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문화는 청소년 문화입니다.

미국 역사 속에서 청소년 시기라고 불리는 기간이 있었습니다. 전후에 태어난 청소년들은 미국 역사 속에서 처음으로 가사를 돕기 위한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대였습니다. 최초로 받아 누리면서 자란 세대였습니다. 그들이 청소년기에 접어들자 미국의 대중문화가 청소년화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나이가 청소년기를 지난 후에도 청소년적인 문화는 상당 기간 계속되었습니다.

한국 사회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는 것 같습니다. 중등교육을 받기 위해서 스스로 학비를 벌어야 했던 세대는 이번 대통령을 끝으로 역사에서 사라집니다. 돈을 벌고 생계를 염려하면서 자라던 세대는 지나고 이제 받기만 하고 누리기만 하던 세대가 청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었습니다. 청소년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의미보다 재미가 더 중요합니다. 내실보다 형식이 더 중요합니다. 아직 쓸 만해도 새것을 얻기 위해서 옛것이라는 이유만으로 폐기처분 합니다.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과 당장 먹을 것이 없고 잘 곳이 없는 절망적인 상황을 겪은 적도 없고 본 적도 없고 생각한 적도 없습니다. 근거 없는 막연한 기대가 넘치고 만에 하나 있을 위기에 대비하려는 의식이 전혀 없습니다. 어른들도 아이들 흉내를 내려 합니다. 젊음이 절대 선이 되고 치기가 순수함이 되었습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나왔습니다. 가장 나이어린 여성 우주인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29살의 젊은 여성이 세운 기록입니다. 우주 탐사 역사가 반세기에 달하는 선진국에서도 미처 달성하지 못한 최연소 기록을 대한민국이 만든 것입니다.

우주인이 되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입니다. 좁은 승무원 공간에 갇혀서 발사 순간을 기다리던 미국의 어떤 우주인이 그 위험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나는 지금 최저가 경쟁을 통해서 납품된 수십만개의 부품으로 조립된 기계 위에 앉아 내 몸 밑에서 수천 톤의 폭발물이 터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수 만개의 절차와 과정, 수십만개의 부품이 완벽하게 작동해야 성공하는 일입니다. 모든 사고의 가능성을 미리 생각하고 대비해야 하는 일입니다. 우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는 정신적, 신체적 준비가 되어야 합니다.

어느 나라나 우주 개발은 군사 작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우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안보, 군사적인 절차와 규범 등에 익숙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수만 명의 신청자 중에서 고르고 고른 우주인 후보가 28살 30살 청년이었습니다. 최종 후보 중에 군 장교들도 있었지만 민간인으로서 젊은 청년들을 골랐습니다. 결국 최초의 우주인으로 준비하고 있던 고산 씨는 훈련 자료 유출이라는 "사소한" 보안 규정 위반으로 탈락되었습니다. 지극히 청소년 적인 모습니다.

한국 사회가 속히 청소년 티를 벗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신선한 신인이라면 무조건 믿어주는 정치 풍토, 사람들을 겪고 조직을 다루었던 경력을 하나도 쳐 주지 않는 기업 풍토, 원로의 말에 코웃음치고 청년의 힘만 박수 받는 문화가 원숙한 문화로 성숙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열정과 격정의 세대가 원숙과 안정의 세대와 함께 가야 한다는 숙제는 사회의 숙제일 뿐 아니라 신앙 공동체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위 칼럼은 지혜와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인 '연우포럼'(www.younwooforum.com)과 합의하에 전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