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신년을 맞이해 세대교체, 교회연합, 2세 사역, 부흥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들고 시카고 지역 목회자 40인을 만난다. 이 인터뷰를 통해 시카고 한인교회의 여론을 수렴하고 한인교회의 미래와 나아갈 바를 조명하고자 함이다. 40인 인터뷰는 시카고 교계의 발전을 위한, 가능한 모든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목회자들이 시무하는 교회의 교세, 목회자의 교단적 배경, 목회 연수 등에 관계없는 순으로 게재된다.

일곱번째 인터뷰는 헤브론교회 김현준 목사다. 그는 고등학생 때 이민와 뉴욕 세인트존스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필라델피아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M.Div.를, 텍사스 달라스신학교에서 목회자 리더십으로 S.T.M.을, 프린스톤신학교에서 기독교윤리학으로 Th.M.을 마쳤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미군 군목으로 10년간 목회한 경력이며 이 기간동안 미국인 목회를 경험했다. 이민목회 경력은 8년째 접어 들었고 헤브론교회에 부임하기 전에는 워싱턴DC의 새비전교회에서 담임했다.

-목사님은 1.5세 목회자로서는 드물다 할 정도로 짧은 기간에 다양한 목회 경험을 쌓으셨습니다. 헤브론교회는 시카고를 대표할만한 대형교회인데 부임하신지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1년간의 목회를 돌아 보신다면?

저는 ‘인생은 해석’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인생의 모든 상황은 해석하기 나름이죠. 그래서 군목 시절에는 군인들에게 “반쯤 물이 찬 물컵을 반이 비어 있다가 아니라, 반이 차 있다”라고 해석하자고 격려했습니다. 헤브론교회에서도 성도님들에게 이렇게 격려하고 있습니다. 주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사는 우리는 주님의 말씀대로 삶을 해석하며 살자고 격려합니다. 왜냐하면 로마서 8장 28절에 보면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에겐 모든 것이 합력해 선을 이룬다’고 하셨습니다. 갈등도 있고 어려움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 가는 과정’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해석하면, 시카고에 신임 목회자들이 정착하지 못하는 현상 역시 문제라고 해석하기보다는 정착하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맞추어 가는 과정이라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어떤 상황이라도 선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격동이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 갈등은 물론이거니와 공동체적 해산의 고통도 따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희망찬 미래를 향한 발판의 과정으로써 이러한 갈등은 정상이라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교회의 주인은 예수님이시기 때문에 주님께서 선을 이루어 주시는 결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그러므로 맞추어 가는 과정에 생기는 갈등은 필수적인 것이며,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가는 ‘필요’입니다. 모자이크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모자이크를 보면 전체적 그림을 구성하기 위해 전혀 쓸모없어 보이는 검정색 조각도 필요한 것을 알게 됩니다. 지금 교계가 겪는 갈등도 완벽한 선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검정색 조각’ 같은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해답은 없습니까?

한가지 정확한 해답은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또한 완전한 해답은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통치,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믿는 것입니다. 이 모든 상황을 현재로서는 그 누구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 시카고 지역에 유독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관점에는 동의하시나요?

군목으로 섬기면서 여러 지역에서 사역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인들 외에도 백인, 흑인들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였습니다. 결론은 사람은 똑같다는 것입니다. 백인교회는 백인교회 나름의 갈등, 기도제목이 있습니다. 조화를 이루어가기 위해 겪는 과정이 있습니다.

시카고 지역에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곳에서 목회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아 어떻게 말씀을 드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느리지만 꾸준히’라는 삶의 자세로 대처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선임 목회자가 닦아 놓은 전통 위에서 그것이 잘 계승되어 다음 사역자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청빙받은 목회자가 초점을 두어야 할 사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려받은 전통을 잘 파악하도록 시간을 두고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점진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보다는 ‘관계’에 중점을 두고, ‘속도와 효율성’보다는 ‘공감대’를 먼저 생각하며 사역할 때 좋은 결과가 그 과정에서 나오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하면서 낮은 자세로 여유를 가지고 섬길 때 하나님께서 그 과정을 축복해 주실 것입니다.

-시카고 지역이 상당히 보수적 정서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요.

보수적 정서도 있겠지만 변화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모든 ‘액션(action)’에는 ‘리액션(reaction)’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한꺼번에 일시에 변화를 주려고 하지 말고, 조금씩 점진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변화를 주면 변화에 대한 리액션도 적을 뿐 아니라 긍정적으로 될 것입니다. 성도님들은 변화를 갈망하지만 동시에 염려하는 마음도 있기 때문입니다.

- 신임 목회자와 성도들의 갈등 문제도 간과할 수는 없는 문제로 지적됩니다.

이러한 점이 은혜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성도님들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목사님이 청빙되려면 성도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신임 목회자들은 적어도 성도님의 3분의 2가 찬성하여 초빙받은 분입니다. 그러므로 성도님들께서는 적어도 5년 정도는 목회자를 신뢰해 드리고 사역의 기회를 드리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이렇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최후의 만찬자리에서 예수님의 제자들은 자리 다툼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이런 모습과 얼마 후면 배반할 것을 아시면서도 그들을 끝까지 사랑하고 발을 씻겨 주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현재의 모습보다는 앞날에 변화될 모습에 소망을 걸고, 신뢰하고 사랑하면 좋은 결과가 날 것이라 봅니다. 성도님들께서 신임 목회자가 사역을 잘할 것이라고 신뢰해 주시고 그 기대와 소망을 끝까지 가지고 인내드리면 분명 훌륭하고 행복한 사역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 목사님은 1.5세로서 현재 2세 사역을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2세 사역이 고사상태라고 하는데 해법이 있을까요?

