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옥한흠 목사님의 장례가 있었습니다. 한국 교회에서 교파와 신학의 벽을 넘어 존경 받는 어른이셨습니다. 장례는 가히 한국교회 장이라고 불릴 만큼 수많은 성도들의 애도와 한국 교회 지도자들의 존경을 담아 이루어 졌습니다. 하관예배에서 우리 교회에서 함께 생활하던 고인의 차남 옥승훈 형제의 인사가 있었습니다. 참석한 수많은 조객들을 당황케 하는 인사를 했습니다. 성도들을 사랑하고 한국교회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신 옥 목사님이셨지만 그 아내 되시는 사모님과 자녀들이 겪었던 아픔을 그대로 털어 놓은 것입니다.

참석한 조객들에게 당부하는 말도 있었습니다. 목사님과 선교사님들이 아내 사랑하고 자녀 사랑하는 법을 배우시라고 당부했습니다. 신학서적 수십 권 읽는 동안에 자녀를 앉혀 놓고 동화책 한 권 읽어 주시라고 부탁했습니다.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 관을 가운데 두고 마지막 가족사진을 찍는 순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도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목사의 아들로 한국 교회가 아직도 왜소하고 약할 때부터 큰 부흥이 일 때까지 그 중심에서 지켜봤습니다. 주변에 수많은 목사님들의 가정 속 깊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 주변에서 또한 동네 인근에서 친구들과 선배 후배들 가운데 목사 자녀들의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목사 가족이 겪은 아픔과 희생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자녀가 아플 때는 곁에 있지 못해도 성도가 입원하면 한 밤중에도 달려가야 합니다. 자녀와 밤을 새면서 고민을 들어 줄 시간이 없어도 교인의 고민을 들어 주기 위해서 밤을 새야 합니다. 성도들에게는 영양가 많은 꼴을 먹여도 자녀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성직자는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는 지도층에 속하지만 대중은 성직자가 가난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부모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자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통스러울 정도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 대부분의 틴에이저 목사 자녀들은 심각한 회의에 빠집니다. 그나마 경제적인 희생과 삶의 희생이 보람과 자긍심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데 어느 날 별것도 아닌 작은 일로 파렴치범처럼 매도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을 목사 가정 안에서 속속들이 지켜보면 원망이 울분으로 쌓이게 됩니다.

옥 목사님의 장례 현장에 계셨던 분과 잠시 앉아서 그 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 자녀들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셨습니다. 그 분에게 답해 드렸습니다. 한국교회가 옥 목사님에게 큰 은혜를 얻었다면 그 은혜를 사모님과 자녀들에게 갚아야 합니다. 사모님과 자녀들이 누릴 은혜를 한국교회가 누린 것입니다. 사랑의교회가 옥 목사님께 큰 빚을 졌다면 그 빚을 자녀와 사모님게게 갚으십시오. 목사님의 가족이 누릴 축복이 모두 성도들에게 간 것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에게 온 국민이 빚졌다고 믿고 스스로도 빚졌다고 믿는 몇 몇 소수의 사람들이 그 아들인 박지만씨를 끝까지 챙겨 주었습니다. 아버지를 잃은 뒤 인생이 망가지면서 마약에 빠지기까지 했던 청년 박지만을 수 십년 동안 챙겨 줍니다. 자녀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목사님 가정이 어떻게 사는지 한 번 물어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장례식에 모두 모여서 옥 목사님께 받은 은혜와 신세 진 것을 고백하고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볼 때 그 가족들의 심정이 어떠했겠습니까? 주의 종의 가정을 하나님께서 책임지십니다. 그것은 목사와 사모로 평생을 주님께 드렸던 부모님을 가진 목사 아들로서 누구보다 더 확신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께 빚진 자일 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빚진 자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