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아이들의 꿈은 검사나 판사, 의사와 과학자였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이건희 등을 꿈꾸며 자란다. 법원과 병원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밥과 책보다 ‘맥도날드’와 ‘스마트폰’이 더 익숙한 이들이다. 바야흐로 비즈니스의 시대요, 기업가의 전성기다.

비즈니스는 창조와 개혁, 소통과 스피드가 생명이다. 여러 모로 기독교와 닮았다. 그래서 ‘비즈니스 선교’가 현재 기독교의 새로운 선교 모델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비즈니스를 통해 역사하신다”는 사람들도 있으니 ‘대세’라 아니할 수 없다.

한국기독실업인회(CBMC)는 바로 비즈니스 선교의 핵심인 비즈니스맨들의 선교회다. 전 세계 93개국 7,500여명의 한인 회원들을 거느리고 있는 거대 조직이다. 국내에는 총 278개 지회에서 약 5,000명이 활동하고 있다. 새로운 지회들도 속속 생겨나며 지금도 성장 중이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CBMC 출신이다. 기독교 선교의 전반적 침체 속에서 이같이 ‘성장 중’인 단체가 또 있던가.

얼마 전 CBMC 중앙회 새 회장으로 취임한 박래창 장로를 서울 종로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건물 14층에 위치한 이 사무실 유리창 너머로 마천루들이 내려다 보였다. 박 장로는 늘 이곳에서 하나님의 계획을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을 포함한 기업인들을 세워 새롭게 열어가실 하나님 나라의 계획을, 설레는 마음으로.

비지니스맨, 가장 뛰어난 사람들

-회장에 취임한 소감이 어떠십니까.

“올해 제 나이가 73입니다. 보너스죠. 인생 후반에, 하나님께서 주신 보너스. 기쁜 마음으로 잘 써야 하지 않겠어요. 귀한 일 맡겨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CBMC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나요.

“비즈니스맨들의 선교회라는 게 가장 큰 특징이죠. 이들이 누굽니까. 시대의 최전선을 달리는 이들이에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앞으로 모든 것들은 비즈니스로 집중될 거예요. 이걸 온 몸으로 느끼면서 사는 사람들이 바로 비지니스맨, 기업가들이죠.”

-생각보다 규모가 큽니다.

“전 세계 흩어진 한인 디아스포라들이 있는데, 이들은 몇 가정만 모여도 교회를 세우곤 했습니다. 그렇게 교회를 따라 CBMC도 커진거죠. 비즈니스는 생계를 위해서도 기본이었으니까요. 앞으로도 이렇게 확장해갈 계획입니다. 지난 유럽대회에 많은 회원들이 모였는데 솔직히 조금 놀랐어요. 그렇게 열심히 참여할 줄 몰랐죠. 에너지가 넘친다랄까, 그런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힘은 있으면서도 그걸 결집시키지 못하는 것 같아요. 개교회성이 강하기 때문인데, CBMC가 그걸 보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단체를 이끄시는 것이 부담되진 않는지요.

“인간적으로 부담은 되지만 하나님의 일이니 능히 감당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전부 능력이 있고 각 분야에 전문가들이라 든든해요.”

-어떤 리더십을 추구하십니까.

“저 같이 나이든 사람이 젊은 사람들을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그들 위에 군림하지 않고, 다만 그들의 능력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맡는 것에 만족하죠. 지금까지 많은 일들을 해오면서 한 가지 깨달은 건, 무슨 일이든 조직원들을 혼자 힘으로 끌고 가려 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나보다 은사가 크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는 걸 알았어요. 앞으로도 그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을 세워주려 합니다.”

-‘비즈니스 선교’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어디든 다 갈 수 있다는 거죠. 힌두교 나라든 이슬람 나라든 어디든지요. 지금 시장경제가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즈니스에 대해선 누구나 다 호감을 가져요. 특히 개발도상국들에 있어 한국 기업가들의 인기가 정말 대단합니다. 일본과 미국 이상으로요. 일단 선교의 1차 조건인 만남이 이뤄진 것 아닙니까. 그 다음 전략은 쉽죠. 비즈니스 전문인들이 CBMC라는 이름으로 모여 바로 이런 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박수를 보낼 일 아닙니까.”

