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교회가 전병욱 목사의 후임을 공개 모집한다는 소식에 지원자와 청빙위위원회(이하 청빙위) 추천자를 통틀어 총 106명의 후보자가 접수를 마쳤다. 청빙위는 이들 가운데 20명을 선발한 뒤 약 3개월간의 인선 작업을 거쳐 최종 후임자를 고른다는 계획이다.
청빙, 어떻게 이뤄지나
국내 대표적 대형교회의 후임자 청빙에 한국교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일교회를 비롯해 주안장로교회와 수영로교회, 호산나교회, 샘물교회, 동양선교교회, 남가주 사랑의교회 등 국내외 대형교회들이 청빙을 진행 중이거나 최근 후임자를 확정했다. 지난해 청빙을 완료한 지구촌교회와 할렐루야교회 등도 있다.
그러면 교회의 청빙절차와 진행 과정, 후임자 선정 기준 등은 어떻게 될까?
청빙은 주로 개교회별로 진행된다. 총회나 노회는 따로 청빙과 관련해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거나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행정 절차상 문제가 있었는지의 여부와 해당 목회자의 자격 등을 심사하는 데서 그친다. 이는 한국교회가 전통적으로 교회의 자치(自治)를 강조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대부분의 교회는 청빙위를 구성해 후임자 인선 작업에 나선다. 청빙위는 통상 장로와 집사, 권사, 평신도 등에서 대표를 선출해 구성되지만 교회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청빙과정에서 혹시나 생길지 모를 갈등을 대비해 당회원들만으로 조직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투명성 등을 이유로 대학·청년부를 비롯한 평신도들이 대거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청빙위가 발족되면 바로 후보자 선정에 들어간다. 청빙위는 후보자 자격 조건을 정하고 이를 공고해 지원자를 받기도 하고 내부적으로 적합한 인물을 직접 추천하기도 한다. 대부분 삼일교회처럼 지원과 추천을 함께 진행하지만 경우에 따라 지원, 혹은 추천만을 고수하기도 한다. 지난 해 김승욱 목사를 김상복 목사의 후임으로 결정한 할렐루야교회는 따로 지원자를 받지 않았고 청빙위 소속 위원들이 추천한 자들 중에서만 후임자를 선정했다.
후보자 자격 조건은 교회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개 나이는 50세 미만, 학력은 정규대학을 졸업하고 해당 교회가 소속된 교단 산하 신학대학원을 나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자로 정한다. 박사학위 소지 여부에 따로 제한을 두지 않기도 하지만 현대 교회에서 박사학위는 거의 필수사항이다. 여기에 담임목회 및 신학교 교수, 혹은 선교사 경력들이 포함된다.
후보자가 선정되면 청빙위는 이들을 대상으로 인선 작업에 들어간다. 여기에는 몇 가지 기준이 있지만 보통 설교가 크게 작용한다. 이는 목회가 세분화되고 전문화 된 대형교회일수록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청빙위 위원들은 후보자들의 설교를 직접 듣고 분석해 교회의 특성에 가장 적합한 설교를 가려낸다. 이처럼 설교가 후임 목회자 청빙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신학교 교수나 선교사들은 비록 후보자 기준에는 부합하나 최종 후임자로 낙점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과정을 거쳐 청빙위가 선택한 최종 후보자는 당회의 인준을 받은 뒤 전교인이 참여하는 공동의회에서 투표 등의 방법을 통해 교회의 후임자로 결정된다. 이후 교회는 그들이 정한 후임자를 해당 노회에 보고하는데, 결격 사유가 발견되지 않는 한 노회는 이를 인정하고 위임식을 거행한다.
▲현재 청빙 과정에 있는 삼일교회(좌)와 최근 청빙 절차를 마무리 한 수영로교회.
담임목사의 청빙 소식에 해당 교인들은 당혹감
부목사 승계도 대안이지만 ‘태생적 한계’ 약점
문제는 지원자가 아닌 청빙위 추천자가 최종 후임자 후보로 선정된 경우다. 교회의 청빙은 그 과정에 있어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최종 후보자의 이름이 당회나 공동의회 전 교회 외부로 알려지면 후보자가 시무하는 교회에서 자칫 잡음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빙 중에 있는 교회는 인선 절차가 모두 완료된 후 해당 후보자에게 이 사실을 통보하게 되는데, 최종 후보자가 지원자라면 상관없지만 추천자라면 그가 청빙에 응할지의 여부가 후임자 결정에 마지막 관건으로 남게 된다.
이 때 최종 후보자는 물론 그가 시무하는 교회의 교인들 역시 갑작스런 청빙 소식에 당황하게 된다. 목회자는 새로운 하나님의 부르심을 고민해야 하고 교인들은 다른 후임자를 물색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기 때문이다. 특히 청빙에 관계된 두 교회의 규모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게 되면 이를 바라보는 제3자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해당 목회자의 결정이 기도에서 비롯된 순수한 의도였다 할지라도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을 감수해야 한다.
실제 최근 후임자 청빙은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있었고 이들 교회가 최종 후보자로 결정한 목회자는 대부분 청빙을 의뢰한 교회보다 규모가 작은 교회에서 시무한 경우가 많았다. 한 교회 교인은 “평소 존경하고 따르던 담임목사님이 더 큰 교회로 부임한다면 그 결정에 순종할 것이지만, 상대적 박탈감 또한 클 것 같다”며 “목회의 연속성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교인들이 새로운 후임 목회자에게 적응하는 데도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는 모든 교회 구성원들간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한국교회사를 전공한 권평 박사도 “역사적으로 청빙을 둘러싸고 교회들 사이에 갈등이 꽤 있었다”며 “한때 한국교회에선 지방에 이름 있는 목회자를 서울의 큰 교회들이 서로 데려가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전임 목회자와 후임 목회자 간 관계설정도 청빙 과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전임과 후임 사이의 갈등은 한국교회 1세대 목회자들이 물러나고 2세대 목회자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생겨난 병폐였다. 일생을 바쳐 교회를 일군 목회자들 중 은퇴 후 비록 목회 일선에선 물러났으나 여전히 막강한 교회 장악력을 이용해 후임 목회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교회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청빙위 구성에서 뿐만 아니라 이후 진행 과정에서도 담임목사를 배제하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후임자를 교회 외부에서 데려오는 것이 아닌 교회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수급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대형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한 경험이 있는 한 목회자는 “사실 교회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부목사다. 목회의 최일선에서 교인들과 자주 대면했을 뿐 아니라 각종 행정 사항에 있어서도 많은 경험이 있어 교회의 구석구석들을 속속들이 꿰고 있다”며 “경험과 역량 있는 부목사가 후임자로 결정되면 목사 과잉으로 골머리를 앓는 한국교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만큼 목사들의 활동영역이 넓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부목사가 자신이 사역한 교회에서 후임자가 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예장 합동의 경우 법으로 이를 금지하고 있고, 무엇보다 이 경우에도 후임자가 전임 목회자의 영향권 아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태생적 약점을 안고 있어서다.
제도 개선보다 목회자 스스로 변해야
권평 박사는 “어떤 제도의 개선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목회자들에게 있다. 설사 작은 교회에서 큰 교회로 부임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기도와 양심에 따른 것이라면 교인들도 그 진정성을 이해할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교회의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목회자들은 쏟아지니 청빙의 과정에 있어서도 세상적 가치관과 경쟁의 원리가 작용한다. 이는 하나님의 뜻과 목회의 순수성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목회자들 스스로 자신을 돌아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