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목회, 어떤 모습인가?

‘도심 속 목회’에 대한 목회 패러다임을 정리할 구별된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얼마 전부터 드류신학대학원에서 D.min. 과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정리도 시작하지 못한 사람이 이 글을 쓴다는 것은 좀 무리가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저의 나약함을 자랑하기 위하여 ‘도심 속 목회’에 대해 몇 자 적어 보려고 합니다.

제가 맨하튼 한 복판에서 도심 속 목회를 꿈꾸고 교회를 개척한 것은 정말로 아닙니다. 물론 기도 속에서 교회 개척에 대한 확실한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에 너무나 긍정적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교회의 문을 열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대학에 간 큰딸 아이와 올해 대학에 들어가는 막내를 키우면서 이민 사회에서 자녀를 키우는 어려움을 실제 경험한 저로서는 중고등부 부모들을 대상으로 뉴욕 롱 아일랜드에 한 교회를 빌려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제일 먼저 한 것은 학부모를 대상으로 부모교실을 여는 것이었습니다. 신문광도고 내고 전도지도 만들고… 의외로 수십 명의 부모님들이 몰려와서 주중 사역이 시작되었습니다. 얼마나 신났는지 모릅니다. 몇 개월 지나지 않아 교인들이 늘어나면 창립을 하리라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있는데, 참 신기한 것은 주중 교실은 북적거림에도 불구하고 주일예배를 정기적으로 나오시는 분은 단 한 명도 얻질 못했습니다.

개척교회에 괜히 발을 들여 놓고 힘든 시간을 보내려는 학부모는 눈을 씻고 찾아 보아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개척을 시작한 지 1년 동안은 창립멤버 3명이 예배를 드렸습니다. 목요 저녁예배에는 혼자서 찬양하고 혼자서 설교를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던 중 맨하튼에 있는 음악대학교를 다니는 대학원생이 예배를 나오기 시작하더니 친구들을 데리고 오는 것이었습니다. 제 차로 맨하튼에서 픽업을 하여 롱 아일랜드 교회로 와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처음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성도들은 모두 음악을 전공하는 이들이어서 그들을 중심으로 경배와 찬양이 시작되었습니다. 창립멤버인 김성애 전도사가 Praise & Worship을 맡고 저는 설교와 Small Group 사역을 시작하였습니다. 학교 캠퍼스를 찾아 다니며 교실을 빌려 성경공부와 삶을 나누는 것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함께세우는교회는 ‘경배와 찬양’ 그리고 ‘소그룹 사역’ 두 개의 바퀴로 움직이는 교회로 탄생되었답니다.

5명 이상의 성도들이 모여 제 차로는 더 이상 맨하튼에서 픽업하여 올 수가 없는 상태가되자 자연스럽게 교회 장소를 맨하튼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뚜렷한 재정적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맨하튼에 교회 장소를 구하는 것은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과 같았습니다. 거의 매일 맨하튼을 누비며 장소를 구하려고 뛰어다녔는데, 지난 1년 6개월 동안은 장소가 협소해질 때마다 옮겨야 했기에 지금 있는 곳이 네 번째 예배 장소가 되었습니다. 장소를 옮길 때마다, 너무나 아슬아슬하였기에 어렵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경험한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나 확연하였기에 저희들의 간증이 되었습니다.

상식을 벗어나기에,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제 눈 앞에서 벌어졌기에, 제가 도심 속 목회에 대해 첫번째 드리고 싶은 말은 도심을 향한 하나님의 애타하심을 체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소가 뒷걸음치다가 쥐를 잡은 격’으로 하나님께서 도심지에서 방황하는 젊은이들으르 향하여 얼마나 애타하시는지 알게 되었지만 이 애타하시는 하나님의 심장을 소유하는 것이 바로 도심 속 목회의 시작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해외 선교지에서 체험할 수 있었던 성령의 역사의 흐름이 바로 맨하튼 도심 속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습니다.

롱 아일랜드에서 1년 동안 단 한 명의 영혼도 구원하지 못했던 저희 함께세우는교회는 맨하튼으로 성전을 옮겨오면서 1년 조금 넘는 기간에 30여 명의 젊은 청년들에게 세례를 주었습니다. 2009년 11월 29일 창립 1주년을 맞이할 때, 함께세우는교회는 60명이 넘는 세례 교인들이 120여 명의 커뮤니티를 섬기는 교회로 성장했습니다. 나이 39세 성도가 가장 고령자입니다. 90년생 성도가 기타를 치며 찬양을 인도하는 모습을 보면 온몸에 전율이 느껴집니다. 공대생 출신인 저는 미지근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눌린 성도들을 위하여 안수기도할 때, 제가 놀라 자빠질 것 같은 성령의 역사가 일어나는 곳이 바로 이곳 도심 속 목회입니다. 물론 젊은 청장년들로 이루어진 교회라 미래가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것도 사실이지만, 맨하튼 지역에서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고등교육을 받고 있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미래 지향적이며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차세대를 이끌어 나갈 젊은 청장년들을 크리스천 리더로 세우는 것은 크리스천의 미래와도 직결된다고 저는 믿습니다.

10여 명의 찬양과 경배팀의 진행으로 가진 창립 1주년 축하행사와 25명의 음악인 교인들로 이루어진 챔버 오케스트라가 준비한 대상절 콘서트에 참석해 말씀을 전해주신 한상신 선교감리사는 보통 교회 30주년에도 할 수 없는 그런 예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축복기도를 해주신 김지나 목사님은 맨하튼 13가의 기적이라고 말씀하여 주셨습니다. 300여 명의 하객들 친교식탁도 요리를 공부하는 성도들을 중심으로 직접 만들어졌고 섬겨졌다는 것을 아시면 기적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동의하실 것입니다. 위의 멘트는 자랑하고 함이 아니요, 두번째 드리고 싶은 말씀인 도심 속 목회는 Spiritual Blue Ocean임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21세기의 새로운 선교지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아마존과 아프리카 밀림지역의 선교지보다도 어쩌면 가까이 가기에 너무 먼 그런 땅끝 선교지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혼탁함과 방탕함과 세속적인 지식이 난무하는 곳입니다. 그렇기에 성령의 권능이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영적 황금어장입니다.

