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교회 입장에서는 이만큼 성장한 것도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저 같은 사람에게 뭐 들을 얘기가 있겠습니까. 부끄럽네요(웃음).”

브니엘교회 장성권 목사는 50세에야 개척을 시작했다. 23년간 해병대 부사관으로 근무하면서 부모님을 모시다, 40이 넘어서야 신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7년간 신학대·대학원 과정을 마치자마자 영혼 구원 사역에 뛰어들었다.

그가 개척을 시작한 곳은 신도시 개발이 한창인 용인 기흥 지역이다. 하지만 고층아파트 밀집지역과는 떨어진, 5층짜리 저소득층 아파트단지 상가에 위치해 있다. 재개발이 예정돼 있는, 낙후지역이었다. 게다가 멀지 않은 곳에는 화광교회(담임 윤호균 목사), 새에덴교회(담임 소강석 목사), 지구촌교회(담임 이동원 목사) 등 지역을 대표하는 교회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전혀 연고가 없는 이곳에서 10여명의 성도들을 기르면서 힘겹게 사역하던 장 목사는 7년째인 지난 1년간 배가(倍加) 성장을 이뤄냈다. 여러 곳에서 지원을 받으며 근근이 버텨오던 교회에서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10-15명이 모여 예배드리던 주일예배에는 현재 30-40명이 고정적으로 출석하고 있다.

◈전도=개척 직후 장 목사는 공원에서, 길거리에서, 가가호호 방문해서 무작정 ‘예수 구원’을 외쳤다. 앰프까지 마련해 버스 정류장에서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열매는 쉽게 거둬지지 않았다. 매연에 목만 따가워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낙심됐고, 슬럼프에 빠졌다. 월세를 내지 못해 자립이 더 시급해졌다. 그래서 사회복지대학원에 등록했다. 월세라도 벌어볼 심산이었다. 그러다 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를 만났고, 1년간 30만원을 지원받으면서 매달 열리는 세미나를 통해 도전과 충격을 받았다.

“목회사관 훈련에서는 매일 4시간 이상 전도하라고 하잖아요? 훈련을 이수하려니 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훈련을 받고 ‘탄력’을 받았죠.” ‘고기가 많다! 신난다!’를 외치다 보니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힘이 생기니 열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떻게 전도해야 할지 알게 됐고, 전도하면 된다는 확신이 생겼다는 점이 가장 큰 소득이었어요.”

함께 훈련받는 주변 목회자들 2-3명과 뜻을 모았다. 매달 셋째주 목요일에 함께 모여 ‘품앗이 노방전도’를 시작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파라솔도 펴고 음식도 나눠주니 마치 동네 잔치하는 것 같다”고 한다. 그와 함께 품앗이 전도에 나선 장제동 목사(용인우리교회), 박문래 목사(용인만복교회)목회자들도 개척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함께 성장하고 있다. 특히 용인우리교회의 경우 개척 2년도 되지 않았지만 품앗이 전도를 함께하며 꾸준히 전도한 결과 출석성도가 30명이 넘는다고 한다.

▲비록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이제 브니엘교회 주일예배 시간에 빈 자리를 찾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7년간의 전도를 통해 ‘사람을 사귀고 만나는 것이 전도의 시작’임을 깨달았다. “무조건 전도지만 나눠주면 된다는 생각이 바뀌었지요. 한 명을 만나도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게 좋아요. 다음에 다시 만날 수 있는 끈이 있어야지요.” 그래서 동네 사람들을 많이 사귀었다고 한다. 그리고 교회가 조금씩 성장하면서 대형교회가 잘 하지 않는 돌봄 사역에도 뛰어들었다.

◈성도=경험은 역량을 끌어올렸다. 장 목사는 지난해 한 대학생과 일대일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한 가정이 교회에 나오기로 했는데, 자녀인 대학생이 진지하고 진리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학생과 함께 방학을 이용, 2달간 로마서로 구원과 믿음의 도리에 대해 함께 나눴다. “그 학생이 믿음의 도리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되면서 변화를 체험하게 됐습니다.” 그는 내용을 확장시켜 주일 오후예배 때 로마서 강해를 시작했고, 17일로 마무리됐다. 오는 24일부터는 신구약 전체를 공부할 예정이다. 수요기도회에서도 강해설교를 한다.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로 그는 “직접 전도하지 않았는데도 온 사람들”을 들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하는 그는 “전도하지 않은 분이 오셨을 때 더 힘이 났다”고 한다. 개척교회지만 장로도 한 분 있다. 그는 “근처로 이사오신 분이신데, 여기저기 다녀보시다 우리 교회에 정착하신 것 같다”며 “그 분이 고신 출신이신데 우리 교단이 고려 쪽이라 오신 것 같다”고도 했다.

