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존경하는 형님같은 목사님 한분과 통일에 대한 이견 때문에 틀어져 버린 아픔이 있다. 그분이 “정 목사와 같은 실향민들이 먼저 북한을 용서하고 팔벗고 돕지 않으면 그리스도인의 표지를 다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할 때 나는 그분에게 말했다. “형님같이 나의 살던 고향이 3.8 이남인 분은 죽었다 깨도 나의 슬픔과 고통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는 더 이상의 말을 삼갔다.
1948년 분단이 확정되고, 1950년 한국 전쟁을 겪은 이래 통일은 남북한은 물론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민족 공동체의 한이 되었다. 통일의 당위성은 이데올로기나 경제체제를 뛰어 넘는 과제인 까닭에 분단에 안주하면서 한지붕 두가족 살림을 하자고 하는 사람들은 과연 통일을 염원하는 한 민족의 이적 행위자들이 아닌가? 구순의 어머니와 고모님을 볼때마다 내 마음은 아릿해 온다. 꽃다운 처녀시절을 보낸 그 아름다운 고향을 말할때면 눈가에 적시는 안개비 같은 눈물들이 어린다. 그분들은 아마도 생전에 그토록 그리워하는 고향땅을 밟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던 차에 한국의 대통령이 통일이 도적처럼 찾아 올 수 있다는 발언 한마디에 실낱 같은 희망을 가진 가여운 분들이다. 문제는 이런 통일에 대한 충정어린 대통령의 발언에 대하여 일각에서는 비난을 봇물처럼 쏟아 내는데 있다. “통일세는 통일만세의 줄임말 인가요?, 돈 없단 말이에요 ㅠ.ㅠ, 비유를 해도 왜 도둑이냐 강도 같은게 뭐이?, 지금 통일하면 같이 망하겠지… 통일은 니 임기 끝난다면 언젠가 온다, 뭐 대북강경정책으로 우리나라가 북한을 흡수통일하는걸 말하는거 같은데 북한 상황보면 통일은 내 죽을 때까지도 요원한 것 같다, 통일 설사 온다해도 지금 오면 자알 같이 망할텐데, 통일이 도둑같이 오면 다 털리지 말을 해도 저렇게 뭐같이 말하냐 그냥 예고없이 온다고하면 되자나 도둑이 뭐냐 도둑이, 통일세 도둑질 할 것 근데 걷으면 강바닥 파는데 쓸게 뻔해서 그렇지” 등등
그러나 ‘도적처럼 찾아오는 통일’이란 이 대통령이 만든 창조적 문구도 아니고 사상도 아니다. 저들도 성경을 인용한 것임을 너무도 잘 알면서도 무조건 이 정권이 미워서 한마디 하는 것일게다. 이미 좌파 논객인 백낙청 교수나 진보 정치학 교수인 손호철씨도 발언한바 있다, 이들이 말할때는 별 댓구가 없다가 보수측에서 한마디 하니 발끈한 것이 분명하다. 저들도 통일을 반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도적같이 찾아올 통일의 징조를 너무도 많이 발견한다. 좌파가 그토록 존경하고 흠모하는 북한정권의 실상이 말이 아니다. 그렇기에 저들도 북한에 가서 살라 하면 아무도 가서 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신문이 쏟아 내는 북한의 참상은 목불인견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아니더라도 통일이 도적같이라도 찾아오면 좋겠다. 우선 통일을 무서워하면 통일은 백년하청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꿈울 꾼다, 어머니와 고모님을 모시고 사과꽃이 만발한 사리원이나 영변 약산의 진달래 길을 거니는 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