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로스앤젤레스시가 슈퍼마켓에서 비닐봉지는 물론 종이봉투마저 사용이 금지될 전망이다. 로스앤젤레스 시의회는 슈퍼마켓에서 비닐봉지나 종이봉투를 공짜로 제공하는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장바구니 판매하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로스앤젤레스 인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와 오렌지카운티 소도시 여러 곳에서 이미 슈퍼마켓에서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는 조례가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인구 10만명 이하의 소도시에서 시행하는 정책과 1천만명이 사는 초대형 도시 로스앤젤레스의 정책은 무게감이 다르다.
더구나 로스앤젤레스 시의회가 제안한 조례는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비닐봉지에 비해 친환경적이라고 알려진 종이봉투까지 사용금지 대상에 넣었다. 종이봉투가 비닐봉지 못지않게 환경에 해롭다는 이유에서다. 종이 원료는 목재이고 제조 과정에서 전기를 많이 쓴다. 조례가 시행되면 소비자들은 슈퍼마켓에서 쇼핑하려면 장바구니를 들고 가거나 재사용이 가능한 토트백을 즉석에서 구매해야 한다.
환경보호주의자들은 즉각 환영의 뜻과 함께 이를 계기로 비닐·종이 봉투 금지를 캘리포니아주 전역으로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환경시민단체 대표 커스텐 제임스는 "이번 결정이 캘리포니아주와 미국 전역의 도시를 일깨우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에는 반대하던 슈퍼마켓 업계도 대체로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 슈퍼마켓 업계는 도시마다 관련 조례가 달라 성가시다는 이유로 비닐·종이 봉투 금지 조례를 반기지 않았지만 이제는 비닐·종이 봉투를 공짜로 제공하는데 드는 엄청난 비용을 줄일 수 있기에 환영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전역에서 비닐·종이 봉투를 금지하는 데 남은 걸림돌은 석유화학업계의 반대이다. 지난해 슈퍼마켓 비닐봉지 금지안이 캘리포니아 주의회에 상정됐지만 석유화학업계의 로비에 밀려 부결됐다.
한편 통계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시내 슈퍼마켓에서 주는 비닐봉지는 연간 23억 개에 이르며 고작 5%만 재활용된다. 연간 4억 개가 사용되는 종이봉투는 그나마 21%가 재활용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