또 하나의 기쁜 소식. “근처 동백지구로 이사가신 가정이 있었는데, 이사가신 뒤로도 차를 타고 교회로 나오신다”고 그는 얘기했다. 5층짜리 15평 아파트에 사는 이 지역 주민들의 유일한 꿈은 근처 동백이나 수지, 분당 지역의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가는 것이다. 그는 “근처에 좋은 교회가 많이 있을텐데 우리 교회에 계속 나오세요. 참 감사한 일이죠”라고 말했다.

◈틈새시장=성도들이 늘어나면서 브니엘교회는 세 걱정은 일단 덜었다. 그리고 통로 반대쪽 상가 사무실 2칸을 빌려 사무실과 식당을 마련했다.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정성스럽게 싼 도시락에 사랑을 담아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한다. 독거노인들은 곧 밥과 함께 영의 양식을 먹게 될 것이다.

먼저 근처 양로원 등을 돌아다니며 독거노인과 조손가정들을 파악했다. 그리고 ‘나눔과기쁨’이 주관하는 반찬나눔 사역을 시작했다. 나눔과기쁨이 지원하는 10개 도시락을 배달·지원하는 것으로 시작한 사역은 교회에서 10개를 더 부담하면서 20개로 늘었다. 그는 웃음을 띠며 “반찬을 받으시는 분들 중 2분은 교회에 매주 나오신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사역은 학원을 다니지 못하는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무료 영어교실’이다. 그는 해병대 부사관 시절 미국에서 영어를 배운 경험이 있어 초등학교에서 잠시 영어 특활교사를 하기도 했다. “제가 직접 가르치고 있어요. 전도도 해야 해서 일주일에 2번 정도밖에 하지는 못하지만, 학생들이 좋아할 때 보람을 느끼지요.”

꽤 큰 돈을 주고 책장과 책들을 샀다. 초등학생 12명, 중학생들도 3명 이상 와서 배우고 있다. “배우는 학생들 중에는 우리 교회에 나오시는 가정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습니다.” 그는 ‘교회 가면 뭔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조언=“요즘은 목회 분야가 사회복지 등 다양하지요. 자립할 수 있는 방법도 여러가지가 있고요. 하지만 개척교회 목회자라면 다른 생각 하기보다 죽을 각오로 전도하는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봅니다. 여기에 승부를 걸어야 하지요. 그러면 확실히 답은 나옵니다.” 처음 개척을 시작할 때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다. “첫 마음을 뺏기면 안 되지요. 예수 복음 전해서 사람 살리려고 개척한 것 아닙니까?”

‘전도의 체질화’도 강조했다. “이것저것 다 좋습니다. 하지만 내 것으로 만들어야죠. 어떻게 할지 몰라서 세미나를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먼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거기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장 목사는 큰 교회가 세세하게 신경쓰지 못하는 돌봄 사역에 주력하고 있다.

“주위에 개척하다 문 닫은 분들을 보면서 ‘오직 전도’라는 생각이 들어요.” 브니엘교회는 2가지 비전이 있다. ‘우리교회보다 작은 교회를 돕고 싶다’, ‘우리 교회에서 선교사를 파송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2010년까지 10구역, 100가정의 목표를 채워 선교사 1명을 파송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교회가 조금만 더 안정되면 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에도 감사의 빚을 갚아야죠.”

[기획의도] 한국교회가 위기라고들 한다. 특히 작은교회가 성장하는 건 이제 불가능하다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제 불황에서도 쑥쑥 성장하는 기업이 나타나듯, 하나님 나라는 지금도 어디선가 커져 나가고 있다. 박재열 목사(한국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장)가 말했듯 “하나님이 돌아가시지 않으셨고, 성령님이 출장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현실’이 아니다. 여호수아와 갈렙이 고백했던 ‘할 수 있다(Yes, we can)’는 믿음이다. 부활절을 맞아 척박한 환경 가운데서도 영혼 구원에 앞장서고 있는 작은교회들의 ‘부활 찬가’ 사례들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