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도하는 최성남 목사.ⓒ뉴져지연합교회 | |
1990년 여름, 20대 후반 뜨거운 열정으로 뉴욕의 어느 한인교회 중·고등부 전도사로 목회를 시작한 최성남 목사가 20년 후 여름, 뉴저지의 가장 오래된 UMC교회 뉴져지연합교회의 3대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최성남 목사는 7월 11일 첫 예배를 인도했다. 첫 주일예배에서 최 목사는 '하나님의 손길'(시편 121:1-8)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하며 지난 목회 여정과 앞으로의 목회에 대한 기대와 소망을 전했다.
20년 전 드류신학대학을 다니며 시작한 생애 첫 목회는 뉴욕의 한인교회 중·고등부 전도사 사역이었다. 갓 입대한 군대 이등병과 같은 작은 직책일 수 있지만 최 목사는 그 직책을 귀하게 여겼고 열심히 잘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곧바로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부딪히게 됐다. 그것은 바로 한인교회 중·고등부 전도사에게 필수인 '찬양 인도'와 '영어 설교'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기타를 쳐 본 적이 없는 그는 즉시 기타를 사서 왼손, 오른손 기술을 익히기 시작했다. 손에 피 멍을 들 정도로 연습을 했지만, 두 손을 한꺼번에 움직이며 연주하기란 역부족이었다. 또 영어 설교를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학생들은 최 목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실패한 전도사라는 딱지가 붙으면 안 되는데…..'하는 고민, 그리고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며 최 목사는 학교의 채플을 지나칠 때마다 수시로 기도했다. 철야 기도도 아니고 뜨거운 통성 기도도 아니었다.
'하나님 저 좀 도와주세요. 하나님이 불러서 전도사가 되었는데... 하나님께서 불러주셔서 중·고등부를 맡게 되었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열심히 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던 중 그의 기도가 응답됐다. 한 교인의 자녀 중 한 명이 방안에 틀어박혀 기타 치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최 목사는 그 가정에 심방하러 가길 자청했다. 그리고 그 청년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중. 고등부 예배 시간에 기타를 쳐 줄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청년은 부탁에 응했다. 이 때 최 목사는 목회라는 것이 목회자가 다 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어떤 부분은 평신도 가운데 잘하는 사람을 발굴해 격려하며 동역자로 세워나가야 함을 절감했다. 그래서 총회 제자국 디렉터로 있을 때 가장 많은 관심과 예산을 쏟은 것이 '평신도 지도력 계발'이었다.
이렇게 찬양 인도의 벽은 무사히 넘었다. 그러나 설교만큼은 누가 대신할 수 없는 목회자 고유의 영역이었다. 단순히 영어를 잘한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설교를 부탁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영어 때문에 고생고생하며 고민하다 최 목사는 영어를 피하지 말고 직접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미국인 교회 목회를 결심하게 됐다. 그리고는 미국인 친구에게 자신의 영어가 어떤지 물었다. 그 친구는 "네 영어는 충분하다. 문제는 너에게 자신감이 없는 것"이라 조언했다.
순진하게도 이 미국인 친구의 말을 그대로 믿었던 최목사는 용기를 얻어 미 동북부 일대 모든 감리사에게 이력서를 보냈다. 이 중 펜실베니아 연회에서 연락이 와 바로 미국인 교회에 파송받았다. 인종과 문화, 언어가 다르지만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영혼을 정성을 다해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예배 때는 설교는 물론, 예배 순서 등 말할 모든 것을 미리 써왔다. 영어에 자신이 없던 최목사는 우선 설교 초안을 한국말로 쓰고 이것을 영어로 번역하여 듀류 신학교 교수에게 교정 받는 일을 매주 반복했다. 이렇게 쓰여진 설교문을 목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점심까지 빈 교회에서 혼자 강대상에 올라 반복하고 반복하며 연습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토요일 저녁쯤에는 원고를 보지 않아도 외워서 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러나 끝까지 자신 없었던 부분은 발음이었다.
