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원로 지도자의 진심어린 충고와 스스로에 대한 깊은 성찰 속에 여야 정계 지도자들이 성숙된 2010년 한 해를 기약하며 손을 맞잡았다.

6일 오전 7시 30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새해 첫 국회조찬기도회에서는 정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기독교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극동방송 회장 김장환 목사가 설교를 통해 국회의원들을 향한 당부를 전했다.

단 아래에서는 여당인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제1야당인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나란히 자리해 설교를 경청했으며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롯해 약 30여 명의 크리스천 국회의원들이 참석했다. 여야 간 극한 대립 속에 지난 해 말을 보낸 만큼 많은 취재진들도 이날 기도회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김 목사는 “새해를 맞이해 가슴이 부푼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원자력 발전소를 수주하고,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라는 것에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며 “국민들이 기대하는 대한민국 국회의원, 존경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되어 달라”고 전했다.

“설교 내용을 어젯밤에 다시 바꿨다”는 김 목사는 “칼은 육체를 상하게 하지만 혀는 육체와 영혼 모두를 상하게 한다”며 “참된 말인가, 필요한 말인가, 친절한 말인가 이 세 가지를 따른다면 절대 싸움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나운 국회의원상보다 온유한 국회의원상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 김 목사는 “정세균 대표님, 사랑의 씨 좀 뿌려 달라. 정몽준 대표님도 숫자가 적은 민주당에 사랑의 씨 좀 뿌려 달라”고 요청하며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다른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풍요롭게 사는 것이다. 올 한 해 하나님이 민족을 축복해주셔서 위대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축사를 전한 김형오 국회의장의 표정은 엄숙했다. 김 국회의장은 “다사다난하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국회가 시끄러웠고 여야가 극한 대립으로 밤을 세웠다. 각당 정파의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런 행태는 국민들의 분노만 산다. 이제 국회가 다시 태어나기 위해 저부터 모두가 새로운 각오와 결심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관계법 통과 과정에서 야당으로부터 심한 비난을 받았던 김 국회의장은 “적어도 국회의 수장인 국회의장에게 막말하는 풍토는 없어야 한다”며 “앞으로는 보다 더 많이 양보하는 당과 정치인이 존경받고 신뢰받는 때가 될 것이다. 거창하게 나라와 국민을 이야기하기 전에 서로 신뢰하고 양보해야 한다. 새해를 맞아 때 묻은 과거를 씻자”고 전했다.

이어 다소 편안한 모습으로 축사를 전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해 국회가 국민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금년 한 해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드는 일에 정세균 민주당 대표님과 모여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는 “금년 한 해 동료 의원님들 개개인이 존경받고 국회가 존경받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무소속에서 오랫동안 의원직에 있다가 집권당의 대표를 맡아 미숙한 면이 많은 사람이다. 정 대표님 바쁘시겠지만 가끔 뵙고 좋은 말씀을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축사를 전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한 자리에 모이는 것조차 어려워 보였는데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양극화가 심화된 지난 한 해, 정치력과 관용, 포용력이 상실된 한 해를 보내고 새롭게 시작하라는 의미에서 많은 눈이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국회는 힘센 사람이 아니라 정치인들이 모인 곳이다. 힘센 사람들이 일방통행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새겨야 한다”며 “물론 힘이 약한 사람은 힘이 센 사람을 인정하는 관용도 필요하다. 조화 가운데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축사 직후 황우여 국회조찬기도회 회장은 국회의장 및 여야 대표가 함께 악수를 나누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여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양당 대표들은 다소 어색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김장환 목사를 중심으로 손을 맞잡아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