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성 목회자를 조명해 새로운 여성 롤모델을 제시하고자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본지는 최근 한인여성 목회자로는 최초로 미국장로교(PCUSA) 수도노회 노회장에 취임한 황예나 목사와 짧은 서면 인터뷰를 가졌다.

황 목사가 노회장으로 있는 수도노회는 6개 한인 교회를 포함, 117개 교회가 소속돼 있으며, 전체 회원 교회의 37%가 이민자 및 다민족교회로 구성돼 있는 다 문화권 노회. 미국장로교 수도노회장은 과거 베데스다교회 김응창 장로와 벨츠빌장로교회 조헌정 목사가 역임한 바 있으며 한인 여성 목회자로는 최초로 지난 해 미국장로교 수도노회 부노회장에 취임했던 황 목사가 올해 노회장 직을 승계 받았다.

현재 전국한인여선교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황 목사는 1994년 메릴랜드대(UMCP) 칼리지팍에서 예술과 영문학을 전공한 후 프린스턴신학대와 루이빌장로교신학대에서 각각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이후 2007년 6월 목사 안수를 받은 후 최근까지 위튼커뮤니티한인교회 영어권 목회자로 섬겨 왔다.

다음은 황 목사와의 일문일답이다.

-노회장으로 섬기고 있는 수도 노회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해 달라

117개 교회, 3만2천명 회원으로 워싱턴 DC와 북버지니아, 메릴랜드 일부 일대를 포함하는 노회다. 인종적으로, 문화적으로, 신학적으로 다양한 구성을 띠고 있는 수도노회는 6개의 한인 교회와 2개의 대만 교회, 9개의 아프리카 이민자 교회, 11개 소수 이민자 교회와 15개의 다문화 교회로 이뤄져 있다.

117개 회원 교회 중 37%를 포르투갈어, 인도어, 가나어, 스패니쉬, 스왈리어, 한국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교회로 구성돼 있다. 지난 20년 간 이 노회는 교회 성장을 도와왔는데, 지난 한 해에만 117개 교회 중 40개 교회가 교인 성장을 경험했다.

워싱턴 DC 의회 근처에 위치해 있는 만큼 많은 회원들이 고학력과 전문성을 띠고 있으며, 정치에 개입하고 정부의 입법안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노회장으로서 하는 일은

매 노회를 인도하고, 노회 소속 목회자 안수 예배에 참석해 예배를 인도한다. 노회 내에서 진행되는 선교와 프로그램에 대해 노회 리더십 모임에서 함께 점검하고 수정하는 역할을 감당한다. 노회에서 진행되는 모든 모임과 필요한 소스들을 제공하는 것을 돕고, 노회 소속 교회에서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강연하기도 한다. 총회에 커미셔너로 참석해 총회에서 결의된 사안과 정보를 노회에 나누는 일도 감당하고 있다.

-그 외에 하는 사역이 있나

현재 전국한인여선교회에서 회장을 맡고 있으며, 최근까지 위튼커뮤니티교회(변철 목사) 영어부 목회자로 섬겼다. 결혼과 가정 치유 관련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어, 개인이나 부부를 대상으로 한 관계 상담과 치유를 시간이 나는 대로 하고 있다.

-노회장에 선출된 계기가 있었나

위원회에 의해 추천 받아 나 조차도 놀랐다. 당시에는 목회자 안수를 받고 사역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때여서 더 그랬다. 아마도 사역위원회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으면서 했던 일들이 눈에 띄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떻게 목회의 길을 걷게 됐나

작고 어려운 이민교회를 다니다 보니 고등학생 때부터 여러모로 교회 일을 돕게 됐다. 주일 학교로 나중에는 중고등부 교사로 봉사했다. 그러던 중 목회의 길을 걸으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됐다.

기독교신앙 4대 가정으로서, 부모님께 받은 믿음과 삶 자체로 보여준 믿음이 내가 받은 큰 축복이라는 것과 이 사랑과 축복을 나누어야 한다는 확신은 늘 있었다. 그러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바닷가에서 하신 말씀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나의 양을 먹이라”는 말씀을 통해 하나님 부르심을 더 절실히 체험한 후, 그 말씀을 따라 살려면 성경을 깊이 파고 들어가는 신학을 공부해 든든한 바탕을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신대원에 신청했다. 예수님의 양떼를 먹이기 위해 제 자신이 먼저 겸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신학에 몰두했다.

