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를 두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협의회(NCCK) 총무 권오성 목사가 제10차 WCC 부산 총회의 전반적인 설명과 함께 WCC 반대 의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신학연구소(소장 이재천 박사)는 권 목사를 초청해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 신학연구소에서 ‘2013년 WCC 제10차 총회 부산 개최와 한국교회’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권 목사는 “총회 주제 선정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오는 10월 말 WCC의 울라프 트비트 목사가 한국을 방문하기 전까지 준비위원회를 발족해 주제의 윤곽을 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총회가 열리면 행정적인 결정은 장소와 상관없이 진행된다. 그러나 주제와 관련한 에큐메니칼 논의는 유치 장소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며 “한국교회의 교회사적 의미를 비롯해 아시아 교회의 목소리를 어떻게 주제에 반영해 토론을 진행시킬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WCC 총회의 한국 유치에 관한 의미를 설명했다.

보수 교회의 반대 목소리에 대해선 “주된 반대 이유는 WCC가 용공단체라는 것과 종교다원주의를 표방한다는 것”이라며 “현재 공산주의는 없다. 또한 한국전쟁 당시 WCC는 북한 침략의 부당성을 가장 먼저 제기했었다. 종교다원주의 문제도, WCC의 공식 문서에서 종교다원주의의 개입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정교회라고 하는 굉장히 굳건한 보수적 교리의 발판이 있다. (WCC는) 이걸 뛰어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WCC의 제7차 캔버라총회에서 당시 이화여자대학교 정현경 교수가 주제 강연자로 나서 죽은 영혼들을 부르는 ‘초혼’ 의식을 거행한 일이나 최근 ‘나무아미타불 아멘’이라는 표현 등이 WCC 논란의 불씨가 된 것과 관련해선 “오해의 소지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에피소드와 같은 성격”이라며 “(WCC의) 기본적인 신앙고백을 담고 있지 않다. 이런 저런 에피소드들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무적 여건 고려해 서울 아닌 부산으로 결정
“늦어도 9월 초엔 총회 준비위원회 발족할 것”

이날 권 목사가 WCC 총회와 관련해 밝힌 내용들을 주제별로 요약했다.

◈WCC 총회=WCC는 세계교회의 에큐메니칼 협력 기구다. 전세계 349개 교단에서 5억8천여 명이 가입해 있다. 한국에선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감리교, 성공회가 소속 교단으로 있다. WCC의 모든 활동이 7년에 한 번 열리는 총회에서 결정된다. 이번 10차 부산 총회는 인도에 이어 아시아에선 두번째로 열리는 총회다.

◈WCC 총회 유치 과정=이번 유치과정에서 시리아의 다마스커스와 마지막까지 경합했다. 10여 표 정도 차이가 났다. 시리아는 정교회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WCC 총회가 정교회 지역에서 한 차례도 열린 적이 없어 시리아를 지지하는 이들이 많았다. 유럽과 미주지역 교회들이 그랬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카리브해지역 교회들이 한국을 지지했다. 한국이 최종 결정된 데는 과거 한국의 에큐메니칼 교회가 인권 및 민주화 문제 등에서 책임있는 역할을 감당했다는 사실과 폭발적인 교회 성장이 있었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특히 WCC는 오순절 교회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 한국의 오순절 교회와 에큐메니칼 진영의 협력을 모색할 것이다. 조용기 목사님도 WCC 총회를 지지한다고 최근 밝히셨다. 다른 나라에선 오순절과 에큐메니칼이 대화조차 하지 않는다.

◈총회가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열리는 이유=이번 총회가 왜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열리는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것 같다. 고신 교단 등 부산에 보수적 성격의 교회가 많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무적인 이유였다. 총회를 하면 기본적으로 1천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총회는 대학에서 많이 열렸다. 대학 강당을 총회 장소로 활용하고 기숙사에서 숙박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학기 중에 학교를 쓴다는 게 어렵고 대규모 기숙사 시설도 없었다. 그래서 서울 강남의 코엑스와 부산 벡스코 중 하나를 선택하기로 했다. WCC 실사단이 결국 부산으로 결정했다. 코엑스가 강남 한복판에 있어 복잡하고 숙박비 등 주변 물가가 비싼 것이 부산으로 결정된 주된 이유다.

