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애난데일 포플라 스트릿 초입에 위치한 낡은 주택 지하에서 심하게 훼손된 시신 한구가 발견됐다.
문제의 주택은 허름한 개인주택으로 여러해 동안 폐허처럼 닫혀있던 집이었다.
출입문과 크고 작은 안팍의 모든 창문들엔 든든한 널판지가 덧대어 있었다.
아마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하고, 모진 비바람 속에서 건물의 퇴락을 방지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주인없는 집에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 여름이면 폐가를 삼킬듯이 장대하게 둘러싸곤 한다.

변사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엘살바돌 출신 윌리엄 마르띤(32세)이다.
평소 그곳은 라티노 도시빈민들의 비밀아지트처럼 사용되었던 곳이다.
밤이면 대여섯명의 알콜중독자들이 몰래 스며들어 밤새 술추렴을 벌였고,
취기가 오르면 쓰러져 잠을 청하던 은밀한 거주지였다.

전기, 수도, 도시가스 등 모든 것이 차단된 집 내부는, 대낮에도 어두 컴컴하고 으시시하다.
지난 주말, 마르띤이 발견한 시신은 너무 끔찍하게 훼손된 모습이었다.
평소 같으면 알콜중독자 여럿이 널브러져 있을 때이지만,
아무 인기척이 없어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건물을 돌아보다가 발에 무엇인가 걸려 소스라치게 놀랐다.
조심스레 휴대폰을 열어 희미한 불빛에 비추어 보았던 물체는 온몸이 처참하게 훼손된 남자의 시신이었다.

훤칠한 키,
목 언저리까지 길게 헝클어진 장발머리,
그러나 얼굴과 온몸은 심하게 손상되어 있었다.
빈집엔 라티노 홈리스뿐만 아니라 사납고 공격적인 짐승들이 함께 둥지를 틀고 있었다.

토니가 술에 취해 비몽사몽간에 잠에 빠져들자, 대담해진 짐승들이 집단으로 공격했다.
어둠의 포식자들이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양쪽 광대뼈가 하얗게 드러나 보일 정도로 얼굴이 홰손됐다.
두 눈도 사라졌고,
손가락 여러개가 절단되었다.
신체 여러 부분이 손상된채 처참한 몰골로 유기되었던 것이다.

엽기적인 모습에 기겁을 한 마르틴의 정강이 사이로 짐승들은 도망을 쳤다.
마르틴이 토니의 주검으로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 검고 긴 머리채를 갖고 있던 것을 알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엘살바돌이 고향인 토니(26세)가 굿스푼에 오기 시작한 것이 2009년 초여름때 부터다.
구부정하게 큰 키, 길게 기른 검은 머리는 곱슬 거린채 엉겨있었다.
얼굴은 심각한 주독때문에 홍시처럼 빨갛게 달아있었다.
함께 동행한 그의 술 친구들도 행색이 똑 같았다.
술에 취해 횡설수설 하며 주린 배를 채우려고 굿스푼 선교회를 찾았던 것이다.

어지간히 거리를 띄우고 마주 섰지만,
술독에 빠졌다 나온듯한 그들에게선 말 할때마다 역한 술냄새가 코를 찌른다.
헐렁한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토니,
큼직한 운동화 위로 두툼하고 투박하게 생긴 검정 플라스틱 발찌를 차고 있었다.
이미 여러차례 페어팩스 경찰소 유치장을 전전하던 그는 보호감찰 대상자로 전자 GPS를 차고 다녔던 것이다.

매일 거리급식을 받기위해 굿스푼에 오는 토니와 주정뱅이 동료들,
예배 시간이 따분한지 한쪽 곁에 장승처럼 서서 무료해 한다.
점심 배식을 마치고나면, 뒷정리를 해준다고 떠들썩하다.
순서대로 용변을 보고 샤워를 말끔히 한 후,
기나 긴 밤에 요기할 음식을 조리하여 아지트로 향하곤 했다.

토니가 굿스푼에 마지막 다녀 간 날이 3월 5일 토요일이다.
예배가 마쳐진 후 토니에게 식사기도를 부탁했다.
잘 할지 모른다며 베시시 웃던 그가 짤막하게 기도를 마치고 급식을 받았다.
그가 굿스푼과 동료들에게 남긴 마지막 대화였다.

그날 음식을 받아든 토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던게 그의 영정 사진이 되고 말았다.

사회 부적응자,
알콜 중독자,
거주지 무단 침입자의 비극적인 죽음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자괴심이 마음을 후벼판다.

(도시빈민선교 & 중고차량기증: 703-622-2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