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동안 사용해온 건물에서 마지막으로 주일예배를 드리는 날입니다. 이제 이번 주간 새벽예배와 수요예배를 드린 후, 다음 주일(1/16)부터 1년 정도는 주일예배를 비롯한 새벽예배와 수요예배를 인근에 있는 밀리안 교회(Millian Memorial UMC)에서 드리고 사무실은 East Gude Dr.에 있는 건물을 사용하게 됩니다. 제가 우리 교회에서 목회해 온 지난 21년 동안 세번 이사를 했는데 첫 번째는 지난 1995년에 선교교회와 포토맥교회가 통합하면서 포토맥교회에서 사용하던 교회건물(현 밀알선교단 건물)로 이사를 했고, 그 후 현재 사용해 온 이 건물로 이사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교회 건축기간 동안이기는 하지만 다시 임시 예배 장소와 사무실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교회 이사를 위해 짐을 싸고, 나르고 정리하느라 수고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런데 이번 이사는 전에 했던 이사와는 좀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이번 이사는 이전하는 곳에 머무를 기간을 정하고 하는 이사입니다. 건축하는 400일(이미 9일이나 지났습니다!)동안을 위해 하는 한시적인 이전입니다. 더구나 이번에는 계속 사용할 건물로 이주해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교회 건물을 건축하는 동안만 잠시 머물다가 다시 이곳으로 옮겨야 하는 이사입니다.

이렇게 그리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잠시 머물다가 다시 돌아오는 이사를 한다고 생각하니 언뜻 이건 이사를 한다기보다 마치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번 이사가 우리가 가끔 떠나는 여행에 비해 꾸려야할 짐의 분량도 많고, 보통 떠나는 여행에 비해 그 기간도 많이 길기는 하지만 어차피 여행이라는 것이 여행지나 여행의 목적에 따라, 그리고 여행하는 기간에 따라 필요한 짐의 분량은 달라지는 것이고, 여행이라는 것이 살던 곳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니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조금 오래 다녀오는 여행인 셈입니다.

그러나 이번 이사를 여행이라고 하는데는 이번 이사가 여행과 그런 외적인 유사성이 있어서만은 아닙니다. 우리가 보통 여행을 하는 목적은 매일 살아가는 일상적인 생활환경을 잠시 떠나 다른 곳에서 새로운 삶의 기쁨과 즐거움을 경험하고자 하는데 있는 것처럼, 이번 이사도 우리가 그동안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건물에서 잠시 떠나 다른 곳에서 새로운 기쁨과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여행이라고 부르고 싶은 것입니다.

물론 여행을 하려고 살던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면 집에서 살던 일상적인 생활에 비해 여러 가지로 불편한 것들이 많습니다. 잠자리부터 시작해서 생활하는데 많은 것들이 생소해서 편안하지가 못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여행을 하면 집에서 사는 것보다 더 불편하고 고생한다고 해서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하면 그것은 지혜롭지 못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행은 일상적인 삶이 주는 편안함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삶의 기쁨과 즐거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편하게 사용해 오던 건물을 얼마동안 떠나 다른 건물을 사용하면 아마도 여러 가지로 불편한 것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행을 떠나면 여러 가지 생활의 불편함이 있을지라도 그런 불편을 감수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기에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앞으로 400일 동안의 여행은 우리가 당면한 약간의 불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기쁨과 즐거움을 우리에게 줄 것입니다.

이러한 여행의 기쁨과 즐거움은 우리가 어디로 가느냐는 여행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사실 누구와 함께 가느냐는 여행 동반자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사람에 따라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조금씩 다르겠지만 저는 아무리 아름다운 자연이나 웅장한 문화 유적지로 여행을 간다 해도 그 여행을 함께 가는 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마 그 여행을 가고 싶어 하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여행을 많이 해본 것은 아니지만 ‘내가 죽기 전에 거기는 꼭 가보고 싶다’는 여행지는 별로 없습니다. 좀 무식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산이 아무리 좋아도 여전히 산은 산이고, 풍광이 아무리 빼어난 곳이라도 바다는 그저 바다며, 문화와 문명이 기이하다해도 다 사람의 흔적일 뿐이라는 생각때문입니다. 그래서 여행을 하려고 할 때 어디로 갈 것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고 대신에 누구와 함께 가느냐는 것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과 떠나는 여행은 어디로 가든지 얼마동안 가든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이번 이사가 여행으로의 설레임을 갖게 하는 것은 새로운 예배 장소에 대한 기대 때문은 아닙니다. 장소는 오히려 불편할 것입니다. 그리고 어디에서 예배를 드리던 우리가 드리는 예배가 크게 다르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함께 떠나는 이들 때문에 이번 여행의 설레임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기에 이번 여행에 대한 기대가 있고 또 여행 중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기다림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떠남 그 자체가 기쁨이며 즐거움이요, 여행 그 자체가 축복입니다. 기쁨과 축복의 400일의 여행을 여러분과 함께 하게 되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