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 사이에 미국 교회의 지도자 상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두 번 있었습니다. 먼저 급히 볼일이 있어서 콜로라도스프링스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하루 만에 다녀오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그래도 몇 시간을 내서 포커스 온 더 패밀리 본부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2년 전 아이들과 함께 미국 횡단 여행을 하면서 콜로라도스프링스에 들렀지만 아이들에게 미국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제임스 답슨 박사의 포커스 온 더 패밀리 본부를 구경하는 것보다는 공군사관학교를 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서 그 앞을 지나가면서도 들러 보지는 못했습니다.

벌써 삼십 년 전 아동심리학자로서 안정된 직장 생활을 하던 답슨 박사가 무너져 가는 미국의 가정을 안타깝게 여기고 기독교적인 자녀 교육에 관한 책을 씁니다. 뜻밖에 거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접하게 되면서 직장을 그만 두고 15분짜리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곧 사역이 성장해서 수백 명의 직원을 두게 되었습니다. 수천 개의 방송국을 통해서 전 세계에 기독교 가정에 대한 교훈이 방송되면서 어떤 독지가가 콜로라도스프링스에 81에이커의 땅을 기증하게 됩니다. 엘에이에서 시작한 사역을 콜로라도로 옮기면서 그 영향력을 더욱 더 커지게 됩니다. 최근에는 끊임없이 방문하는 방문자들을 제대로 안내하기 위해서 책방과 어린이 놀이 공간이 곁들여진 웰컴쎈터를 어떤 독지가가 지어서 기증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현재 1400명의 직원이 일하면서 전 세계를 향해서 70가지가 넘는 사역을 수행하고 있으며 하루에 2만 통의 편지를 처리합니다. 그 중에서 800통의 편지에 서면이나 전화로 상담을 해 주고 약 100통의 편지는 긴급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관련 당국이나 전문 사역자들을 즉시 연결해서 대처를 합니다. 30년의 사역을 통해서 수많은 교회와 수많은 가정을 유익하게 했던 답슨 박사는 최근에 반동성애와 반낙태 구호를 걸고 미국 사회의 변혁을 위한 운동에 앞장서면서 부시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히기도 합니다.

웰컴쎈터의 한 복판에는 평생 목회자로 살았던 선친을 기념하는 작은 기념관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가정을 살리는 일에 뛰어 들면서 부모로부터 물려받았던 믿음의 유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더욱 뼈저리게 느끼면서 "사람들을 유익하게 하고 하나님께 착하고 충성된 종으로 열납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영원히 변하지 않는 최고의 가치임을 가르쳐 준 목사 아버지를 기리는 기념관이었습니다.

버지니아로 돌아온 다음날 아침 일찍 리치몬드 제이침례교회로 내려갔습니다. 45년을 목회자로 섬기면서 버지니아에서 가장 존경받는 목회자로 꼽히는 어떤 목사님께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을 꾸미는데 조언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5명의 미국 목사님들과 함께 모였습니다. 그 목사님의 목회를 통해서 신앙의 빚을 지게 된 평신도 지도자들이 함께 기금을 모아서 은퇴 후에 후진 양성을 위해서 봉사하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세우신 유일한 기관인 지역 교회를 사랑하는 그 분의 열정을 귀히 여기고 지역 교회를 살리는 좋은 목회 리더십을 키우는 혁신적이고 미래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아이디어와 전략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토론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 모금의 목표액을 알고 놀라게 되었습니다. 일단 천만 달러에서 시작해서 일억 달러를 목표로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목사님 내외와 함께 그 목사님이 프로젝트를 맡긴 5명의 이사들이 함께 둘러 앉아 현장에서 목회하고 있는 목사들로부터 현장감 있는 조언과 참신한 비전의 아이디어를 얻으려는 모임이었습니다. 3시간을 난상 토론처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말 존경받을만한 분이라는 느낌이 절로 들었습니다. 이렇게 존경받는 원로를 모시고 일억 달러의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는 충성되고 능력 있는 사역자들을 보면서 잔잔하면서도 벅찬 감동이 일었습니다.
30년에서 45년의 성역을 통해서 깊은 애정과 넓은 존경을 받으면서 지난 세월의 열매보다 더 크고 풍성한 열매를 거두려는 열정에 사로잡힌 하나님의 종들을 보면서 아득하게만 보이는 저 자신의 20년 후를 발꿈치를 들고 바라보았습니다.

/글 장세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