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는 원로목사로 추대되면서 “원로목사와 담임목사 간 아름다운 동역의 모범을 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은퇴하면서 소위 ‘경제적 이익’을 취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실천해 한국교회와 사회 앞에 실제로 지도자로서의 모범을 보였다. 안팎으로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에 그는 무슨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을까.
-지구촌교회 개척 초기부터 조기 ‘무소유’ 은퇴를 생각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아니고요, 개척 7년쯤 뒤였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사람들이 쏟아져 왔어요. 분당과 수지로 성전을 늘리고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서, 교회 본질이 뭐냐는 물음이 생겼습니다. 교인들 일부도 끝없는 숫자 확장, 성장주의가 우리의 나아갈 바인지 ‘좋은 의미’의 우려를 하셨어요. 나쁘게 말하면 ‘이동원 목사 왕국을 확장하는 것 아니냐’는 거죠.
저에게는 좋은 도전이었어요. 그래서 여러 생각을 하다 두 가지를 결정했습니다. 하나는 교회가 성장하면서도 질적 성숙을 유지하는 길을 찾다 ‘셀 교회’를 하기로 했어요. 그냥 소그룹 정도가 아니라, 하나하나의 셀이 살아있고 셀 지도자들이 담임목사와 동일한 목회적 부담과 열정을 갖고 소그룹을 돌아보는 사람들이 돼야 성장주의의 위험을 극복하고 질적 성숙을 꾀할 수 있다는 결정입니다.
또 하나, 이동원 목사 개인의 왕국이 확장될 우려를 극복하려면 우선 지도자인 제가 확실히 할 필요가 있겠다 해서 두 가지를 결정했습니다. 하나는 이곳이 정말 주님의 교회라면 저 없이도 교회가 계속 잘 돼야겠고, 그러기 위해선 꼭 70세를 다 채울 필요 없이 65세에 은퇴하고 이후에는 그 시대에 걸맞는 리더가 오는 것이 좋겠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소위 ‘은퇴비’나 ‘주택’을 포기하겠다는 결정이에요.
목사가 경제적으로 더 많은 걸 누린다든지 해서 주님의 교회를 섬기는 게 아니라 저만 위해 일했다는 그런 간증을 남기고 싶진 않았습니다. 다 두고 나가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순수하게 교회를 섬겼다는 간증을 할 수 있겠다고 기도하면서 스스로 결정하고, 발표했어요. 그 약속을 지킨 거죠.”
-목사님께서 조기 은퇴를 하신 데 대해 긍정적인 시각도 많지만, 목회자 정년도 고령화 시대에 맞게 재고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은 이 때에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 하는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처럼 다른 목사님들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사실 전 이민목회를 해서 서구 문화나 사고방식에 익숙한 사람입니다. 은퇴라는 말 자체가 영어로(retirement) 바퀴를 갈아낀다는 뜻이잖아요. 미국 사람들도 보면 대부분 65세 전후로 은퇴해요. 대한민국도 그렇잖아요? 목사님들이 오래 하는 거지(웃음).
미국 사람들은 은퇴하면서 더 이상 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그 나이에 맞는 새 일을 찾아요. 70세가 돼도 어차피 그만둬야 하는데, 제 생각은 그때 새 일을 만들기엔 조금 늦을 수 있으니 조금 일찍 은퇴해서 나이에 걸맞는 일을 찾아 일찍 안정시키면 좀더 오래 일하고 그 일도 잘 굴러갈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거죠. 그러면서 교회에는 또 보이지 않게 도움을 줄 수 있어요. 교회에서 제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교회에도 부담이 될 수 있죠.”
-은퇴라는 측면보다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측면에 보다 무게를 두셨군요. 그렇다면 새 사역은 정해지셨습니까.
“이미 시작했지요. 사실 지금까지 우리 교회가 해 왔던 일들 중에 외부를 돕던 사역들을 할 것입니다. 새로 오신 담임목사님은 내부 일에만 집중하시고, 교회가 외부적으로 도왔던 일들을 맡아 발전시키려고요. 예를 들어 매년 했던 셀 컨퍼런스는 셀을 하는 다른 교회들을 돕는 사역이거든요. 그런 일들과 중보기도 사역처럼 지구촌교회를 기초로 외부를 돕던 사역들을 은퇴 후 하려고 준비해 왔어요.