‘고사상태’라고 해석하기보다는 ‘움트고 있는 상태’라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미주 대부분의 지역에서 2세 사역은 이제 씨를 뿌려 물을 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카고뿐 아니라 뉴욕, 워싱턴DC 지역도 대형교회, 중소형교회가 2세 사역을 위해 많이 고심하고 있고 실질적으로 최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고사상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땅 속에 있는 씨앗이 뿌리가 내리지만 안 보이듯 열심히 자라고 있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생각하고 싶은 것은 2세 사역은 개교회 상황에 따라 모양과 방법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2세 사역은 벤치마킹이 힘들다고 봅니다. 개교회마다 처한 상황과 사역 양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저 교회의 모델을 이 교회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섬기고 있는 헤브론교회 경우는 ‘다양일치의 한 교회’라는 비전을 세웠습니다. 왜냐하면 3번에 걸쳐 2세 사역이 아픔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한어부와 영어부로 나누어 사역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그 아픔을 ‘파송’이라고 해석하고 이제는 ‘하나’라는 새로운 비전으로 2세 사역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으로 한달에 한 번씩 ‘한마당’예배를 드립니다. 한어권 부모와 영어권 자녀가 함께 본당에 모여 이중언어로 찬양하고 기도하고 말씀을 듣습니다. 이렇듯이 개교회의 상황과 비전에 따라서 2세를 분리시켜고 독립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또한 ‘한 교회’로 시도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어떤 방법이든, 긴 안목을 가지고, 비록 시행착오가 있을 지라도, 개교회 사정에 맞는 방법을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할 때 좋은 결과는 있다고 봅니다.

-한인교회의 연합활동과 미국교회의 연합활동은 어떻게 다른가요?

‘연합’을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해석하면 좋습니다. 그리할 때 연합은 가시적이고 물리적인 연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실은 모든교회는 연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드러나진 않지만 지역사회를 섬기고, 장학사업을 하고, 구제사업을 하는 모든 것들이 지역교회들이 함께 하고 있는 ‘연합’의 비가시적인 모습입니다. 한 자리에 모여 공통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연합이지만,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보면, 지역교회가 열심히 사역하고 있으면 그것이 바로 연합이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군대의 연합과 같습니다. 일선에서 전투를 직접하는 보병도 있지만, 연합하여 그들을 후원하는 포병과 수송병, 통신병도 있습니다. 교협이나 교역자회가 일선의 보병과 같다면 전면에 나서지 않을 뿐이지 뒤에서 돕는 모든 교회가 연합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것은 카트리나 구제에서도 증명되었습니다. 한인교회는 연합하여 큰 힘을 모았습니다. 어떤 종교를 보더라도 교회만큼 연합이 잘 되는 곳은 없죠. 중요한 것은 교회들이 성삼위 하나님을 중심으로 연합되어 있으며 이미 연합된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계 속의 여러 톱니가 각기 자신의 일을 잘할 때 시간이 맞추어져가듯, 모든 개교회가 각자의 사역에 충실하면 하나님의 나라는 이미 이루어진 연합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간다고 봅니다.

-미국 내 안티 기독교적인 세력은 교회가 전도와 선교를 상당히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데, 좀더 효과적인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기독교에 대한 비판은 예수님 공생애부터 있었던 자연적인 것입니다. 하지만 복음을 외치는 것은 복음 전도의 가장 중요한 방법입니다. 구약의 선지자들도 외쳐 전파했습니다. 세례요한도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였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외쳐 전파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모두 외쳐 전파합니다. 2천년을 내려 오면서 기독교 복음은 외침으로 전파되어 왔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달해도 복음 전파는 외침으로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물론 복음이 전파될 때 모두 다 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복음은 전파되면 항상 양극화 현상이 나타납니다. 해가 비치면 살아있는 식물을 자라지만, 죽은 식물은 말라 죽는 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때문에 교회는 비판이나 안티반응에 너무 과민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복음을 외쳐 전파하는 일에 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봅니다. 받아들이면 하나님께 감사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복음이 제대로 증거됐구나 생각하면 됩니다. 전도 전략도 중요하지만 외치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민교회의 사명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사도행전 1장 8절 말씀에 이에 대한 해답이 있습니다. ‘예루살렘과 유대, 사마리아, 땅끝까지 선교할 사명’입니다. 이 말씀에 의하면 목회 자체가 선교입니다. 그러므로 이민교회의 제일 사명은 우리의 ‘예루살렘’인, ‘가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민가정을 복음화하고 치유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이 우리의 ‘유대’인데, 2세들입니다. 2세 사역과 교육이 선교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들, 한인 디아스포라를 교육하고 신앙적으로 키우는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우리의 ‘사마리아’로서 지역사회와 타민족 전도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러나 힘쓸 것은 우리의 ‘땅끝’입니다. 이것은 해외선교로써 단기, 장기선교사를 파송하고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나라가 선포되도록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