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송전탑 문제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6일 학교측 대표단이 한국전력 김쌍수 사장과 만나고 핫라인까지 개설하는 등 기대감을 모았지만 이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고난주간,1천8백명 현장서 릴레이 철야
문제해결 위해 1백억 지출은 비상식적


신학대학원과 신학원, 교직원 1천8백여명은 고난주간을 맞아 건설현장에서 릴레이 철야기도를 진행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송전탑철거비상대책위(위원장 정훈택 교수)는 14일 한전 본사 앞에서 열기로 했던 시위를 일단 유보했다. 하지만 이번 주로 예상되는 공사방해금지가처분 판결을 앞두고 공사 재개 움직임이 감지돼, 공사 현장 출입구 앞을 트럭으로 막아놓은 상태다.

대책위는 김쌍수 사장과의 면담 이후 송전탑 설치 총책임자와 다시 만났지만, 서로 입장차가 커 합일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측에서 줄곧 제안하는 핵심 내용은 송전탑 부지를 학교측이 구입해 지주와 협상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완전한 이전은 아니더라도 설계 변경 전의 위치로는 수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12만평에 달하는 해당 부지는 세중나모그룹 천신일 회장의 소유로, 이를 구입하기 위해선 총 1백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학교측은 이같은 안이 문제의 근본 원인인 한전의 책임을 외면하고 학교에 부담을 전가하는 처사라는 분위기다. 마치 큰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처럼 협상에 임하는 한전의 자세도 못마땅하다.

대책위도 초반에는 임야 구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대로 진행되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심정에서였다. 하지만 오직 송전탑 이전을 위해 거액을 들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천 회장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땅인 만큼 이번 기회에 앓는 이 빼는 격이 될 것”이라며 “처음부터 일언지하에 거절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행정법의 절반은 ‘공법’, 절반은 ‘사법’”
‘권력형 비리’ 의문 제기, 2580 등 시사프로그램서도 관심


한전이 송전탑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절차의 불법성은 이미 지적된 바 있다. 하지만 그보다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라는 것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전이 산업자원부로부터 송전탑 건설을 승인받은 때는 2005년 8월 22일이나, 소유주는 이보다 1개월 앞서 변경 요구 민원을 제기했다. 국책 사업의 최초 계획을 관보에 고시하기도 전에 특정인에게 알리는 것은 부당한 것이며, 한전이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기도 전 토지소유주와 모종의 합의를 하지 않았느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유주 천신일 회장과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만큼 한전이 송전탑 선로 변경을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MBC ‘시사매거진 2580’ 등 일반 언론에서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책위 관계자는 “아는 후배 판사는 ‘행정법의 절반은 ‘공법’이고 나머지 절반은 ‘사법’으로 봐야 한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결국 ‘정치력’에 달렸다는 이야기다. 길자연 목사를 비롯한 교단 내 정치력 있는 목회자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하는 이유다.

총회는 총장 선출 문제로 수개월째 난항
“가처분 판결 나와도 절대 물러설 수 없어”


목소리가 하나로 모이지 않는 점도 문제다. 현재 예장 합동총회는 총신대 총장 선출 문제로 6, 7개월째 제대로 된 접근을 못하고 있다. 관계자는 “하나로 뭉쳐야 할 때에 우리 스스로가 메뚜기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그나마 요즘 들어 조금씩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총회 차원에서 한번 만 목소리를 내달라”고 말했다.

학교 입장에선 이번 문제는 조금도 물러설 수 없다. 예정대로 송전탑이 건설되면 학교의 재산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보도서관, 학생복지훈련센터 건립계획에도 차질이 생기는 등 학교발전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공사 방해 금지 가처분 판결이 나와도 “막을 수밖에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법적으로만 대응할 수 없는 것도 송전탑 이전보다는 보상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큰 요인에서다.

한편 대책위는 송전탑 이전을 위한 ‘탄원서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으며 3백 명 이상 연대 서명하거나 노회나 지역별로 탄원서를 지속적으로 제출해 교단 산하 전 교회가 사태 해결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