그런 차원에서 한국교회 후배 리더들과 목사님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2년 전 가평에 필그림하우스를 지었죠. 아주 없던 일을 새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전엔 목회도 하면서 바쁘게 해 왔던 외부 사역들을 하려고 합니다. 이를 좀더 발전시켜서 한국교회에 도움이 되도록 연구하는 일들이죠.”
-목사님의 은퇴 후 새로운 사역을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구촌 미니스트리 네트워크(GMN)를 출범시키셨는데, 故 옥한흠 목사님이 시작하신 국제제자훈련원과 비슷한 개념인가요.
“저희는 조금 더 다양해요. 국제제자훈련원은 하나에 집중했지만, 저는 성격이 ‘한 우물 파기’보단 다양하게 새로운 사역들을 실험하길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제까지 가정 사역의 문을 연 새생활세미나나 전도폭발, 유학생운동인 코스타 등 한국교회에 처음 소개하는 사역들이 많았어요. 저는 좀 호기심이 많아서(웃음) 새로운 사역들을 잘 소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역 방향은 크게 네 가지로 잡았습니다. 리더십과 설교훈련, 기도를 중심으로 한 영성훈련과 셀 사역이죠. 이것이 GMN이 해 나갈 사역입니다. 우리가 개척한 교회, 셀을 동역하는 교회 등을 1차적으로 돕고, 그밖에 도움이 필요한 교회나 목사님들도 기꺼이 돕겠습니다.”
-원로목사와 담임목사 간의 아름다운 동역에 대한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하셨습니다. 사실 장기판에서도 훈수를 두는 사람이 더 잘 보는 법인데요.
“될 수 있으면 훈수를 안 둬야죠(웃음). 저희는 좋은 모본을 만들자는 의지가 강합니다. 진 목사님도 그걸 이미 알고 오셨습니다. 원로와 후임이 서로 경계하고 긴장하고 그러지 말고, 좋은 동역의 모본을 만들어 보자는 거죠. 일을 완전히 나누는 의미가 아니라, 원로는 원로 입장에서 후임을 돕고 후임은 원로의 도움을 기꺼이 받으며 자기 사역을 해 나가는 패턴이에요.
교인들도 그걸 원했습니다. 완전히 떠나지는 말고, 일단 3년간의 멘토링 기간을 가지게 됩니다. 3년간은 설교도 자주 합니다. 대신 행정 책임은 담임목사님이 100% 진행하고, 저는 설교에 대한 자문을 하면서 교회가 완전히 자리잡도록 할 겁니다. 3년이 지나면 더 이상 특별한 자문이 아니라면 교회에선 할 일이 없을 거라 봐요. 그때가 되면 저는 또 제 일에 바빠져 있겠죠.”
-할렐루야교회도 그랬지만, 이민 교회 목회자를 후임으로 맞으셨습니다.
“김상복 목사님(할렐루야교회 원로)과 저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둘 다 이민 목회를 했고, 워싱턴이라는 같은 지역에 있어서 친하게 지내왔습니다. 이민 교회의 애환이나 강점, 약점을 잘 알죠. 저는 원로와 후임이 문화적 코드나 목회 철학, 스타일 등이 비슷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하다보니 이렇게 됐죠. 공교롭게도 두 교회 후임 분들이 서로 친하십니다. 서로 도우면서 함께 사역하면 아름다운 일이 될 겁니다. 김 목사님도 그런 말씀 하셨는데, 그동안 우리가 이민 교회를 개척하고 목회하면서 많이 도왔으니, 이젠 거기 리더들이 한국을 도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친구들이 와서 기대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한국교회의 국제화에요. 이 두 분은 한국어와 영어가 모두 자유로운 분들이세요. 이런 분들이 많아지면 얼마든지 한국교회를 대변하고 국제화하는 일에 좋은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외국에 와서 국제적인 컨퍼런스 등을 하면 복음주의 진영에서는 조용기·김장환 목사님 등 몇몇 분에 국한돼 있었거든요.”
