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한국교회에 대한 비판을 아껴왔던 원로 정진경 목사(기성 증경총회장)가 5일 “한국교회는 양적 성장의 낭만주의에 빠졌다”고 강력히 질책했다. 정 목사는 5일 서울 연지동 여전도회관에서 열린 한기총 제13대 대표회장 취임식에서 ‘오늘의 한국교회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한국교회가 현실에 안주해 생명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목사는 “오늘날 한국의 기독교는 세 가지 심상치 않은 병을 앓고 있다”며 “허상과 허세에 익숙해져 물량주의적 교세 과시를 위해 정직하지 못한 통계 수치를 내는 등 성실함과 정직을 상실했고, 교회가 현재의 막강한 세력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비판대상이 되어 그 영향력이 약화됐으며, 양적 성장에 대한 성취감에 안주하려는 감상주의와 낭만주의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정 목사는 이어 “완성된 교회, 배부른 교회는 생명력이 없다. 목표를 향해 살아 움직이는 교회가 돼야 한다”며 “로마의 기독교가 국교로 선포된 이후에 박해는 없어졌지만 오히려 전에 없던 파벌주의와 다툼이 생겼다”고 한국교회의 안일함을 우려했다. 또 정 목사는 “종교의 자유가 주어지고, 웅장한 성전을 짓고 난 이후, 교권을 휘두르게 되는 모습을 역사에서 살펴보게 된다”며 “한국교회도 공산주의 박해, 일제의 압제가 있을 때 오히려 생명력이 넘쳤다”고 회개를 촉구했다.

끝으로 정 목사는 “1백년 전 부흥운동이 한국교회 성장의 토대를 놓았듯이 평양대부흥 1백주년을 맞아 교회가 겸허하게 자신을 돌아보며 이런 약점들을 개선해야만 기독교는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바울 사도의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는 고백을 늘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