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갑 교수
콜롬비아 신학대학원에서 예배학 교수와 한미목회연구소 소장직을 맡고 있는 허정갑 교수의 예배탐방 이야기를 싣는다. 미국교회를 중심으로 예배의 모습을 때로는 진솔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전달하는 필자의 시각을 존중해 되도록 본문 그대로 싣는다. 탐방한 교회의 역사적인 배경이나 예배 모습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자 편집을 최소한으로 했다. 아래 글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한미목회연구소(www.webkam.org)에 있다. -편집자 주-

예배공간은 예배에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우리가 공간을 만드는 것 같지만 사실 공간이 우리를 만들어가며 예배에서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의 사고방식, 및 신학과 스타일을 규정지어 주기 때문이다.

▲성요한 루터교회는 서로 마주보는 공간에서 회중의 참여적 예배가 어떠한지 체험하고 있다.ⓒ한미목회연구소
교회 장의자에 앉아서 한 방향으로 드리는 예배에 익숙한 우리들은 서로 마주보며 서로 동등하게 참여하는 예배에 대한 경험과 인식이 부족하다. 그러하기에 참여적 예배공간을 소개하는 목적으로 루터교회를 찾았다.

성요한 루터교회는 서로 마주보는 공간에서의 회중의 참여적 예배가 어떠한지를 오랜 역사를 통하여 매 주일 실천하고 있다. (공간을 변화시켜 예배의 변화를 가져온 대표적인 예로서 뉴욕 맨해튼의 St. Paul’s Chapel의 웹 사이트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www.trinitywallstreet.org/photos/images/slideshows/pews/pews.html)

벨소리와 함께 예배인도자들은 로브를 걸치고 입구에 위치한 세례반에서 물을 붓는 의식과 함께 예배의 부름을 선포하고 십자가를 높이 들며 입장을 한다. 제8일 예수님의 부활을 상징하는 팔각의 예배공간은 1969년에 독일 이민자들이 세운 건축양식이다. 독일 루터교회의 강한 영향인지 모르지만 다른 인종은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루터교회는 진보적인 ELCA와 보수적인 미조리 시노드로 나뉘어있다. 한국에 선교사를 파송한 쪽은 미조리 시노드이기에 약 미국에 480만명의 교인수를 갖고있는 비교적 큰 교단인 Evangelical Lutheran Church of America (ELCA)에 대하여서는 잘 모르고 있는것 같다.

음악을 사랑한 루터의 후예답게 이 교회 교인들 또한 예배를 통하여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피아노, 오르간, 핸드드럼, 플롯, 트럼펫, 드럼세트, 성가대, 칸토, 침묵, 어린이들의 웃음이 어우러진 다양한 소리의 향연 속에 성경을 3번 읽는데 구약, 서신서, 복음서 각 본문을 읽고 나서 침묵을 알리는 징소리와 침묵을 깨는 종소리를 울린다. 성경봉독을 포함한 예배의 모든 순서가 주보에 실려 있고 순서를 설명하는 주석이 주보와 함께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교회의 빨간 대문은 어린양의 피를 상징한다.ⓒ한미목회연구소
복음서는 모두 일어서서 담임 목사가 낭독하고 침묵으로 서 있는 채로 지키며 회중 속에서 받은 하나님의 말씀을 서로 짧게 나누도록 한다. 요한복음 15장의 나는 참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회중에게 “abide 내안에 거한다”는 뜻을 질문하며 회중의 답을 참여하도록 목회자는 유도하고 있다.

그 이유는 예수님의 사랑으로 뭉쳐진 말씀을 전하기 위함이라 한다. Let God love on you! 설교자는 설교 후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길 기도하며 2분간의 침묵을 지킨다. 이 모든 시간동안 어린아이들도 예배전체에 참여함을 보며 가족중심의 예전적 교회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회중은 부활의 찬송을 부르고 니케아 신경을 고백한다. 사도신경보다 더 오래된 니케아 신경은 동방교회와 서방교회가 합의한 가장 오래된 신앙고백서이다. 사도신경이 세례와 관련된다면 니케아신경은 성만찬과 관련되어 예배에 고백되어진다.

회중기도는 일어서서 하는데 이 회중에게는 일어선다는 것이 하나님께 가장 큰 예의를 표현하는 것 같다. 약 150여명의 회중은 이 기도시간에 각자의 기도를 회중석에서 큰 목소리로 짧게 드린다.

특별히 어머니날인 당일의 상황을 고려한 이 세상의 어머니들을 위한 기도제목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5월을 가정의 달로 정한 한국교회는 예배의 주제가 어버이날에 그 초점을 맞추겠지만 예수님의 생애를 중심으로 지키는 교회력을 따르는 이 교회의 예배는 그 중심을 예수님의 부활에 두고 있다.

그러나 광고시간과 기도시간을 통하여 오늘의 사회적 현실과 기도제목들이 나누어진다. 회중은 교회헌금을 헌금봉투에 넣어 돌리는 쟁반에 올리고 사회적 구제헌금과 용품 및 음식들은 중앙에 위치한 성만찬 식탁에 가져다 놓는다.

▲식사 시간인 성만찬 순서.ⓒ한미목회연구소
식사(Meal)라고 명명한 성만찬 순서는 담임목사가 집례한다. 루터교회는 설교와 성만찬을 동일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전하는 신학을 바탕으로 같은 사람이 설교와 성만찬을 매 주일 집례 하여야 함을 가르친다. 성만찬 기도에서 상투스를 노래하고 주기도문은 옆 사람과 손을 잡고 기도하며 드린다. 회중은 어린양 예수의 노래를 하며 중앙에 위치한 식탁으로 나아간다.

유리화로 만들어진 십자가가 예배실 중앙 한 가운데 높은 천장에 걸려있으며 2006년도에 발행된 루터란 찬송가를 이 회중은 사용하며 다양한 음악으로 회중의 참여를 부르고 있다. 오늘이 어머니날이라는 세속적 주제를 도모하지 않고 교회력 중심으로 부활절을 지키며 마지막 찬송에는 큰 원을 만들어 스텝 춤을 추면서 부활의 찬송을 기쁨으로 부르며 예배를 마친다. 몸을 사용하고 오감을 총동원한 예배의 모습이다.

예배를 마친 후 교회 출석하는 에모리 캔들러 신학교 교수 2가족을 만날 수 있었고 그 중 예배와 음악을 가르치다 최근에 은퇴한 던 살리에스 교수부부와 그 자녀를 만날 수 있었다. 담임목사는 캔들러에서 신학생들에게 예배실습 수업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역시 예배를 가르치는 교수답게 목회자는 다른 교회와 비교되게 예배회중을 잘 이끌어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예전의 질서를 잘 수행하면서 동시에 제스처와 그 표현이 자유롭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인지하며 반복된 예전을 통하여 회중에게 그 능력을 잘 전하고 있음을 본다. 무엇이 참여적 예배인지를 실제로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모델링을 찾을 수 있어서 기쁜 방문이었다. 공간의 아름다움과 적극적으로 예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이 어우러지는 입체예배의 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