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현지 목회자들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가 지난 26일부터 30일까지 미주성산교회 (담임 방동섭 목사)에서 개최되었다. 글로벌비전뱅크(GLOBAL VISION FOUNDATION)가 후원으로 나선 이번 국제컨퍼런스에 800여명이 등록하여 한-히스패닉 커뮤니티 연합 선교사역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글로벌비전뱅크의 이길소 선교사, 표세흥 목사, 방동섭 목사, 박인곤 관장, 원계희 선교사, 유명순 선교사, 등 임원진들은 중남미 목회자들과 손을 잡고 중남미와 북미선교에 대한 협력을 새롭게 다짐했다. 오늘날 북미가 세계 최대의 선교지가 된 것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또한 중남미 현지인 목회자들을 위한 제2회 ‘글로벌 비전스쿨’을 LA 베다니교회(담임 레제스 목사)로 결정하여 파트너십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매년 개최되는 ‘중남미 목회자 국제 컨퍼런스’는 올해로 68회(1942년 출범)째를 맞이할 정도로 전통 있는 대회이고, 금년에는 글로벌비전뱅크와 참석한 라틴 아메리카 9개국의 현지인 목회자들 그리고 북미의 히스패닉 교회 목회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선교전략을 수립하고 영적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의의가 있다. 특히 마지막 밤 성회에는 라틴계의 빌리 그래함이라고 평하는 알베르또 모태시 목사가 ‘회복의 불꽃’(Las Chispas de Avivamiento)이라는 제목의 설교로 대회 절정을 이루었다.

컨퍼런스의 목회자 세미나에서 방동섭 목사의 강의와 이길소 선교사의 통역으로 진행된 선교특강 시간에는 21세기의 라틴 아메리카 교회들이 그리스도의 ‘선교 원형’을 회복하여 주님의 재림을 준비하는 지구촌의 강력한 선교실세가 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강의에 많은 목회자들이 도전을 받았고, 뜨거운 박수와 진한 감동으로 경청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9월부터 LA 카운티의 15개 히스패닉 교회들이 하나로 뭉쳐 교회별로 5명씩 선발한 모범 청년들을 삶의 현장을 지키는 예비 전문인 선교사로 파송하여 라틴 아메리카 선교의 새장을 열기 위한 ‘자립선교 기금모금 팀’(Equipo de Fondos para Misión) 을 발족시켰고, 우선 라틴선교의 시발점인 로스 엔젤레스 에서부터 시범적으로 실행, 중남미 전역으로 점진 확산시킴으로 ‘모국 복음화’및 ‘자국인 선교사’ 양성을 위한 구체적인 추진 안을 결의한 점이다. 무엇보다 한인 커뮤니티와 함께 삶의 기틀을 잡아가고 있는 히스패닉 커뮤니티 교회들이 한인교회의 글로벌형 선교 모델을 본받자는 자성의 소리가 들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컨퍼런스 대회장이며 과테말라 국회의원 출신인 레제스 목사는 이길소 선교사와 세 차례의 한국방문을 통하여 자신의 목회관과 선교마인드의 터닝 포인트를 갖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서울의 여의도 순복음교회, 인천의 숭의교회, 그리고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의 시골교회까지 찾아 그곳 목회자들을 만나고, 새벽기도회까지 참석하면서 불과 5, 60년 전 만해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중의 하나였던 한국을 하나님이 이토록 축복해 주시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고 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단기간에 놀랍게 발전한 나라로 탈바꿈한 것과 세계적인 교회들이 한국에 세워진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심지어 중남미 사람들의 ‘천천히‘ 문화와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문화의 장단점을 비교하면서 ‘빨리빨리’와 ‘천친히’의 긍정적인 면을 서로가 보완한다면 교회성장과 선교의 시너지 효력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론을 펴기도 했다. 이제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히스패닉 교회들 속에서 ‘자립선교’의 길을 찾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20년의 선교현장에서 라틴민족을 섬긴 경험으로 보면 도움만 바라고 손만 내미는 교회와 교단들은 교회부흥이 전혀 되지 않고 오히려 퇴보하는 면이 있지만 철저히 자신들만의 조직과 힘으로 부흥시키려는 교회와 교단은 든든히 서가는 모습을 보았다. 심지어 외국인 선교사의 필요성을 갖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 선교사가 한 사람도 없는 교단을 보았고, 비록 진척은 느리고 힘들어도 낙천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모습에 말 그대로 신선한 충격과 함께 중남미에 이런 교회도 있구나 하는 존경심마저 가졌던 선교사의 경험이 있다.