-추대예배에서 담임목사님께 전해주신 사역 매뉴얼이 9권이나 되던데,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간단히는 안 되고요, 지구촌교회 모든 사역과 행사들을 매뉴얼화 했습니다. 옛날 얘기인데, 청년회 시절 회지를 발간하면 회장이 바뀔 때마다 창간호였어요(웃음). 사역자가 바뀔 때마다 다 달라진다는 얘기죠. 연속성이 없습니다. 옛날 것이 없어져버리고 말아요. 행사를 하나 해도 어떻게 했는지 참조하고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평가한 다음 아이디어를 내서 새 것을 첨부해야 발전이 있습니다. 그래서 퇴임을 생각하고 3년간 만들었습니다. 진 목사님도 매뉴얼 보고 굉장히 좋아하십니다. 이 일은 한국교회 모두가 시도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은퇴 후 첫 설교에서 ‘거룩한 불만’을 말씀하셨는데요, 끝으로 목사님의 현재 ‘거룩한 불만’은 무엇입니까.
“우리 교인들에게 했던 얘기입니다. ‘지구촌교회가 333비전을 이뤘으니 다 됐다, 그러지 말고 아직 해야 될 일이 많다. 비전을 실행하는 데 있어 숫자적 목표보다는 민족을 치유하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거룩한 불만을 갖자’는 얘기였습니다.
저 자신에 대해서는, 은퇴한 사람인데 지나친 의욕으로 너무 과대한 활동을 하다 보면 오히려…. 저희 교회 협동목사 중 ‘하프타임(half-time) 운동’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 운동의 핵심은 젊은 날에 성공을 추구했다면, 하프타임 이후에는 성공보단 의미를 찾으라는 것입니다. 외적인 것보다 내적·질적인 의미를 찾으라.
제 자신에게 가진 가장 ‘거룩한 불만’은 목회하다 보니 너무 바빠서 저와 하나님 사이에 깊은 교제도 갖지 못하고 했으니, 저 자신 내면의 깊은 영역을 통해 하나님을 깊이 경험하고 만나야겠다는 게 가장 많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저를 위해 아내와 가족들이 많이 희생했는데, 의미있는 대화나 함께하는 삶을 통해 그들에게도 행복감을 주고 싶다는 게 내적인 불만입니다.
외적으로는 제 입장에서 한국교회를 도울 일이 뭔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거에요. 이제 담임목사와 다른 차원에서 조용히 섬길 수 있는 일들이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제 경험을 통해 더 깊은 리더십과 질적으로 성숙한 설교, 깊이있는 기도를 하도록 조용히, 그러나 신실하게 후배들을 도우려 합니다. 그리고 제가 가진 장점이 ‘교파를 초월한 좋은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후배들이 이러한 네트워크 아래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지구촌교회 개척 초기부터 조기 ‘무소유’ 은퇴를 생각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아니고요, 개척 7년쯤 뒤였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사람들이 쏟아져 왔어요. 분당과 수지로 성전을 늘리고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서, 교회 본질이 뭐냐는 물음이 생겼습니다. 교인들 일부도 끝없는 숫자 확장, 성장주의가 우리의 나아갈 바인지 ‘좋은 의미’의 우려를 하셨어요. 나쁘게 말하면 ‘이동원 목사 왕국을 확장하는 것 아니냐’는 거죠.
저에게는 좋은 도전이었어요. 그래서 여러 생각을 하다 두 가지를 결정했습니다. 하나는 교회가 성장하면서도 질적 성숙을 유지하는 길을 찾다 ‘셀 교회’를 하기로 했어요. 그냥 소그룹 정도가 아니라, 하나하나의 셀이 살아있고 셀 지도자들이 담임목사와 동일한 목회적 부담과 열정을 갖고 소그룹을 돌아보는 사람들이 돼야 성장주의의 위험을 극복하고 질적 성숙을 꾀할 수 있다는 결정입니다.
또 하나, 이동원 목사 개인의 왕국이 확장될 우려를 극복하려면 우선 지도자인 제가 확실히 할 필요가 있겠다 해서 두 가지를 결정했습니다. 하나는 이곳이 정말 주님의 교회라면 저 없이도 교회가 계속 잘 돼야겠고, 그러기 위해선 꼭 70세를 다 채울 필요 없이 65세에 은퇴하고 이후에는 그 시대에 걸맞는 리더가 오는 것이 좋겠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소위 ‘은퇴비’나 ‘주택’을 포기하겠다는 결정이에요.
목사가 경제적으로 더 많은 걸 누린다든지 해서 주님의 교회를 섬기는 게 아니라 저만 위해 일했다는 그런 간증을 남기고 싶진 않았습니다. 다 두고 나가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순수하게 교회를 섬겼다는 간증을 할 수 있겠다고 기도하면서 스스로 결정하고, 발표했어요. 그 약속을 지킨 거죠.”