◈총회 준비 과정=총회까지의 준비 과정을 대략적으로 살피면 이렇다. WCC는 이미 내부적으로 31명의 총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한국인으론 NCCK의 정해선 국장이 부의장으로 참여한다. 이 준비위원회가 오는 11월 말 회의를 열어 총회 주제와 일자를 일차적으로 확정하는데, 이를 위해 WCC의 울라프 트비트 총무가 올 10월 말 한국을 방문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이 때까지 WCC에 건의할 주제와 세부사항들을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8월 말이나 9월 초까지는 한국 준비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다. 최종 주제와 일자는 내년 2월 중앙위원회에서 확정된다.

◈총회에의 논의사항=일단 총회가 열리면 행정적인 결정을 하는데, 이것은 장소와 관련이 없다.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것들이다. 이틀간 이러한 논의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후 10일간 본격적인 총회가 진행되는데, 총대수는 대략 1천 명 정도다. 여기에 각국에서 온 방문자들까지 합하면 총회 참석 규모는 4천에서 5천여 명으로 예상된다. 총회는 정해진 주제에 맞게 에큐메니칼 신학을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교회가 전 지구적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이 밖에도 각 나라의 교회들이 부스를 따로 마련해 홍보하는 시간도 마련되며 저녁에는 다양한 문화 축제도 열린다.

특히 총회 주제와 관련한 에큐메니칼 논의는 유치 장소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주제가 개최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교회사적 의미를 비롯해 아시아교회의 목소리를 어떻게 주제에 반영해 토론을 진행시킬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이것은 WCC에 가입된 네 개 교단 뿐 아니라 모든 한국교회가 동참해야 하는 것이다. 반대하는 교단도 있어 이 부분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한국교회 전체가 참여해야 한다. NCCK는 WCC 가입 단체가 아니다. 연합체는 WCC에 가입할 수 없다. 총회 진행과 관련해 1차적 책임은 가입 교단들에 있다. NCCK는 각 교단들의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일종의 코디네이터와 같다.

◈WCC 반대에 대한 의견=한국에서 WCC에 반대하는 교단들이 있다. 구체적 논의가 진행되기 전부터 반대 의견이 나와 다소 당황스럽다. 그러나 그 분들도 WCC 총회 자체엔 반대하지 않는 걸로 안다. 주된 반대 이유는 WCC가 용공단체라는 것과 종교다원주의를 표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공산주의는 없다. 또한 한국전쟁 당시 WCC는 북한 침략의 부당성을 가장 먼저 제기했었다. 종교다원주의 문제도, WCC의 공식 문서에서 종교다원주의의 개입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정교회라고 하는 굉장히 굳건한 보수적 교리의 발판이 있다. 이걸 뛰어 넘지 못한다. 지난 캔버라 총회 때의 정현경 교수 문제도 굉장히 개인적인 것이고 최근 구미정 교수 논란도 에피소드 같은 성격이다. WCC의 기본적인 신앙고백을 담고 있지 않은 내용들이다. 이런 저런 에피소드들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총회를 준비하는 에큐메니칼 교회의 자세=한국의 에큐메니칼 교회는 WCC 총회를 계기로 에큐메니칼 신학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에큐메니칼 신학이 가진 굉장히 건전한 교회론과 그리스도론이 있고 또한 그 안에는 신학적 실천이 있다. 그러나 이것을 신학적으로 정리해본 적이 없다. 어떻게 하면 에큐메니칼 신학을 교회와 교인들에게 쉽게 소개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또한 WCC 총회가 지향하는 목적이기도 하다.

◈총회 진행 비용=원칙적으로 한국교회는 이번 총회에 단 1원도 내지 않아도 된다. 한국의 어떤 교단이 어느 지역의 교회에서 총회를 열었을 때 그 교회가 돈을 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식사 제공 등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이런 입장에서 총회 장소 대여비는 한국이 감당할 것이다. 한국이 아니었으면 WCC가 치르지 않아도 될 비용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처럼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나라의 숙박비도 한국이 낼 예정이다. 이 밖에 총대들의 교통비 등도 비용에 포함된다. 이렇게 약 2백만 달러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