는 가수가 탈락을 해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던 프로그램입니다.

왠만큼 노래를 잘해서는 나올 수도 없고 노래를 잘한다 해도 탈락할 것이 두려워 쉽게 도전할 수도 없는 그런 프로그램… 그런데 그곳에 인순이라는 가수가 출연을 한 것입니다. 모든 것을 다 이룬 것 같아 보이는 가수, 더 오를 곳이 없어 다른 사람들에겐 ‘전설’이라 여겨지는 이 가수가 그곳에 출연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아버지'라는 노래를 불러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역시 고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를 그런 고수로 만든 것은 알량한 그의 재주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늘 도전하는 그의 마음, 작은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늘 주어진 길을 가는 그의 성실한 마음이, 한 곡의 노래로 많은 사람을 동시에 울릴 수 있는 그런 고수가 되게 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믿음의 고수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도 주어진 말씀으로 스스로를 도전하고, 또 성실하게 순종의 길을 가실 수 있는 저와 여러분 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목사

인순이 - 아버지 from Music1004 on Vim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