-목사님께서 조기 은퇴를 하신 데 대해 긍정적인 시각도 많지만, 목회자 정년도 고령화 시대에 맞게 재고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은 이 때에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 하는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처럼 다른 목사님들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사실 전 이민목회를 해서 서구 문화나 사고방식에 익숙한 사람입니다. 은퇴라는 말 자체가 영어로(retirement) 바퀴를 갈아낀다는 뜻이잖아요. 미국 사람들도 보면 대부분 65세 전후로 은퇴해요. 대한민국도 그렇잖아요? 목사님들이 오래 하는 거지(웃음).
미국 사람들은 은퇴하면서 더 이상 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그 나이에 맞는 새 일을 찾아요. 70세가 돼도 어차피 그만둬야 하는데, 제 생각은 그때 새 일을 만들기엔 조금 늦을 수 있으니 조금 일찍 은퇴해서 나이에 걸맞는 일을 찾아 일찍 안정시키면 좀더 오래 일하고 그 일도 잘 굴러갈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거죠. 그러면서 교회에는 또 보이지 않게 도움을 줄 수 있어요. 교회에서 제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교회에도 부담이 될 수 있죠.”
-은퇴라는 측면보다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측면에 보다 무게를 두셨군요. 그렇다면 새 사역은 정해지셨습니까.
“이미 시작했지요. 사실 지금까지 우리 교회가 해 왔던 일들 중에 외부를 돕던 사역들을 할 것입니다. 새로 오신 담임목사님은 내부 일에만 집중하시고, 교회가 외부적으로 도왔던 일들을 맡아 발전시키려고요. 예를 들어 매년 했던 셀 컨퍼런스는 셀을 하는 다른 교회들을 돕는 사역이거든요. 그런 일들과 중보기도 사역처럼 지구촌교회를 기초로 외부를 돕던 사역들을 은퇴 후 하려고 준비해 왔어요.
그런 차원에서 한국교회 후배 리더들과 목사님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2년 전 가평에 필그림하우스를 지었죠. 아주 없던 일을 새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전엔 목회도 하면서 바쁘게 해 왔던 외부 사역들을 하려고 합니다. 이를 좀더 발전시켜서 한국교회에 도움이 되도록 연구하는 일들이죠.”
-목사님의 은퇴 후 새로운 사역을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구촌 미니스트리 네트워크(GMN)를 출범시키셨는데, 故 옥한흠 목사님이 시작하신 국제제자훈련원과 비슷한 개념인가요.
“저희는 조금 더 다양해요. 국제제자훈련원은 하나에 집중했지만, 저는 성격이 ‘한 우물 파기’보단 다양하게 새로운 사역들을 실험하길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제까지 가정 사역의 문을 연 새생활세미나나 전도폭발, 유학생운동인 코스타 등 한국교회에 처음 소개하는 사역들이 많았어요. 저는 좀 호기심이 많아서(웃음) 새로운 사역들을 잘 소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역 방향은 크게 네 가지로 잡았습니다. 리더십과 설교훈련, 기도를 중심으로 한 영성훈련과 셀 사역이죠. 이것이 GMN이 해 나갈 사역입니다. 우리가 개척한 교회, 셀을 동역하는 교회 등을 1차적으로 돕고, 그밖에 도움이 필요한 교회나 목사님들도 기꺼이 돕겠습니다.”
-원로목사와 담임목사 간의 아름다운 동역에 대한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하셨습니다. 사실 장기판에서도 훈수를 두는 사람이 더 잘 보는 법인데요.
“될 수 있으면 훈수를 안 둬야죠(웃음). 저희는 좋은 모본을 만들자는 의지가 강합니다. 진 목사님도 그걸 이미 알고 오셨습니다. 원로와 후임이 서로 경계하고 긴장하고 그러지 말고, 좋은 동역의 모본을 만들어 보자는 거죠. 일을 완전히 나누는 의미가 아니라, 원로는 원로 입장에서 후임을 돕고 후임은 원로의 도움을 기꺼이 받으며 자기 사역을 해 나가는 패턴이에요.
