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천사 (4)

성경에 나타나는 선한 천사들의 활동은 모두 하나님의 하시는 일과 하나님의 백성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도록 하는 일들을 중심으로 기록되어있다. 하나님의 편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전해 주는 말씀의 전달자 역할로부터 시작해서 (사도행전 7장 35절), 다니엘과 같은 믿음의 사람이 사자 굴에 던짐을 받았을 때 사자의 입을 막아 그 생명을 지켜 주는 일 (다니엘 6장 22절), 베드로가 옥에 갇혔을 때 그를 감옥에서 나오게 하던 일 (사도행전 12장 8절),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사단에게 시험을 받으 신 후 예수님을 수종들어 섬기던 일(마태복음 4장 11절) 등등, 선한 천사들이 하나님과 믿는 자들 사이에서 감당하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은 흥미진진 하기조차하다. 그러나 선한 천사들의 활동은 그 어느 것 하나도 하나님의 뜻을 떠나 그들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반면, 사단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타락한 천사들의 기록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을 훼방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파멸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사단, 마귀의 활동은 외형적으로 교활하게도 하나님의 삼위일체를 모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광의 천사를 가장하고 있다. 성부, 성자, 성령으로 나타나는 여호와 하나님의 삼위일체로서의 존재방식과는 근본적으로 그 성격을 달리 하는 것이지만, 요한계시록 12장과 13장에 걸쳐 나타나는 사단의 활동은 얼마나 공교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미혹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용으로 불리는 옛 뱀, 사단, 마귀가 성부의 흉내를 낸다. 하늘에서 쫒겨나 땅으로 내려와서 사람들을 미혹하여 하나님을 대적하게 하는 자이다. 바다에서 나오는 뿔이 열 달리고 머리가 일곱인 짐승이 성자의 흉내를 낸다. 용은 이 짐승에게 능력과 보좌와 큰 권세를 주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예수님께서 부활 승천하신 후 다시 제자들에게 나타나서 아버지께로부터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받았다고 하신 말씀을 연상하게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고, 머리 하나가 상해 죽게 되었다가 다시 살아났다고 하는데, 이것도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연상하게 하는 말이다. 이 짐승은 참람한 말로 하나님을 훼방한다고 했는데, 이것 역시 말씀되신 그리스도를 연상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성령을 흉내내는 것이 새끼 양같이 두 뿔이 있으나 용처럼 말하는 땅에서 올라온 짐승이다. 이 짐승은 앞의 짐승의 모든 권세를 물려 받아 행사 할 뿐만 아니라 그 짐승에게 생기를 주어 말하게 하고, 그 짐승에게 경배하게 만들며, 심지어는 하늘에서 불이 내려 오도록 하는 것과 같은 이적으로 사람들을 미혹하겠다고 한다. 이 짐승이 앞의 짐승이나 용을 섬기도록 만들기 위하여 사람들의 오른 손이나 이마에 표를 받게 하는 장본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마치 예수를 믿는 사람들이 성령으로 인침을 받지 않으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 갈 수 없는 것처럼, 이 짐승의 표를 받지 않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매매를 못하게 한다고 했으니, 이 세상에서 살 권리를 박탈 당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사단, 마귀의 이런 거짓 능력과 표적과 기사에 대하여 사도 바울은 데살로니가교회에 보내는 서신에서 준엄하게 경고하고 있다. 사도 바울은 사단의 이런 거짓 역사들조차도 하나님께서 진리의 사랑을 받지 않고 불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심판에 이르도록 하기 위하여 구상해 놓으신 하나의 영적 조치라고 경고한다 (데살로니가후서 2장 9절-12절). 뿐만 아니고, 고린도 교인들에게 보내는 서신에서는 사단이 이런 거짓 이적과 표적을 행할 때, 사단도 얼마든지 자기를 광명의 천사로 가장하여 나타내 보일 뿐 아니라, 사단의 일꾼들도 자기들을 의의 일꾼으로 가장하여 사람들을 미혹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고린도후서 11 장 13절-15절).

이런 경고들은 건전하고 건강하게 바른 믿음생활을 하고자 하는 성도들에게 “현상적 기적”이나 소위 “초자연적 영적 체험”을 강조하고 추구하게 하는 신앙 행태들에 대하여 경계심을 갖게 한다. 하나님께서 지금은 기적을 행하시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기적을 수단으로 하는 사단의 미혹의 역사가 강하다고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질상 기독교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이나 부활과 같은 하나님의 기적을 믿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을 통한 영적 분별력이 없으면, 참된 기적을 모방하여 사람들을 파멸로 이끌어 들이는 사단의 유혹과 미혹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가 어렵다. 사람의 주관적인 체험에 기초해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계시로 주신 성경 말씀을 통하여, 하나님이 의도하신 바 진리가 무엇인지를 바로 알고, 참된 것을 믿어야 한다. 진리의 사랑을 받으며, 성령의 인도를 따라 바른 믿음의 푯대를 세우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뜻을 분별하여 사랑으로 선을 도모하고 의를 행하며 산다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반석 위에 세운 집과 같이 홍수가 나도 무너지는 일이 없을 것이다.

정리하면, 한 사람 기독교인으로서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만물을 배경으로 하여, 하나님, 천사들,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영적 역학 관계 속에서 산다고 하는 것과 같다. 하나님-선한 천사들-믿는 사람들이라는 영적 역학 관계 속에서 하나님과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며 사는 신앙생활이 하나님께서 인정하는 좋은 믿음생활의 영적 패라다임이다. 사단, 마귀-악한 천사들-믿지 않는 사람들 혹은 미혹을 받아 진리를 거스려 불의를 행하며 사는 사람들이라는 영적 역학 관계 속에서 자기의 욕심을 위하여 하나님과 이웃을 수단으로 삼고 사는 나름대로의 신앙생활이 하나님께서 인정하지 않는 나쁜 믿음생활의 영적 패라다임이다.

이 등식은 일견 하나님과 사단, 마귀를 동등한 위치에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사단, 마귀는 하나님을 섬기도록 지음을 받았던 피조물이었었다고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단, 마귀는 창조주이신 하나님 보다 클 수 없고, 하나님의 뜻을 거스려 끝까지 하나님을 대적 할 수 없다. 타락한 천사들, 곧, 악한 영들의 모든 역사는 하나님의 구속 계획 속에서 허용된 기능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나님의 자녀들의 구원이 완성되는 날, 사단, 마귀를 추종하던 타락한 모든 천사들과 그들의 주구 역할을 하던 거짓 선지자들과 미혹을 받아 진리의 사랑 받기를 거부하던 모든 사람들은 불못에 던지움을 받는 심판을 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요한계시록 20장 10절, 21장 8절).

다음 글: 창조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