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1일에 일어난 지진과 해일로 인해 일본이 헤어나기 어려운 고난을 당하고 있습니다. 뒤이어 터진 원전 문제는 이것이 일본만의 재앙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재앙이 될 조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희생자를 1만 명 정도로 예상하더니, 이제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일이 점점 커지다 보니, 보는 이들의 마음도 점점 간절하고 절박해집니다. 아내가 엊그제 그럽니다. 처음에는 일본을 위해 의무감으로 기도했는데, 이제는 저절로 터져 나오고 간절해진다고 말입니다. 다들 동의할 것입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기독교 지도자들이 이 곳 저 곳에서 차마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곤 하는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거룩한 강단에서 마치 하나님이라도 된 것처럼 천황과 우상 숭배 때문에 받은 벌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성경은 우는 사람과 함께 울고 웃는 사람과 함께 웃으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분들은 어찌 이 참혹한 비극 앞에서 이토록 무신경하고 무례하게 단죄하신다는 말입니까? 아픈 마음을 그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지금 우리는 사순절을 지키고 있습니다. 기도와 금식과 말씀 묵상과 사랑의 섬김으로 십자가의 길을 연습하는 기간입니다. 일본이 당한 비극은 우리로 하여금 더욱 진실하고 진지하게 이 길을 걷도록 요청합니다. 그래서 교우 여러분에게 요청합니다.

첫째, 일본을 위해 기도하십시다. 우리 모두에게는 일본에 대한 민족적인 감정이 마음 깊이 뿌리 잡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개인적인 쓴 경험을 가지고 계시기에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이웃입니다. 그래서 어려울 수 있을 것입니다만, 그래서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님께서 명령하신 원수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담아 기도하는 것은 우리로서 일본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입니다.

둘째, 사순절 기간 동안 한 주일에 한 끼 이상 금식하십시다. 이것은 그들의 고통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기 위함입니다. 누군가가 나의 고난에 참여해 주는 것은 엄청난 힘이 됩니다. 순식간에 생명을 잃어버린 사람들과 모든 것을 잃고 두려워 떠는 이들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들로 인해 아파하실 하나님을 생각한다면, 한 주일에 한 끼 정도는 금식하며 그 고난을 함께 나눠야 합니다. 그렇게 나누는 고난은 영적인 능력이 됩니다.

셋째, 금식 헌금을 드려 구호 기금을 마련합시다. 우리 교회는 대형 재난이 생길 때마다 특별 헌금을 드려서 도왔습니다. 아이티 지진 때에도 3만 5천 달러를 감리교 구호기관인 UMCOR를 통해 지원했습니다. 우선, 부활절 때까지 기도하는 가운데 자원하여 구호 헌금을 드려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금식하며 기도하고 그 돈을 헌금으로 드리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예배 시간에 헌금으로 드려도 되고, 예배당 입구에 있는 모금함에 넣으셔도 됩니다.

주님께서는 어려움 중에 있는 사람에게 한 일이 곧 당신을 위한 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려움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가장 가까운 이웃이며 변장하고 찾아온 주님입니다. 여러분의 정성 어린 참여를 기대합니다. (2011년 3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