여기서 선교지원의 상한선(上限線)을 그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선교를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어떻게’ 진행하며 ‘무엇을’ 점검해야 하고 ‘언제’ 그 선을 그어야 하는지의 시점과 전략은 매우 중요하다. 선교지의 교회와 사람들을 무분별하게 돕는 일은 독이 될 수 있다.

동정심 많은 한국인들이 선교지를 방문하여 한바탕 벌리고 가는 ‘선교장터’의 뒷수습을 고스란히 선교사의 몫으로 돌리는 일도 이제 지양해야한다. 단기선교나 선교지 방문을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단기선교는 선교의 주체인 교회를 위해 필요하다. 누가 만일, “어떻게 바른 선교를 하고, 효과적인 단기선교를 만들까?” 라고 물어 오신다면 선교지에서 오랜 기간 실수와 실적의 산맥을 오르내린 선교사로서 ‘이것이 나의 간증이요, 이것이이 나의 찬송일세’라는 회고(回顧/懷古)를 전략차원에서 들려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한국교회 선교의 중복투자(重複投資) 부분이 늘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을 안다. 반성해야 할 대목임에 틀림없다. 또 ‘한국 선교사들은 왜 선교현장에서 연합하지 못하고 싸우는가’라는 말을 선교대회 때나 본국으로부터 많이 듣는다. 선교의 시작은 주님의 뜻인데 과정과 방법에 사람의 뜻이 개입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선교의 끝자락엔 언제나 사탄이 분주히 들락거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데 중복투자나 선교현장의 삐꺽거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디선가 ‘내 교회’, ‘내 교단’, 내 명예 같은 ‘내 울타리’라는 착각과 과욕의 시발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넓히라는 하나님의 지경을 안 넓히고, 세우라는 예수님의 교회를 안 세우다보니 나타나는 기현상이다.

LA에서도 어떤 한인교회들은 큰 건물과 주차장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지역사회나 다민족들을 위해 개방(봉사)하지 않고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모습은 안타깝다. 반면에 큰 건물과 주차장을 소유한 한 한인교회는 1층은 한인교회, 2층은 히스패닉계와 몽골인 교회로 나누어 사용하는데, 한인교회에서 한 푼의 사용료도 받지 않고 무료제공을 하고 있다. “No pagamos nada, ni un centavo/우리는 전혀, 동전 한 푼도 지불하지 않는다”는 히스패닉교회 마리오 갈베스 담임목사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다. 그런데 그 큰 건물의 보수나 수리할 일들은 히스패닉교회의 목수, 미장이 등 건축일 하는 교인들이 맡아서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민족사회의 복 있는 사람들(행20:35)이 바로 여기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리안 타운에서 한인들과 부대끼며 살고 있는 히스패닉계들은 과연 누구인가? 20년 안에 미국의 정치 지각변동을 일으킬 사람들, 100년 안에는 미국인구 80%를 차지한다는 통계(퓨 리서치)는 무엇을 말하나? 결국 세계 최강대국이 히스패닉계 들에게 맡겨진다는 얘기다. 고맙게도 한국교회와 한국인 목회자를 좋아하는 히스패닉 형제들과 인격적 관계와 영적교류, 나아가서 세계복음화를 위한 동역자로 손을 잡으면 그들의 낙천성과, 신나게 일 잘하는 한국인들과의 조화(시133:1)가 빛을 발 할 것이다. ‘파트너 십’은 예수님의 선교전략이고, 다민족 ‘네트워킹’은 사도 바울이 전문가다.

고달픈 이민생활 속에서 교회를 섬기고 선교를 위해 시간과 물질을 아끼지 않는 한국인들이 한 하늘밑에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히스패닉 형제들에게 도전을 전해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제 더 겸허한 자세와 노력이 우리들에게 있어야 한다는 다짐을 해 본다. 라틴세계를 하나로 묶는 구호가 있다. ‘Si se puede!’/당신은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