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폭발한 민초들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에서 시위대가 지역 정부청사를 점령하고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습니다.

4.6(화) 탈라스 주지역을 시작으로 금 4.7(수) 비쉬켁을 비롯, 나른, 이쉬쿨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반정부 대규모 집회가 발생하면서 키르기스스탄 현 정부는 비상사태(계엄령)와 야간 통행금지(22:00~06:00)를 공식 선언하였고, 비쉬켁에서 약 500여 명의 부상자(경찰 포함)와 75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상황이 악화되어 갔습니다.

시위는 먼저 서북부에 위치한 탈라스시에서 저항세력들이 지역정부 본부건물을 점거하고
바키예프 대통령이 하야할 것을 요구하면서 전국으로 확대되었습니다.

폭동진압 경찰이 최루가스와 고무탄을 쏘면서 지역정부 청사에서 인질이 된 관료들을 구출하기는 했지만, 3,000명에 이르는 저항세력들은 돌을 던지면서 저항했고 이후 밤이 되자 다시 청사건물을 점거했습니다.

시위대들은 경찰 차량을 불태우고 부수었으며, 일부 시위대는 정부 건물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약 1,000명의 시위대가 경찰서로 가서 구금한 40여 명의 저항세력을 석방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상황은 밤이 되면서 거의 혼돈 수준에 도달하고 있었습니다.

키르기스스탄 경찰은 비슈케크에서 야당인 아타-메켄당의 지도자인 알마즈베크 아탐바예프와 오무르베크 테케바야프 등을 포함한 일련의 저항세력들의 지도자들을 구금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키르기스스탄은 지난 3월 초 이래 정치적 불안 상황에 놓인 상황이며, 이 같은 사정은 아프가니스탄 작전을 위해 현지 공군기지를 사용하고 있는 미국도 우려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3일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한 자리에서 언론 자유 억압 등 인권 상황을 비판한 바 있었습니다.

지나간 역사들

바키예프 대통령은 5년 전 자신이 집권했던 때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권좌에서 쫓겨날 운명에 처했습니다. 바키예프는 2005년 키르기스스탄을 뒤흔들었던 ‘튤립(레몬)혁명’을 이끌었던 주역입니다. 그는 7일 저녁 8시경 소형 비행기를 타고 수도 비슈케크를 빠져나가 남부인 오시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5년 튤립혁명은 2003년 그루지야 ‘장미혁명’, 2004년 우크라이나 ‘오렌지혁명’과 더불어 부패하고 낡은 공산주의 엘리트층을 몰아낸 대표적인 시민혁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국민적 염원을 안고 대통령에 당선된 바키예프는 취임 당시 “정치적 자유를 존중하고 키르기스스탄을 안정시키겠다” 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그 다짐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아스카르 아카예프 전 대통령이 축출된 이유가 된 부정부패와 정실주의 폐해를 자신도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아들과 친척 측근을 정부 및 경제기관의 요직에 임명하고, 언론과 반정부 활동가들을 탄압하는 등 폭압정치를 강화해 갔습니다.

국민들은 작은 월급에 국가에서 거두는 세금을 내기에도 바빴습니다. 다들 지난 겨울을 얼마나 춥게 보냈는지요. 가스, 전기를 제대로 주지 않아서 외국인인 저희도 고생을 많이 했을 정도이니 민초들이야 오죽했겠습니까. 부정선거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키예프 대통령을 몰아낸 반정부 세력의 지도자는 튤립 혁명의 주역으로 함께 활약했던 오툰바예바 과도정부 수반이었습니다.

시위대가 약탈자로

시위대 중 일부가 약탈자로 변해서 7일,8일 밤은 이곳의 큰 가게(나로드니,베타,고인 카라반)들이 불타거나 모든 물건들이 약탈을 당하여 처참한 모습이었습니다.

바키예프 정권이 민초들을 굶주리게 했고 가진 자 들에 대한 원망과 적대감을 키워 준 것입니다. 낮에는 시위대로 밤에는 약탈자로 변하는 이곳 사람들로 인해 모든 가게와 시장은 문을 닫았고 임시정부는 치안을 바로 세우기 위해 밤마다 청년자율 방범대와 경찰을 풀가동 시켰습니다.

그리고 8일 오후에는 임시행정부 내무부 장관이 약탈자들에겐 발포할 수 있다고 결정함으로 9일 밤에는 약탈대들을 분산시키고자 경찰들이 총기를 사용하여 여기저기서 총성이 들려 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약탈대들이 어젯밤에도 <나로드니 마가진> 등 상가 등을 약탈코자 하였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경찰과 시민방범대가 방범순찰을 하면서 조금씩 비쉬켁에 질서가 잡혀 나갈 것으로 보이나 문제는 시위대들에게 많은 총기가 유출되었다는 것입니다.

