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만 보고 바로 집어들었다. <힘내라, 한국 교회(동연)>. 그간 소위 ‘기독교(인) 비판서적’들을 너무 많이 소개해 읽는 동안 지쳤던 까닭이다. 어쨌든 힘내라니, 한국 교회가 힘이 빠지긴 빠진 것일까. 그렇잖아도 <왜 기독교인은 예수를 믿지 않을까(위즈덤하우스)> 등등의 책들이 아직 남아있다.

하지만 덮어놓고 ‘긍정의 힘’만을 외치는 내용은 아니다. 저자인 이원규 교수도 그런 부류의 인물이 아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나 교회를 비판적으로 분석해 왔다”는 저자는 “한국 사회와 교회의 현실에서 희망보다는 절망을, 낙관보다는 비관적 전망을, 긍정보다는 부정적 평가를 하는 경우가 솔직히 많았다”고 고백한다.

이 책에 대해서도 “그렇게 긍정적이거나 낙관적이거나 희망적인 내용들로 채워져 있지 않고, 오히려 상당히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종교사회학계의 대가인 저자는 30여년간 한국 사회와 교회를 전문가 입장에서 연구·분석해 왔다.

이원규 교수는 첫 페이지부터 ‘위기의 한국교회’를 진단하고 원인을 살핀다. 1980년대까지 급성장하던 교회가 1990년대 이후 침체의 늪에 빠지기 시작한 요인으로는 상황적 요인과 교회적 요인이 있는데, 보다 중요한 요인은 교회적 요인이며 이는 한국교회가 사회적 공신력을 잃어버리고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또 유럽과 미국의 많은 교회들처럼 영성(spirituality)과 도덕성(morality), 공동체성(community-ness)을 상실한 채 세속적이고(물질·명예·권력·지위를 탐하는) 부도덕하며(정직하거나 윤리적이지 못한), 이기적인(하나되지 못하고 다투고 개인적 복만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회생하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교회답지 못했고, 교인답지 못했던 점을 하나님과 모든 사람들 앞에 참회하고 새롭게 변화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한 마디로 교회 갱신운동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일부 사이비 진보언론사나 교회파괴 운동가들처럼 비판을 위한 비판, 기독교의 근간을 흔들고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비판이 아닌 한국교회에 애정어린 충고를 던진다. 그리고 대안을 제시한다. 우리 사회의 마지막 희망은 교회일 수 있고, 교회여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교회의 존재 이유는, 사회에 희망을 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소위 초대형 교회의 ‘세습’을 일반적 여론과 정서가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남성보다 종교적인’ 여성을 차별하는 행태를 비판한다. 유독 이단 종파가 많은 것에 대해서는 ‘병든 사회와 병든 종교’ 때문이라 일갈하고, ‘누구나 한 번쯤 교회 오는 날’이었던 성탄절은 교회에서조차 상업주의에 짓눌려 죽어버렸다고 개탄한다.

저자는 “한국 교회가 한국 사회에 희망을 주는 것 자체가 ‘희망사항’일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한국 교회는 희망을 말하고 우리 사회의 희망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사회에는 지금 희망이 필요하고 우리는 희망을 가져야 하는데, 한국 교회가 우리 사회에 희망을 주는 역할을 담당해야 함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대표적인 근거로 ‘사회적 기여도’를 저자는 제시한다. 기독교는 복음이 들어온 후 몇십 년간 한국 사회의 근대화와 개화, 사회 발전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 문맹퇴치운동·계몽운동, 의료·복지·교육 문제, 농민·여성·절제·물산장려운동 등을 주도하면서 발전에 크게 공헌했고, 개인의 존엄성, 인간의 권리·자유, 평등과 정의 등의 가치를 새롭게 전파해 민주주의 발전의 기틀을 놓았다.

나아가 일제 치하에서는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독립운동을 주도해 온 국민들의 존경을 받았다. 1960년대 이후 근대화·산업화 과정에서도 민주화와 경제발전 모두에 크게 기여해 왔다. 이어 성숙한 시민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도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주의할 것이 ‘문화적 제국주의(Cultrual Imperialism)’다. 자신의 우월성을 내세워 일방적으로 다른 문화를 지배하거나 억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요즘 기독교가 민족 문화에 대해 이같은 선교 경향을 보이는 것을 우려하면서, ‘모든 종교는 결국 비슷한 진리’라는 다원주의(pluralism)는 곤란하지만 ‘기독교만이 진리’라는 배타주의(exclusivism)도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이웃 종교들에 비해 매우 배타적인 한국교회의 현 모습은 민족문화 선교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므로, 공격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를 버리고 그들의 종교와 문화를 존중하면서 기독교의 특성과 우월성을 대화로 설득·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도할 때도 말에 앞서 행실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무차별적이고 경쟁적이며 요란하고 혐오감을 주는 전도 방식을 지양하고, 통계에도 나타나듯 노방 전도도 중요하지만 비신자인 부모와 배우자를 먼저 전도한다면 수백만명의 새신자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교회 성도들의 65% 이상이 20세 이전에 신앙생활을 시작하는 점에서 교회학교 교육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종 민감한 사회현상들에서도 기독교적인 입장을 밝혔다. 저자는 2부 ‘한국 사회, 희망을 말하자’에서 출산율, 자살, 사형제도, 제사, 장묘, 환생, 경제성장, 주5일 근무제 등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다. 특히 ‘제사를 기독교적으로 승화시키자’, ‘화장 문화를 정착시키자’, ‘많은 기독교인들이 믿고 있는 환생, 무엇이 문제인가’, ‘사형 제도는 비신앙적이다’ 등의 주장은 새겨볼만 하다. 저자는 “부끄러운 모습도 있지만, 한국인은 기적을 만들어 냈다”며 “긍정적으로, 웃으며, 나누며 살자”는 당부로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