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다들 어렵다고 합니다. 개인 사업을 하시는 분들은 피부로 느끼는가 봅니다. 한인 이민자들 가운데 집을 잃을 위기에 있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가 힘겨운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해도 느는 것은 빚밖에 없는 분들도 계십니다. 부시 대통령은 경기 침체(recession)가 아니라 단지 slow down하는 것뿐이라고 위로하려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시기를 잘 견디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교우들의 어려움을 마음으로 함께 아파하면서, 몇 가지 생각을 나누고 싶습니다.

첫째,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마음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싶습니다. "어렵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다 보면, 더 어렵게 느껴지고 마음에 짜증이 쌓일 수 있습니다. 외적인 상황이 어려운데 마음까지 찌들면 이중고에 시달리게 됩니다. 다 같이 겪는 어려움이니 서로 격려해 가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도록 힘써야 하겠습니다. 믿음은 바로 이런 때 그 능력을 발휘합니다. 모두 다 힘들다고 말할 때에도 활기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믿음 안에 있습니다.

둘째, 가능한대로 생활을 줄이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쓰고 싶은 것 다 쓰고 사고 싶은 것 다 사면서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렵다고 불평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면 그 어려움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남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다 가지고 살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특히 동양 이민자들에게 뿌리 깊은 최신식 제품에 대한 소유 욕구를 경계해야 합니다. 최신 제품을 가지고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기보다는 구식 기계를 오래도록 사용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합니다. 그것이 기독교적인 덕목에도 맞습니다.

셋째, 때로는 지혜롭고도 용기 있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때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고, 또 때로는 견디고 버티는 인내력이 필요합니다. 포기해야 할 때도 있고, 새로 시작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믿을만한 사람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그 문제를 두고 깊이 기도한 다음, 내면의 음성을 따라 결단해야 합니다. 깨끗이 손을 털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경우도 있을지 모릅니다.

저는 어려울 때마다 제가 자라던 시기를 생각합니다. 그 때의 생활수준은 형편없었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우리는 그 때도 즐겁게 살았습니다. 지금 우리의 형편이 아무리 좋지 않다 한들, 그 때 만큼이야 하겠습니까? 그 때도 견뎌냈는데, 지금인들 견뎌내지 못할 리가 있겠습니까? 알고 보면, 우리의 두려움의 대부분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킬 수 없다는 불안감이나, 남들 다 가진 것을 가질 수 없다는 상대적 상실감에서 옵니다. 그 생각만 내려놓는다면, 단출한 살림살이 속에서도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를 여유가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사정도 모르고 하는 소리로 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