부정직·탈세? 기업을 오해했다

-기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돈입니다. 돈이라고 하면 부정적 인식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기업인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부정적 인식은 뿌리깊은 유교적 사고 때문이에요. ‘사농공상’이라고 늘 말했잖아요. 그런데 정말 잘못 알고 있는 거죠. 돈이라는 것도 기업의 궁극적 목표가 아닙니다. 기업들이 성장하려는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에요. 기업은 마치 열대 지역의 나무들처럼 끊임없이 현실을 부정하며 경쟁하죠. 열대 지역의 나무들이 햇빛을 받고 자라기 시작할 때 어느 나무가 조금이라도 옆 나무에 비해 덜 자라면 바로 죽어버립니다. 키가 큰 나무가 햇빛을 다 가리기 때문이죠. 기업도 마찬가지예요. 단지 돈 때문에 혈안이 된 기업인들은 거의 없습니다. 보다 나은 삶, 보다 나은 가치를 위해 삶을 바쳐요. 스티브 잡스가 그 대표적 인물 가운데 하나고요.”

-정직하게 기업해서 누가 기업할 수 있겠느냐는 말도 흔합니다.

“절대 그렇지 않아요. 요즘 세상에 정직함 없이 어떻게 기업합니까. 한두 번은 몰라도 그 이상 속인다는 건 불가능해요. 소비자들이 그렇게 만만치 않습니다. 가장 정직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게 바로 비즈니스의 세계죠. 기업들의 부정과 탈세는 과거 우리나라의 정치적 상황 때문이지 결코 기업 스스로가 그렇게 한 게 아닙니다. 전에는 세법자체가 그걸 정직하게 지켜선 결코 기업을 운영할 수 없게끔 돼 있었어요.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정치인이나 정부 권력자와 유착 관계를 맺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사회구조였다. 그런데 지금 어디 그렇습니까. 가장 정직하고 친환경적인 기업이 최고가 되는 시대가 바로 지금입니다.”

-지금 ‘비즈니스 선교’가 주목받는 이유가 뭘까요?

“예전에는 알렉산더와 나폴레옹, 이순신 같은 이들이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결정했죠. 지금은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세상를 바꾸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뒤흔든다는 말이 딱 맞을 같아요.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만든 이가 다름아닌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새파란 젊은이입니다. 이들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삶 전체를 바꾸고 있어요. 이게 바로 비즈니스의 매력이자 선교가 반드시 이용해야 할 세계인 거죠.”

-성경과 비즈니스, 무엇이 닮았나요?

“한때 블루오션을 다룬 책이 엄청난 인기를 끈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그 책을 읽고 너무 감명을 받아서 한 목사님께 물었어요. 과연 성경에도 이 블루오션과 같은 내용이 있느냐고. 그랬더니 성경 전체가 블루오션이라는 겁니다. 성경이 어떻습니까. 예수님의 일들은 하나같이 파격이면서 시대를 앞서 간 것들이었어요. 창조의 연속이며 발상의 전환이었죠. 기업가 정신과 너무 닮지 않았습니까. 전 개인적으로 성경을 가장 위대한 경영서적이라고 생각해요. CBMC에서도 성경적 경영, 일터 사역이라는 이름으로 성경적 마인드를 비지니스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가들 중 기독교인들이 많습니까.

“정말 많습니다. 저도 알고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회장이 되기 전엔 많은 줄 미처 몰랐거든요. 앞으로 CBMC의 사역을 두고 보세요. 엄청난 일들을 할테니까.”

-남은 2년 간의 임기 동안 무엇을 이루고 싶나요.

“세상을 살면서, 그리고 신앙생활 중에 좋은 사람과 만나 인연을 맺는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CBMC 회장으로 있는 동안 좋은 사람과 좋은 사람을 서로 소통하게 해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CBMC에 훌륭한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 분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 자체로 제겐 엄청난 영광이죠.”

박래창 장로는

1939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최고경제인과정을 수료했다. 전국장로회연합회장, 한국장로교복지재단 대표이사, 소망교회 장로를 역임했다. 현재 한일장신대학교 명예박사, 한국장로신문사장, (주)보창상사 대표이사로 있으며, 지난 3월 10일 서울 영락교회에서 열린 CBMC 제44차 정기총회를 통해 회장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