▲황예나 목사의 가족.
솔직히 목사안수가 저에게는 무거운 짐이라 오랫동안 거부했다. 여자로써 안수를 받고 목회를 한다는 것이 너무 두렵고 부담스럽고 제 자신의 부족함에 눌려 안수 목회에서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끝내 하나님께서 저를 세우시더라. 나의 약함을 통해 더 영광받으실 수 있도록. 그리고 상담의 길도 열어주셔서 목회학석사(M.Div) 마치고 9년 후 다시 상담학도 공부해서 치유 목회의 길도 열어주셨다.

1.5세로서 1세와 2세의 중간에서 다리 역할, 또 한인들과 미국인들 중간에서 다리 역할, 더 나아가서 아픔으로 등돌리는 부부들이나 부모/자식들의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사회가 예전보다 소수인종과 여성에게 개방적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장 사역에서 편견이나 어려움에 부딪혀 본 적은 없나?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나?

미국 사회에도 성별로 혹은 인종으로 차별을 많이 겪지만, 미국 사회 안에 있는 한인 사회에서 겪는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솔직히 미국 장로교단은 소수 민족이나 여성에게 많은 관심과 격려를 주는 편이다.

안수 받은 후 한인교회에서만 일을 했었기 때문에 오히려 한인 교회에서 부딪힌 편견이 많았다. (지난 4년 간 섬겼던 한인교회는 제 모 교회였기 때문에 무척 사랑해 주고 많이 배려해 주셨다. 그래서 ‘한인 교회’라기 보다 ‘한인 사회’가 더 정확한 것 같다.)

예를 들면, 제가 목사라고 하면 많은 분들의 대답은 “응? 집사? 사모?”“아니요, 목사요” 그러면 “여자가? 이렇게 젊은 목사가 있어? 신학은 한 건가? 남편이 목사인가?” 등 좀 엉뚱한 대답을 듣고 한다. 별로 어려운 상황이 아니면 “감사합니다, 그러게 말이에요, 저 하나만 하면 되지 남편까지 목회하면 애들은 누가 키워요” 등등의 유머로 넘어간다.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면 더 중요하고 큰 일을 못하게 되니까 대충 넘어갈 때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아주 기분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이나 무례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나면 집에 와서 시원하게 울고, 하나님께 기도하며 푼다. 다른 목회자 친구들과 고민을 나누며 극복하기도 한다. 하나님이 저의 든든한 빽이니, 하나님이 알아주시는 것 확신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미국 교단에서 사역하면서 미주에 있는 한인교계를 바라볼 때 개선했으면 하는 점이 있나

미국에 있는 한인 교회뿐 아니라 많은 지역에 있는 교회들이 하나님의 사랑이 제한된 것처럼 사역하는 것을 종종 본다. 많은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 자비와 능력, 축복이 제한돼 있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여, 믿음 보다는 두려움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경우가 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통해 보여주신 믿음은 두려움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의 용서하시고 끝없이 받아들이시는 사랑과 죽은 자까지도 살리시는 하나님의 절대적인 능력에 의존한 절대 믿음이었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 정의와 선은 무한하며, 경계를 지을 수 없는 것이다.

많은 교회들이 성령의 변화시키는 능력에 마음 문을 열고,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발맞춰 나가는 그리스도의 몸이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후배 여성 목회자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이 길에서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 여러분 앞서 간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로부터 지혜를 얻고 그들에게 기대라. 또 여러분을 따라오는 다음 세대 목회자에게 좋은 롤모델이 되라. 여러분을 지지해 주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지내라. 왜냐하면 당신이 넘어졌을 때 누군가가 당신을 일으켜 세워줄 수 있을 테니까.

당신이 상처를 입었을 때, 그리스도가 당신을 대신하여 당한 고난을 생각하라. 포기하고 싶을 때, 당신을 격려하고 계속 이 길을 갈 수 있게 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며, 당신이 기쁠 때 함께 그 기쁨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결코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