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계류중인 북한인권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한 북한인권문제 정책협의회 제2차 북한인권 토론회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국회인권포럼(대표 황우여 의원)과 북한인권단체연합회(공동대표 김성호 목사 등, 이하 북인련) 주최로 열린 ‘북한인권법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는 제성호 교수(인권대사)를 좌장으로 박선영 의원(선진당)이 ‘북한인권법 제정 경과와 전망’을, 이재원 변호사(대한변협 북한인권소위원장)가 ‘북한인권법 어떻게 만들 것인가?’, 정베드로 목사(북인련 사무총장)가 ‘북한인권법 제정 왜 시급한가?’를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북한인권법안은 지난 2월 11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난상토론 끝에 민주당 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통과됐다. 지난 2005년 8월 11일 제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후 4년 6개월만이자 18대 국회에 새로 제출된 지 1년 7개월 만에 통과돼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박선영 의원 “북한인권법, 공격하려는 법 아니다”

박선영 의원은 첫 발제에서 “매우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대한민국 국회 차원에서 제대로 된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미국과 일본이 일찍이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고 국제사회가 끊임없이 북한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온 것과 비교할 때 대한민국은 시기적으로도 매우 늦었고 내용면에서도 주요한 사항은 모두 빠진 채 형식상으로만 북한인권법일 뿐”이라고 개탄했다.

박 의원은 “북한 내 인권침해 실태가 매우 심각하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악화되는 것은 이미 국제사회가 인식하고 있고, 얼마나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이 고통받아야 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며 “그러나 민주당은 북한인권법 제정 취지와 배경에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시점에서도 북한인권법을 강력 반대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북한인권법이 내정간섭인 것처럼 주장하는 일부 주장은 인권이 국적과 지역을 초월하는 보편적 가치일 뿐 아니라 상호의존성이라는 사실을 몰각한 처사이고, 더욱이 북한인권법 제정을 북한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시각은 전근대적이고도 시대착오적 사고방식”이라며 “오늘 이 귀중한 시간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여야도 이념을 넘어 오로지 ‘인간의 존엄과 가치 실현’이라는 목적으로 하나가 되는 날을 꿈꿔본다”고 전했다.

이어 이재원 변호사는 “현재 북한인권법안은 북한 독재자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아야 한다는 신념을 지닌 소수와, 이들을 설득할 만큼 부지런하지도 못하고 이들의 상투적인 반대를 돌파할 일말의 의지도 용기도 전략도 없는 절대 다수가 손 놓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아 입법이 안 되는 것”이라며 “10명의 의인만 있어도 소돔성이 멸망하지 않았으리라는 성경의 얘기도 있는데 우리에게 북한 동포의 고통을 자기 가족의 일처럼 아파하는 10명의 의원만 있었어도 북한인권법이 저 지경일까 하는 망상도 해 본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북한인권법 제정의 당위성에 대해 △북한의 인권상황이 심각하고 △인권은 인류 보편의 가치이며 △인권을 유린당하는 북한 주민들을 돕는 일은 동포로서 도덕적 의무이고 △우리나라도 유엔 회원국이므로 유엔 결의에 호응할 의무가 있으며 △북한 지역에도 인권의 가치가 확산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 헌법상 명령이고 △현실적으로 북한인권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맨 먼저 나서야 할 주체가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일 수밖에 없으며 △북한의 인권개선은 평화통일의 조건이자 목표이고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국내외 역량 육성과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 등의 이유를 들었다.

마지막 발제에 나선 정베드로 목사는 “북한인권법이 어떻게 보면 북한에 대한 채찍이라 볼 수 있지만, 지혜롭게 운용하면 북한에게 지속적으로 지향해야 할 정부의 당근 입장을 유지하면서 오히려 민간이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통로를 열어줘 북한을 내부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최선의 접근방법이 될 수 있다”며 북한인권법이 통과되면 대북 접근의 한계를 넘을 제3의 통로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정 목사는 북한인권법이 내정간섭이라는 일부 견해에 대해 “북한 내부의 인권침해에 관한 북한인권법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모든 국제사회가 국제법과 국제협약을 국내법과 이해국가간의 법보다 우선하고 상위법으로 간주하는 추세”라며 “북한도 국제기구의 인권에 관한 규약에 가입된 조항이 있고 기본적으로 국제사회는 이러한 조항에 의무를 다하기를 요구한다”고 반박했다.