바울 사도가 에덴에서 전도를 할 때 철학과 지식을 가지고 에덴 지역민들과 한판 붙었다가 전도에 실패하는 장면이 성경에 나옵니다. 그리고는 ‘부활하신 주님 말고는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기겠노라’ 고백하는 바울 사도를 우리는 성경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여기 도심속 목회가 바로 에덴지역과 같은 곳입니다. 얼마나 잘난 사람들이 많은 줄 모릅니다. 음악인들도 한국에서 1%에 드는 사람들이 유학을 와서 링컨센터, 카네기홀 등등 세계적인 장소에서 화려한 꿈을 꾸는 사람들입니다. 1인자가 못되면 실패자가 되는 그런 경쟁속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음악이 아니라 다른 분야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월가에서 일하는 성도들, 건축가 등등 정말로 모두 뛰어난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 예수의 피 묻은 복음의 능력 말고는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다른 방도가 전혀 없습니다. 성령의 역사가 그들 눈 앞에서 일어나지 않고는 절대로 그들을 이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성령의 역사는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추구하는 기도 밖에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도심 속 목회에 대해 드리고 싶은 세번째 말씀은 기도 없이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면 안 되는 선교지 목회라는 것입니다. 작정기도, 새벽기도 모두 중요하지만 매 순간 기도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도심지는 절대로 정답이 없는 곳입니다. 절대로 목회자의 알량한 경험이나 지식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묻고 성령님의 답을 들어야 움직일 수 있는 곳입니다. 바로 그런 곳이기에 지난 2년간 성령님이 그토록 가깝게 느껴졌나 봅니다. 평생 처음입니다. 저의 의로움이나 노력이 들어간 성령님과의 친밀함이 전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급하실 뿐 아니라 물가에 내 놓은 어린아이를 돌보시는 것 같이 성령님께서 먼저 가까이 다가오십니다. 어쩌면 묻기도 전에 말씀하여 주시는 곳이 바로 도심 속의 선교지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심 속 목회는 Perfect Storm을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시대적,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인 흐름 및 과학 문명의 흐름이 엄청난 속도로 몰려들어 충돌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절대폭풍 속에 우리들이 놓여있음을 현실로 직시하여야 합니다. 도심지를 벗어난 지역은 이 흐름을 조금 무시하고 있다고 해서 그 타격을 금방 받게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도심지는 직격탄이 날라오는 곳입니다.

제일 잘 나가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거지가 됩니다. 3000불 가까운 렌트비를 내는 원베드룸 아파트라고 해서 호화판인 줄 알았습니다. 그랬더니 정말로 겸손한 곳이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실직을 하면 한 달도 견디지 못합니다. 게이(Gay) 퍼레이드가 있는 날이면 길이 막혀서 교회로 가는 길조차 막혀 버립니다. 바로 옆에 있는 병원이 911사건 때, 폭격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이었기에 교회 주위에 얼마나 많은 시체와 병자들이 몰려왔는지 수를 셀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두 눈으로 목격한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곳입니다. 이런 곳에서의 목회는 정말 힘들다라고 종종 얘기를 듣습니다. 왜 그럴까? 고심하며 기도 속에서 얻은 지혜는 우리 자신이 어떤 끝점을 그려 놓고 목회를 꾸려 나갈 수 없는 곳이다라는 결론이었습니다. 우리가 꼭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같은 방향에 서서 모든 것을 바라 볼 수 있는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패러다임을 통해 목회할 때, 절대 폭풍을 헤치고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회자들과 성도들에게 패러다임과 지도와 렌즈를 손에 쥐여주는 목회를 해야 합니다. 교회의 슬로건에 그런 패러다임이 정확하게 들어있어야 합니다. 저희 교회에게 주신 슬로건은 ‘우리 모두는 상한 심령이었지마 지금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반석 위에서 소망의 예배공동체를 함께 세워갑시다’입니다. 상한 심령들이 모여서 살아있는 찬양과 경배를 드리는 공동체입니다. 상한 심령들이 모여 소그룹 안에서 삶을 나누고 다시금 소생하는 소망 공동체입니다. 교회에 조직이란 것이 있다며 교회 존재에 관한 생명력에 관련된 이 두가지에 국한된 것만 있으면 됩니다. 단순하지만 생명력 있고, 작은 것 같지만 생동감이 있는 그런 교회 공동체를 고집할 때, 존재를 유지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도심 속 목회입니다.

필자 문폴(Paul Moon) 목사는 미국 동부지역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관련 전문직종에 종사하다가 목회에 대한 소명을 받고 드류신학대학원에서 M.Div.과정을 거쳐 지금은 D.Min. 과정을 밟고 있다. 뉴저지연합교회와 순복음뉴욕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섬겼으며 연합감리교회 미션교회로 함께세우는교회를 뉴욕시에 개척하고 섬기고 있다.

연합감리교회 교우들의 신앙증진 및 일선에서 수고하는 목회자들의 사역을 위해 섬기며 원활한 의사소통으로 연합감리교인으로서의 연대감을 느끼며 신앙생활 할 수 있도록 독자들을 돕는 [섬기는 사람들] 3, 4월호에 실린 글을 연합감리교회 공보부의 허락을 받아 개제합니다.-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