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연합뉴스) 42년간 리비아를 철권통치한 카다피는 역시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었다. 카다피 친위부대는 지난 21일 수도 트리폴리에 진격한 반군의 전방위적인 공세를 상대로 3일째 저항을 지속하고 있다. 반군의 수도 진격으로 카다피 체제의 붕괴가 임박했다는 전망은 잠시 뒤로 미뤄둬야 하는 형국이다.
카다피가 은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바브 알-아지지야 요새에서는 반군과 카다피군 간 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은 600만㎡에 이르는 거대한 아지지야 요새에 진입을 시도했지만 카다피군의 탱크 포격에 주춤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트리폴리 시내 곳곳에 배치돼 있는 카다피군 저격수들은 반군에는 공포의 대상이다. 알-자지라는 카다피군 상당수가 트리폴리를 떠나 도주했지만 일부 매복 공격조는 저항을 지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리폴리가 아닌 일부 다른 지역에서도 카다피군의 저항은 거세게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에서는 미군 전투기가 지난 22일 카다피군의 스커드 미사일에 격추됐다고 알-자지라가 미군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여기에 반군에 체포됐던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이 22일 밤 트리폴리에서 모습을 드러내면서 카다피군의 사기도 높아지고 있다. 카다피의 후계자 후보 1순위였던 사이프는 외신기자들을 데리고 아지지야 요새 주변을 비롯해 카다피군 수중에 있는 지역들을 돌아보며 카다피군의 승리에 대한 확신을 피력했다.
그는 "여기는 우리 땅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살고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양손으로 V자를 그려 보이는 등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반군 대표기구인 과도 국가위원회(NTC)의 와히드 부르샨 위원은 "사이프가 반군에 체포됐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했다"며 "그가 어떻게 탈출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카다피 친위대의 저항이 예상보다 거센 가운데 카다피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상태다. 다만 해외로 이미 출국했을 가능성보다는 아지지야 요새나 고향 시르테에서 은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차남 사이프는 "카다피가 트리폴리에서 안전한 상태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카다피의 트리폴리 은신설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아무리 백전노장 카다피라 하더라도 전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카다피 정권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카미스 여단' 조차도 트리폴리 서부전선에서 반군에 패퇴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이미 승부의 추는 반군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것이 미국과 유럽 등 국제사회의 시각이다. 문제는 반군이 언제쯤 카다피를 생포 또는 사살하고 카다피군을 완전히 제압하느냐이다.
카다피 진영은 서방 주도의 연합군의 대규모 공습작전을 5개월 이상 막아낸 저력을 지니고 있다. 남은 전력을 다해 저항하는 카다피군을 상대로 반군의 공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