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남쪽 47Km에 위치한 부르봉 왕가의 여름 별장 아랑후에스(Aranjuez)는 타호(Tajo)강 주변에 장엄한 그림같이 펼쳐져 있다. 건조한 불모지인 중앙 스페인의 고원에서 오아시스를 형성하여 세운 아랑후에스는 아름다운 초목으로 둘러 쌓여있고 지중해 특유의 밝고 쾌적한 날씨를 자랑한다.

단풍으로 붉게 채색된 아랑후에스를 처음 보았을 때 아름다움과 장엄함에 숨이 멎을뻔 했다. 아랑후에스 궁전은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을 모델로 삼아 스페인의 영웅스런 펠리페 2세 왕이 건축가 후안 데 에레라(Juan de Herrera)에게 지시하여 1516년 건축을 시작하였고, 200년 가까이 정성을 기울여 까를로스 3세때 완성되었다.

옛 영화의 화려한 무대였던 아랑후에스를 스페인 민속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타를 통해 그려낸 호아킨 로드리고(Joaquin Rodrigo, 1902-1999)는 불행하게도 시각장애인이다. 스페인 발렌시아 세군토에서 태어난 호아킨 로드리고는 4살 때 지독한 디프테이아를 앓고 난후 시력을 잃는다. 비록 색채의 세계와 단절했지만 그의 음악의 세계는 점점 더 섬세해지고 풍성해진다. 음악에 대한 비상한 정열로 1927년 파리로 옮겨 폴 뒤카에게서 사사했고, 스페인출신 작곡가인 팔랴의 음악에 감동을 받는다.

1936년부터 3년간의 참혹한 내전을 치룬 조국 스페인에 1939년 돌아와 민중속으로 깊이 침투하는 신고전주의적 음악 양식을 펼쳐간다. 아랑후에스 협주곡 외에도 어느 신사를 위한 환상곡(Fantasia para un Gentilhombre), 세레나데 협주곡(Harp Concierto de Serenata) 등을 작곡했다.

그가 작곡한 아랑후에스의 협주곡은 마드리드 왕립 음악원의 거장급 기타리스트 레히노 사인스 데 라 마사를 통해 1940년 바르셀로나에서 처음 선보였다. 네빌 마리너경이 지휘하는 성 마틴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와 나르시오 예뻬스(Narcio Yepes)의 12줄 기타의 아름다운 조화로 빗어내는 서정 강한 선율은 가을날 산들바람 같다.

로드리고가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협주곡 중 하나인 아랑후에스의 협주곡을 쓸 때 그의 조국 스페인은 내란의 광풍에 깊은 상채기를 입었다. 뿐만 아니라 로드리고의 평생 반려자이며 음악인생의 안내자였던 아내 빅토리아 카르미가 유산으로 생명이 위독했다.

제2악장 아다지오는 아랑후에스 협주곡에서 가장 구슬픈 멜로디로 사랑하는 연인들의 마음을 적신다. 마치 전능하신 하나님께 헌정하는듯 한 아다지오에는, 조국의 옛 영화를 회복하게 해달라고… 꺼져가는 아내의 생명을 살려달라고 흐느끼는 기도같은 염원을 기타와 잉글리쉬 호른과 바순의 애수어린 대화로 애절하게 이어간다.

당대의 최고 클래식 기타 연주가로 추앙받는 앙헬 로메로의 기타 연주도 수준급이지만 신들린듯이 현란하게 12현을 짚어가는 나르시오 예뻬의 기타연주는 골짜기 사이 깊은 산울림처럼 심금을 울린다.

애난데일 거리급식소는 유난히 겨울 바람이 더 드세다. 양지바른쪽에 급식을 나르는 카고 벤으로 담벼락을 쳐보지만 거칠게 없다는 듯이 몰아치는 삭풍은 펼쳐논 급식도구들을 쥐고 흔든다. 배고파서 몰려든 도시빈민들과 봉사자들은 바람앞에 고스란히 노출된 억새풀이 되어야 한다. 냉기서린 주차장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황급히 밥 숟가락을 입으로 옮기는 빈민들 곁에 서면 바람이 아랑후에스의 아다지오보다 더 큰 흐느낌으로 연주한다.

(도시빈민선교 & 재활용품 기증문의 : 703-622-2559 / 571-451-7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