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을 살펴보면 거의 절반의 내용이 예수님의 임종을 시점으로 하여 전후 일주일 동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생애 전부가 귀한 것이지만, 특별히 사도 요한은 주님의 생애 중 마지막 일주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거기에 하나님의 사랑(십자가 사건)과 하나님의 계획(인간을 구원하시려는)과 하나님의 능력(부활)을 깔대기로 붓듯이 집중 조명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셨고, 제자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시키셨으며, 스스로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허리를 숙여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셨습니다. 주님의 사랑하심에는 아쉬움이 남지 않을만큼 전부를 주는 사랑이었습니다. 후회함이 없는 사랑이었습니다. 저는 주님의 이 마지막 한 주간을 묵상할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주님처럼 그렇게 불꽃을 활활 태우듯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데, 그런 사랑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실렸던 실화 한 토막을 소개합니다. 오래 전 글이지만 다시 읽어도 감동을 주는 내용입니다. 북미 지역의 한 산골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외딴 어느 산골에 존이라는 남자와 그의 아내 베티와 어린 두 자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요한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멀리 떨어진 마을에 나가 장을 보아야 하는데, 먼 길이라 일주일에 한 두 밤 정도는 꼭 마을로 나가서 자고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무서운 일이 생겼습니다. 남편이 시장을 보러 간 뒤, 아내는 빵을 굽기 위해 우선 장작부터 쪼개야 했습니다. 그녀가 뒤뜰로 나가 도끼와 큰 통나무를 하나 집어드는 순간, 통나무더미 속에서 큰 독사뱀 한 마리가 갑자기 그녀의 넓적다리를 물어버렸습니다.

그녀는 이제 자기가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그녀는 무엇을 할까 고민합니다. 절망하거나 울부짖을 것이 아니라, 우선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아이들은 살아있어야 하므로 그들이 먹을 빵을 구워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없이 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빵을 굽기 시작했습니다. 때는 뜨거운 여름이라 햇살은 따가웠습니다. 몸에 점점 힘이 빠지고 눈 앞이 흐려졌습니다. 그녀는 큰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말하기를,

“이제 곧 엄마는 아주 오래 깊은 잠을 자게 되니, 동생을 잘 돌보아 주어야 한다. 빵과 우유도 잘 먹이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최선을 다하려고 미친듯이 여러 곳을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그녀의 온 몸은 땀에 젖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그녀의 혈관에서 독이 씻겨져 나와 생명을 구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뱀에 물려 죽어가는 그 순간에 두려움에 떨면서, 한탄하고 우울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주어진 시간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긴 것이 기적을 낳았습니다. 이제 올 해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요?

“내가 너희를 사랑한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13:34)고 주님이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기범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