최성남 목사가 첫 담임을 맡은 교회는 나이 많은 노인이 많았다. 따라서 보청기를 끼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설교를 시작하면 보청기 볼륨을 올리느라 적잖은 교인의 손이 올라가는 사정이라(편집자 주: 보청기에는 볼륨 장치가 달려 있다. 위로 올리면 볼륨이 높아지고 내리면 적어진다.), 최 목사는 성도들이 얼마나 자신의 설교를 알아듣고 있나 내심 궁금했다.
그래서 하루는 목회협조위원장과 평신도 대표를 사무실로 와달라고 요청, 자신의 설교를 알아들을 수 있겠냐며 솔직하게 얘기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듯이 이구동성으로 잘 알아듣고 있으며 매주 큰 은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순진하게 이 두 평신도의 말을 그대로 믿은 최 목사는 더욱 자신 있게 매주일 기운차게 설교하고 신바람나게 목회했다.
그러던 어느 주일이었다. 주일예배 후 현관에 서서 집으로 돌아가는 교인들에게 인사하는데 한 할머니 교인이 최 목사의 손을 꼭 잡고는 설교에 은혜 받았다며 'You are great preacher.(당신은 훌륭한 설교자입니다.)'라고 격려해줬다. 고맙다며 그 교인을 바라본 순간 최 목사는 그 할머니 교인이 보청기를 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할머니는 평소에 보청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교인이었던 것이다. 최 목사는 그날 밤이 늦도록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왜 자신에게 그 말을 들려주고 싶었는지 생각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너무 고마워 감동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동양인 담임목사의 영어 설교를 알아듣지 못해도 그를 어떻게든 도와주고 격려해주려고 했던 교인들의 사랑과 배려의 마음이 최 목사의 목회에 새 힘과 용기가 되었다. 그것은 사람의 손을 통해 전해진 '하나님의 손길'이었다. 이 시대 하나님은 만나와 메추라기 같은 기적을 베풀어 주시기도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을 통한 하나님의 손길을 통해 기적을 이루어 가신다.
"20년 전 처음 목회를 시작할 때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다고 불평도 많이 했습니다. 보내기만 하시고 능력은 안 주시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말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돌이켜보니 하나님께서 저의 기도를 다 들어주셨습니다. 정말 다 들어주셨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지금 찬양 인도와 영어를 잘할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제가 찬양 때문에 좌절할 때 좋은 청년을 보내주셔서 도와주시고 미국 교회에서 영어 때문에 고민할 때 좋은 성도를 만나게 해주시고 붙들어주셨습니다. 저의 방법이 아닌 하나님의 방법으로 다 들어주셨습니다. "
최성남 목사는 "하나님의 손길이 된다는 것이 목숨을 희생하거나 전 재산을 팔아야 하는 커다랗고 거창한 일을 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삶에 힘과 용기가 될 수 있다. 넉넉한 마음, 자상한 마음, 정성어린 작은 행동 하나가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며 "뉴져지연합교회의 모든 성도님이 서로를 통해서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특별히 우리 가운데 소외당하고 고통받고 어렵고 외로운 분들, 낙심한 분들, 좌절하고 있는 분들이 우리 교회에서 풍성한 하나님의 손길과 은혜를 경험할 수 있기를, 세상에서 맛볼 수 없는 기쁨과 평화가 넘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최 목사는 "열심히 해보고 싶다. 좋은 목사로서, 담임목사로서 성장하고 싶다. 그러나 어쩌면 저는 또 저의 한계와 무능력에 좌절하고 절망하면서 고통받을지도 모른다. 혹시 그럴 때 저에게 성도 여러분들이 하나님의 손길이 되어주시길 부탁드린다. 저도 약속드린다. 제 목회가 여러분의 삶에 하나님의 손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정성과 열심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뉴져지연합교회는 김해종 창립 원로목사/나구용 원로목사 추대예배를 8월 1일 주일예배 시 개최한다. 뉴져지연합교회는 1972년 김해종 목사가 미국교회 베다니연합감리교회를 담임하던 중 15명의 교인과 함께 한국어 예배를 드리며 시작했으며 나구용 목사는 1984년 제2대 담임목사로 파송받아 26년간 시무하다 지난달 20일(67세)에 은퇴예배를 드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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