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2006-07-13 04:00




북한의 미사일과 종교자유, 인권유린과 선전용 집회
미사일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항의에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협박하는 북한이 릭 워렌 목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게다가 1만5천명이 모이는 대규모 경기장까지 대여해 주며 릭 워렌 목사가 설교할 수 있는 기회까지 준다고 한다.

국제사회의 ‘막가파’로 통하는 북한도 이젠 궁지에 처한 것이 확실하다. 세계 제일의 인권탄압 국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 종교자유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자 하고 싶은 모양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오명을 벗는 것 따위엔 관심이 없다. 그것을 명목으로 원조를 받아 정권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미국의 영향력 있는 대형교회 목사가 와서 설교를 하고 그것이 외신을 통해서 세계로 방송된다면 ‘종교자유가 없는 북한’이라는 오명이 벗겨지고 많은 국가들이 불쌍한 인민들을 돕기 위해 대규모 지원이라도 할 줄 아는가 보다.

그러나 전세계를 위협하며 미사일까지 발사한 북한에 국제사회는 마냥 순진하게 속지는 않는다. 최근 북한교회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교회가 잘 성장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북한이 허가한 봉수교회가 아니라 핍박받는 지하교회에나 적용될만한 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한은 기독교인이 발견되면 다른 죄목을 지어내 처형했다. 그런데 지난 5월에는 ‘기독교를 몰래 믿는 반역을 저질렀다’는 노골적인 죄목으로 7명의 지하교회 교인들을 체포해 함경북도 7개 도시를 돌며 인민재판을 벌이고 주민들에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 사실만 봐도 북한 지하교회가 이제 북한 정권에 상당한 위협을 주는 존재로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경을 보지도 못하고, 마음대로 모이지도 못하고 ‘묻지마’ 살인, 강간, 고문이 계속되는데 그까짓 기독교 집회 한번 해서 보여 준다고 속을 국제사회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릭 워렌 목사의 북한 집회는 환영할만하다. 어떤 기독교 단체가 북한에 성경책 수만권을 지원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성경책은 전부 북한 화장실의 휴지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것을 알고 분개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노 목회자가 말했다. “만약 그 휴지로 일을 보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라도 성경 한 구절을 읽고 회심한다면 이것은 가치있는 일이지.”

100% 공산주의 신봉자만이 평양 봉수교회에 출퇴근하고 외국인과 접촉할 수 있는 북한이다. 이번 집회에도 아마 잘 선별된 사람들만 릭 워렌을 만나고 그의 (북한으로부터 각종 규제를 받았을지 모르는) 메시지를 들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국제사회에 ‘북한에도 종교자유가 있다’는 선전물로 사용될 것이다. 동시에 북한 사람들에겐 “최고의 예수쟁이도 위대한 수령동지를 경외 경배하려고 방북했다”고 선전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 중 1명이라도 통일이 된 후, 혹은 지하교회 교인을 만났을 때 ‘예수=구원’이라는 도식을 기억할 수 있다면 이 일은 할 가치가 있다.

선전물이 되도 좋고, 조금 위험해도 좋다. 1명이라도 구원할 수 있다면 말이다. 북한이 조금이라도 변화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통상 이런 집회를 하면 거대한 자금이 뒷거래를 통해 유입, 원조된다”고 말한다. 북한이 릭 워렌 목사 방북을 통해 노리는 것은 단순한 선전물이 아니다. 참가자들의 방북비용, 행사 운영비 등 각종 명목으로 돈을 요청할 것이고 북한의 개방과 발전을 위한 ‘민족공조’라는 미명 아래 한국에서도 막대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이 자금이 도대체 어디 쓰이겠는가? 북한 주민을 위해 사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도 이젠 공공연연한 사실이다.

북한의 과학기술력 향상과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남한의 교회가 후원금을 모아 설립하고 있는 평양과기대에서 개발될 기술력이 과연 북한 주민과 미사일 중 어디에 비중을 두게 될 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남한교회들이 이번 릭 워렌의 방북에는 어떤 협조를 아끼지 않을지도 걱정이다.


이지희 기자 jhlee@ch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