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철 목사 칼럼] 코스모스같은 사람

며칠 전에 코스모스가 핀 것을 보았습니다. 유난히 무덥고 뜨겁던 여름의 기억이 선명한데, 뭐 저렇게 빨리 피었나 생각해 보니 벌써 9월입니다. 내가 계절의 변화를 못 느끼며 지내는 동안 코스모스는 제 할 일 다 하고 피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마 그 때 사람들은 그것이 제일 중요한 문제였나 봅니다. 우리도 어릴 때는 먹고 입는 것이 제일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좀 잘 살게 되어서인지 그런 걸로 걱정하는 사람보다는 다른 것으로 걱정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어떻게 돈을 많이 벌까, 어떻게 성취를 할까, 목표를 이룰까, 성공을 할까, 남들이 보란 듯이 살아볼까,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삽니다. 이제 예수의 말씀을 이런 것들을 대입시켜서 새롭게 읽어야겠습니다. “너희는 무엇을 이룰까, 어떻게 돈을 벌까, 무엇이 될까 걱정하지 말라.” 그러면서 들에 핀 백합을 보라고 합니다. 뭘 이루거나 돈을 벌려고 애쓰지 않지만 솔로몬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코스모스 따위 우습게 알고 매연을 뿜어대면서 꼭 무슨 프로젝트 성사시키고, 연봉 얼마가 되고, 남들을 호령하고 기세등등하고, 한없이 바빠서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면서 남에게 건성건성 인사하는 것을 잘 나가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것은 다 솔로몬의 화려함 같은 것 아닐까요. 그런 것을 들의 백합화보다 못한 것으로 보는 예수님의 눈, 그 눈은 길가의 코스모스를 눈여겨보고 한없이 거룩하고 존경스럽게 볼 수 있는 눈입니다. 그저 자기 때니까 거기 있는 것 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이른바 잘 나가는 사람들은 한 곳에 가만히 있는 법이 없습니다. 늘 바쁘고, 교회도 잘 빠지고, 전화 한번 연결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하지만 코스모스 같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핸드폰 번호도 없이 일반 집 전화 번호 하나지만 전화를 걸면 늘 받아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마치 그곳에 핀 코스모스 같이 느껴집니다. 언제나 자기 자리에 있습니다. 인터넷도 안 쓰지만 약속 하나 어기는 법이 없습니다. 오히려 인터넷 쓰는 사람들 약속하고 수시로 이메일로 약속 변경하고 핸드폰 있으니 대충 약속하고 시간 다 되어서 핸드폰으로 다시 약속하고 그럽니다. 이런 사람들이 더 지각 잘하고 약속 잘 어깁니다. 하지만 핸드폰 없고, 컴퓨터 안 써도 약속 안 어기고 한번 정하면 움직이지 않고 지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코스모스 같은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그립습니다. 이맘 때 어디 어디 가면 꼭 거기에 있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부초처럼 늘 허덕이면서 무엇엔가 쫓기면서 사는 삶이 아니라, 항상 거기에서 자기만의 향기를 내면서 참으로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