한번 유출된 총기는 자진 반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될 것이고요. 그래서 이들이 총기를 휴대하고 있기에 언제든 갑자기 강도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국 대치 상태

바키예프대통령의 정치적인 고향인 키르기즈 남부 중 오쉬와 바켄트 여론도 이미 반바키예프로 돌아간 듯합니다. 잘랄-아바드 여론은 어제 반으로 나뉘었으나 바키예프 대통령 친지들, 콘깐찌에프 전 내무부장관 친지들, 그리고 소수의 주민들만이 바키예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 같습니다. 남부지역 여론의 대세는 임시과도행정부를 따라가자는데 있는 듯 하여 다행입니다.

바키예프 대통령은 키르기즈 남부 어딘가에서 은신한 채 사태 추이를 관망하며, 어떻게 차후를 대처할 것인지 대책 마련을 하는 듯합니다. 당연, 그의 행보에 관심이 가게 되는데요, 워낙 러시아 언론이 반바키예프 성향이라 바키예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언론 플레이를 할 수 있지만 러시아로부터 흘러나오는 공통적인 소식으로는 바키예프가 일단 대통령직에서 하야할 생각은 당장 없다는군요.

하더라도 자신과 가족들의 안전과 재산을 보장받는 선에서 사임할 생각인듯 하고요(물론 이것이 성사될 가능성이 얼마큼 있는지는 명확치 않음) .

그리고 시위대들에게 발포명령은 자기가 내린 것이 아니라고 발뺌을 했다고 합니다. 러시아가 자신을 버리지 않았음을 믿는다고 하며, 이번 사태는 외국의 외부세력 개입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태의 책임을 제삼자에게 넘기려고 한다는 것이죠.

하여튼, 임시 과도행정부는 바키예프의 대통령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신들의 길을 가는 듯합니다.

현재 국회를 압박하여 바키예프 대통령을 탄핵하도록 결정하지 않으면 국회를 해산하겠다고 합니다. 아울러 그의 형과 아들들을 현상수배하고 바키예프 대통령의 재산이 외국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조처를 하였습니다.

어찌 되었든 새로운 합법적이고 정통성 있는 정식 정부가 들어서기 위해서는 지난 2005년 때처럼 상당히 복잡하고 긴 법적 및 정치적 격변기를 보낼 것 같습니다.

일단, 이틀 만에 직위의 높낮이를 떠나 키르기즈 전 지역에 거의 모든 공직자가 교체되는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바키예프 대통령 통치 시절 한 자리씩 했던 분들은 타의든 자의든 모두 알아서 옷을 벗어야 되는 상황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 애도, 장례

임시정부는 9일과 10일 이틀간을 국민 애도기간으로 정하고 모슬렘지도자가 애도집회를 집례하였고 10일에는 사망한 시위대들을 국민의 애도 속에 장례 하였습니다.

현재

이제 상황은 많이 진정되었으나 바키예프가 아직도 남부에서 그의 측근들과 남부의 일부 시민을 규합하여 현 임시정부에 대항하는 듯합니다.

남부(오쉬, 잘랄라바드)와 북부(비시켁, 탈라스)간의 오래된 감정을 이용하여 장기간 대치상태로 끌고 가거나 시민전으로 확대되지 않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습니다.

아직도 외국인들은 바깥 외출을 삼가하고 사태를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미국은 발 빠르게 미국인들을 공군기지로 옮겼고 중국인들이 경영하는 가게들이 이번에 큰 피해를 본 것 같습니다.

한국교민 중에는 (대한민국이란 상호를 가진)교민 가게가 시위 현장과 인접해 있는 바람에 약탈자들에 털려서 피해를 많이 보았습니다. 그 외에는 아직 교민들의 인명피해나 다른 피해는 없는 것 같습니다.

비상시국이라 가게들이 문을 다 닫는 바람에 이곳 인터넷은 카드를 사서 해야 하는데 아마도 얼마 동안은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핸드폰도 카드를 사서 충전해서 사용하는데 가게들이 문을 닫는 바람에 절약하고 있습니다.

저희 가정은 총성과 함성에 많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배후에서 기도해주시는 모든 분 덕분에 안전합니다. 전기도 나가고 어둠 속에서도 주님을 부르며 안전을 소원했습니다. 비상식량도 미리 준비해 둔 것이 있어서 앞으로 얼마간은 지낼 수 있습니다.

기대하기는 다음 주 쯤에는 가게도 학교도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겠나 싶습니다.

부탁

관심을 두고 중앙아시아의 소국 키르기스스탄을 위해 중보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 땅에 안정과 그리고 파괴된 시설과 폭발한 민초들의 심령이 하루속히 회복되도록 빌어주십시오. 새롭게 구성된 임시정부의 관료들이 잘 일 할 수 있도록 빌어주십시오.

교민들의 안전과 저희 가정이 어려운 시기를 잘 견디고 이겨내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천산 아래에서 김바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