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같이 순결하고 뱀처럼 지혜로우라.

예수님께서는 크리스천들이 순결함과 지혜로움을 함께 동시에 지니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순결함과 지혜로움을 비둘기와 뱀에 비유하신 것을 보면 극단적인 순결함과 극단적인 지혜로움임을 알 수 있습니다. 크리스천에게 요구되는 순결함과 지혜로움은 비둘기와 뱀처럼 상극에 있어서 같이 어울리지 못하는 특성들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순결함은 거의 순진하게 보일 정도의 상태이며 지혜로움은 거의 악하게 보일 정도의 교활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순결함과 지혜로움은 크리스천 개인에게 적용될 뿐 아니라 교회, 기독교 공동체 전체에게도 적용됩니다. 한 개인의 선택과 결정에서 그치지 않고 교회와 교계 전체가 선택하고 결정할 때 순결함과 지혜로움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합니다.

국가는 크리스천적일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한 국가가 국가적인 선택과 결정을 내릴 때도 순결함과 지혜로움, 다시 말해서, 순진함과 교활함이 같이 작동해야 합니다. 일본에게 국권을 빼앗긴지 100년이 되어 일본의 총리가 다시 한 번 사과를 했습니다. 대한제국이 나라를 빼앗긴 것도, 일본에게 휘둘리게 된 것도 순결함 만으로 나라를 지키고 지혜로움을 의지하지 않은 이유도 있습니다. 일본의 처사가 부당함을 만국에 호소하고, 조선의 자주국임을 만방에 선포하면 열국이 조선의 안전을 보장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순진함입니다. 그러나 경제력을 키우고, 군사력을 키우며, 수시로 무장 봉기를 일으키면서 침투해 오는 외세에 국가적으로 저항했다면 그것은 교활함에 속합니다.

일본 제국주의에 나라를 빼앗길 때부터 현재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에서도 국제 사회에서 할 몫을 찾고 있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순진한 태도와 순결한 목소리로 나라를 꾸려가려는 경향이 지배적입니다. 명분에 강하고 실사구시에 약합니다. 유교의 전통에 이어서 이념과 사상의 틀로 세상을 보려고 하고 현실적으로 보지 못합니다.

휴전선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하겠다고 큰 소리 쳤다가 없던 일이 되었습니다. 남쪽 영해에 사격을 하면 즉각 응사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막상 일이 벌어지자 아무 것도 하지 못합니다. 서해에서 한미 연합 훈련을 벌이겠다고 하자 중국이 노골적인 협박을 했습니다. 심지어 항공모함이 서해에 진입하면 군사적인 목표가 될 것이라는 식으로 평화 시에 사용할 수 없는 깡패 집단 같은 협박을 했습니다. 그러자 슬그머니 연합 훈련 내용이 달라졌습니다. 결국 노골적인 협박에도 불구하고 미 항공모함이 서해에 진출했지만 그것도 한국 측에 알리지 않고 미국이 독자적으로 결정해서 이루어 진 일로 보입니다.

이란 은행에 경제 제재를 가하려는 미국의 결정에 따라 한국도 이에 동참하도록 압력이 가해졌습니다. 이란 대사, 부통령이 공개적이고 노골적으로 협박을 했습니다. 이란에 제재를 가하면 한국민에게 심각한 불이익이 생길 것이라는 식으로 시정잡배 식의 협박을 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인질 사태가 벌어졌을 때 반인권적이고 반인륜적인 행태를 일삼는 테러 집단의 협박에 밀려서 국가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리비아가 한국 선교사와 외교관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하고 한국을 손 좀 보겠다고 했습니다.

국제무대에서 감히 대한민국을 향해 협박과 위협을 날릴 꿈도 꾸지 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순결하며 동시에 지혜로워야 합니다. 과연 국가 위정자들이 이런 문제를 가지고 밤을 지새면서 고민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