또 “북한인권법은 북한 내부의 인권침해 사안을 인류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국제법과 국제협약에 근거해 모든 나라가 준수해야 할 규범으로 당연히 당사국이 지키도록 촉구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으로 봐야지, 내정간섭 수준에서 인권의 영역을 보는 좁고 근시안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발제 이후 토론이 이어졌다. 강철환 대표(북한전략센터)는 ‘북한인권법 제정 반대는 반민족, 반인권적’이라는 주제의 토론문에서 “북한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며 “탈북자인 저도 믿기지 않는데 남한 사람들이 실감이 날지 모르겠다”는 말로 그 심각성을 표현했다.

탈북자 강철환 대표 “김정일 망한 후에 통과시키려 하나"

강 대표는 북한인권법 통과를 반대하는 세력들의 논리를 한 마디로 “궤변”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이들에게는 북한 하면 김정일만 떠오르는 듯 한데 북한에는 2천만이 넘는 주민들이 존재한다”며 “그런 논리를 주장하면서도 북한을 압박하면 마치 북한 주민들이 압박을 느끼는 것처럼 이야기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인권 문제를 모두 식량 문제로 생각하고 쌀만 퍼주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북한도 중국처럼 등소평식 농지개혁만 하면 바로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사실 김정일 정권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는데, 이들이 다 망한 다음에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려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북한 주민들의 피눈물을 국회가 닦아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북한인권법이 지연되고 북한인권 활동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면 통일에도 큰 장애가 발생하며, 향후 중국의 방해를 물리치고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어 우리 힘으로 통일을 이룰 힘이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인권법이 통과돼 북한의 인권과 민주화를 적극 지원할 경우 한국 정부와 국민을 바라보는 북한 주민들의 마음이 달라지고 민심을 남한으로 끄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김정일 집단은 김정일 사후에도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친중정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통일의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 있는데 북한 내부에 친한파를 대거 양성하고 우리와 통일을 논의할 세력이 강해지는 길은 대한민국이 적극 북한인권 문제를 살피고 북한 민주화를 지원하는 길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강 대표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반대한다고 하지만, 한나라당과 선진당 등 보수 세력이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면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지만 그렇지 못했다”며 “정권과 국회를 장악한 한나라당과 보수 세력이 아직도 북한인권법조차 통과시키지 않은 점은 어떤 변명으로도 해명할 수 없는 문제이고, 세종시와 4대강 문제로 분열과 권력다툼에만 눈이 멀어 더 이상 북한인권 문제를 외면할 경우 남북한 국민의 심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성호 공동대표 “당근과 채찍 넘어 인권 차원 접근 필요”

강 대표 외에 연광석 입법조사관(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 ‘북한인권법안의 제안과정과 법사위 논의과정’, 윤여상 소장(북한인권기록보존소)이 ‘북한인권법 토론사항과 제언’, 이원웅 교수(관동대)가 ‘최근 통일환경 변화와 북한인권법’,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가 ‘북한인권법에 대한 소고’ 등을 놓고 토론했다.

토론회에 앞서 주최 측인 김성호 북인련 공동대표는 인사말에서 “그동안 정부가 다각도로 시도해 본 대북정책 시행에서 지지부진했던 원인 중 하나가 북한인권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았고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해 온 민간단체들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정부가 번갈아 해 왔던 ‘햇볕’과 ‘채찍’의 한계 고리가 아닌 제3의 접근이 필요한 때로, 이것이 바로 북한인권 정책으로의 접근”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우여 의원은 개회사에서 “북한 주민들은 체제의 억압과 폐쇄성으로 인한 인권 유린과 탄압, 경제적 파탄 등 극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어 탈출하는 주민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함과 동시에 본국으로 강제송환돼 탄압받는 이주민들의 수도 증가하는 실정”이라며 “만약 우리가 이러한 불법행위를 주권국 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이유로 침묵하거나 간과한다면 이는 인간성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자 말살이라 감히 얘기할 수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