才勝德薄. 즉 재주는 뛰어나지만 덕이 많이 부족한 사람들이 있다. 본인들은 시대를 잘못 만나 꿈을 펼치지도 못하고, 남들이 자신들을 알아보지도 못한다고 푸념을 하지만, 과연 그럴까? 무릇 인간이 덕도 높고 재주도 뛰어나다면 가장 이상적인 인간형이겠지만 이 두가지 다 소유하기란 사실 쉽지가 않다.
덕이 있으되 재주가 너무 떨어지면 우둔하기 쉽고 재주는 좋지만 덕이 부족하면 교활하여 남에게 피해를 주기가 쉽다. 그래서 사람들은 재주는 좀 부족해도 덕이 있는 인간형을 차선으로 선호한다.
중국 4대 기서 중의 하나인 “삼국지연의”는 역사서인 “삼국지”에서 나오는 인물과 사건을 부각시켜 흥미를 극대화한 소설인데 여기에서 나오는 촉한의 “유비”는 선하고 덕이 있는 인물로, 위 나라의 “조조”는 부도덕하고 교활한 인물로 묘사되어 있는데 “재승덕박”의 대표적 아이콘이라 할 것이다.
중국 전국시대, 유난히도 똑똑한 젊은이가 趙나라에 있었다. 명장 “조사”의 아들 “조괄”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학문도 병법도 뛰어날뿐만 아니라 입을 벌리면 모든 이들을 감탄케 하는 달변의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 조사는 그 똑똑한 아들에게 “너는 장수감이 아니니 다른 것은 몰라도 절대로 전쟁터의 장수는 되지 말아라”라고 유언을 남기었다.
얼마 후 강대국 진(秦)나라가 조나라를 침범해 왔다. 이에 조정에서는, 병법의 천재인 조괄에게 군사를 맡기어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여론으로 인해, 조 나라 효성왕은 젊은 장수 조괄에게 대장군의 직책을 맡겨 국가의 운명을 짊어지게 하였다.
조괄의 아비 조사는 생각이 깊고 신중하며 남의 말을 경청하며 인명을 중히 여기는 자요 임금이 하사품을 내리면 고생한 부하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는 덕이 있는 인물이었다. 반면에 조괄은 아비와 정반대되는 성품을 지닌 교만한 사람이요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며, 임금이 하사한 재물은 하나도 남김없이 자신의 곳간에 채우는 욕심 많은 인물이었다. 결국 그는 ‘장평전투’에서 그의 성품대로 전쟁을 이끌어, 부하 40만과 함께 몰살 당함으로 국가를 패망으로 이끈 장수가 되고 말았다.
알렉산더 대왕은 어떠한가? 그는 페르시아 사막에서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며칠째 마실 물이 없어 고전하고 있었다. 그 때 한 병사가 투구에다 어렵게 물을 구하여 왕 앞에 바친다. 당연히 물을 구해온 병사는 칭찬과 함께 훈장을 받을 만한 일을 하였던 것이다. 알렉산더 대왕은 ‘고맙다’하고는 받은 물을 마시지 않고 땅에 쏟아 버린다. “목이 마른 것은 나만이 아니다” 하면서. 덕이 부족한 장수라면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 왕인 내가 먼저 물을 마시고 정신차려야 군대를 잘 이끌 수 있어!”
성경에도 이런 유사한 사건이 있다. 불레셋과 싸우는 다윗이 베들레헴을 바라보며 혼자말로 “베들레헴 성문 곁 우물물을 누가 나로 마시게 할꼬!” 이 말을 들은 세 사람의 용사는 적진으로 뛰어들어 물을 얻어다 다윗에게 바친다. 이에 다윗은 그 물을 땅에 쏟아 버린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떠온 피같은 물을 마실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삼하 23:15-17)
참다운 지도자라면 무엇보다 고귀한 덕을 소유한자여야 할 것이다. 아랫사람의 필요를 채워주려 애쓰고 자신의 유익을 앞세우는 자가 되어서는 지도자도 진정한 승자도 될 수가 없다. 하물며 아랫 사람을 이용하여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려는 탐관오리 같은 자에 대하여 ‘지도자론’을 거론하여 무엇하랴!
지장, 덕장 중에 최고의 장수로 인정받는 자는 덕장이라 하지않는가? 그 앞에 적수가 없다는 얘기며 그 앞에 무릎 꿇지 않는 부하가 없다는 말이다.
베드로 사도도 말씀하시길 “믿음 위에 덕을, 덕에 지식을, 지식에 …..형제우애 위에 사랑을 공급하라” 하셨다.(벧후1:5-7) 믿음 위에 쌓을 것이 있는데 그 첫번째가 덕이라는 말씀이다. 다른 이들을 쳐다 보기에 앞서 才薄德薄(재박덕박)인 내 자신이 그 말씀 앞에 부끄러울 뿐이다.(dahn195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