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침례교 지도자들이 최근 아이티에서 교인 10명이 유괴 혐의로 기소된 사건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이 이들의 석방을 위해서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 최대 개신교단이자 침례교단인 남침례교협의회(SBC) 지도자들은 최근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무엇보다 “전 세계에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이 창조하신 각 사람을 사랑하기 위한 침례교인들의 열정은 온 마음을 다한 것”이라며 이같은 열정이 특히 세계 각처에서 재난으로 인한 구호의 손길이 필요로 될 때 강하게 드러나 왔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그 정황을 모두 알지는 못하지만, “교인들이 인도주의적인 목적에서 아이티 어린이들을 데리고 국경을 넘으려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인들이 참혹한 재난 속에서 절박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돕기 위한 순수한 의도에서 이번 일을 했을 것이며, 또한 그랬기를 바라며 기도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와 아이티 정부간에 사건 해결을 위해 진행되고 있는 외교적 협상에 개입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많은 침례교인들이 현재 아이티에서 숭고한 목적을 위해 현지인들을 돕고 있음을 고려해 달라”고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또 구금되어 있는 교인들의 현재 신체적, 정서적, 영적 건강 상태에도 우려를 표한 지도자들은, 교인들의 소속 교회나 교단측에서 이들을 방문할 수 있도록 허락을 요청했고, 이들이 무사히 석방되어 귀환할 수 있도록 정부측의 가능한 한 모든 노력을 촉구했다.

교단 언론인 뱁티스트 프레스(BP)를 통해 5일 발표된 이 서한에는 SBC 회장인 조니 헌트 목사, 직전회장이자 대통령 종교 자문 담당인 프랭크 페이지 목사, 교단 실행위원회장인 모리스 채프맨 목사 등 주요 지도자들이 서명했다.

이들은 지속되고 있는 교인들의 구금 상태와, 향후 실형 선고가 가능해질 수도 있는 현재 상황이 지진 참사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아이티인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국제사회의 관심과 구호 노력을 약화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도 전했다.

“하나님께서 이 시기를 선하게 사용하셔서, 미국 내에서 아이티의 어려운 상황에 대한 각성이 더 일어나게 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라고 밝힌 지도자들은, “이 사건은 지진 피해자들을 돕고자 하는 우리의 열정을 꺾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 적법하고, 관대하고, 온정에 넘치는 구호를 위한 우리의 열정을 되새겼다”고 말했다.

대부분이 미국 아이다호 주 침례교회인 센트럴 밸리 처치 소속으로 아이티에 파견된 이들 10명의 선교팀은 지난달 29일, 적법 절차 없이 아이티 어린이 33명을 도미니카공화국에 있는 임시 고아원에 데려가기 위해 국경을 넘던 중 아이티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아이티는 어린이 해외 인신매매를 방지하기 위해 어린이의 해외 출국에 대한 사전 허가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선교팀이 출국시키려 한 어린이들 모두는 적절한 서류를 갖추고 있지 않았으며, 이들 중 일부는 고아가 아니라 부모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티 당국은 4일, 이들 교인들 10명을 모두 유괴 혐의로 기소했다. 아이티 법에 따르면, 유괴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을시 최단 5년에서 최장 15년까지 징역 선고가 가능하다.

한편 미국 정부는 현재까지 이번 사건에 개입하기 원하지 않는다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5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기자들에게 미국이 기소된 교인들에게 영사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아이티 정부와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클린턴 장관은 그러나 “이 사건은 전적으로 아이티 사법에 의해 처리되어야 하고, 아이티 정부의 권한을 존중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