교인들도 그걸 원했습니다. 완전히 떠나지는 말고, 일단 3년간의 멘토링 기간을 가지게 됩니다. 3년간은 설교도 자주 합니다. 대신 행정 책임은 담임목사님이 100% 진행하고, 저는 설교에 대한 자문을 하면서 교회가 완전히 자리잡도록 할 겁니다. 3년이 지나면 더 이상 특별한 자문이 아니라면 교회에선 할 일이 없을 거라 봐요. 그때가 되면 저는 또 제 일에 바빠져 있겠죠.”
-할렐루야교회도 그랬지만, 이민 교회 목회자를 후임으로 맞으셨습니다.
“김상복 목사님(할렐루야교회 원로)과 저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둘 다 이민 목회를 했고, 워싱턴이라는 같은 지역에 있어서 친하게 지내왔습니다. 이민 교회의 애환이나 강점, 약점을 잘 알죠. 저는 원로와 후임이 문화적 코드나 목회 철학, 스타일 등이 비슷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하다보니 이렇게 됐죠. 공교롭게도 두 교회 후임 분들이 서로 친하십니다. 서로 도우면서 함께 사역하면 아름다운 일이 될 겁니다. 김 목사님도 그런 말씀 하셨는데, 그동안 우리가 이민 교회를 개척하고 목회하면서 많이 도왔으니, 이젠 거기 리더들이 한국을 도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친구들이 와서 기대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한국교회의 국제화에요. 이 두 분은 한국어와 영어가 모두 자유로운 분들이세요. 이런 분들이 많아지면 얼마든지 한국교회를 대변하고 국제화하는 일에 좋은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외국에 와서 국제적인 컨퍼런스 등을 하면 복음주의 진영에서는 조용기·김장환 목사님 등 몇몇 분에 국한돼 있었거든요.”
-추대예배에서 담임목사님께 전해주신 사역 매뉴얼이 9권이나 되던데,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간단히는 안 되고요, 지구촌교회 모든 사역과 행사들을 매뉴얼화 했습니다. 옛날 얘기인데, 청년회 시절 회지를 발간하면 회장이 바뀔 때마다 창간호였어요(웃음). 사역자가 바뀔 때마다 다 달라진다는 얘기죠. 연속성이 없습니다. 옛날 것이 없어져버리고 말아요. 행사를 하나 해도 어떻게 했는지 참조하고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평가한 다음 아이디어를 내서 새 것을 첨부해야 발전이 있습니다. 그래서 퇴임을 생각하고 3년간 만들었습니다. 진 목사님도 매뉴얼 보고 굉장히 좋아하십니다. 이 일은 한국교회 모두가 시도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은퇴 후 첫 설교에서 ‘거룩한 불만’을 말씀하셨는데요, 끝으로 목사님의 현재 ‘거룩한 불만’은 무엇입니까.
“우리 교인들에게 했던 얘기입니다. ‘지구촌교회가 333비전을 이뤘으니 다 됐다, 그러지 말고 아직 해야 될 일이 많다. 비전을 실행하는 데 있어 숫자적 목표보다는 민족을 치유하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거룩한 불만을 갖자’는 얘기였습니다.
저 자신에 대해서는, 은퇴한 사람인데 지나친 의욕으로 너무 과대한 활동을 하다 보면 오히려…. 저희 교회 협동목사 중 ‘하프타임(half-time) 운동’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 운동의 핵심은 젊은 날에 성공을 추구했다면, 하프타임 이후에는 성공보단 의미를 찾으라는 것입니다. 외적인 것보다 내적·질적인 의미를 찾으라.
제 자신에게 가진 가장 ‘거룩한 불만’은 목회하다 보니 너무 바빠서 저와 하나님 사이에 깊은 교제도 갖지 못하고 했으니, 저 자신 내면의 깊은 영역을 통해 하나님을 깊이 경험하고 만나야겠다는 게 가장 많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저를 위해 아내와 가족들이 많이 희생했는데, 의미있는 대화나 함께하는 삶을 통해 그들에게도 행복감을 주고 싶다는 게 내적인 불만입니다.
외적으로는 제 입장에서 한국교회를 도울 일이 뭔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거에요. 이제 담임목사와 다른 차원에서 조용히 섬길 수 있는 일들이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제 경험을 통해 더 깊은 리더십과 질적으로 성숙한 설교, 깊이있는 기도를 하도록 조용히, 그러나 신실하게 후배들을 도우려 합니다. 그리고 제가 가진 장점이 ‘교파를 초월한 좋은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후배들이 이러한 네트워크 아래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 2020 Christianitydaily.com All rights reserved. Do not reproduce without permi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