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에 했던, 영화 <밀양>에 대한 단기 연속 설교를 수정 보완하여 <숨어계신 하나님>이라는 책으로 엮었습니다. 이번에도 한국 IVP에서 원고를 받아 예쁜 책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어제 그 책을 받아 들고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연속 설교를 준비하느라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지냈던 몇 주일을 회상해 보았습니다. 그 이후에 받은 여러 가지의 반응과 의견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참으로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렇게 회상하면서 저는 ‘나는 참 행복한 목사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연속 설교를 시도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망설임과 기도가 있었는지요! 목회자들과의 회의에서 이 계획을 꺼냈을 때, 염려하는 의견이 없지 않았습니다. 또 다시 며칠을 망설이다가 장로 기도회에서 이 생각을 내어 놓았습니다. 장로님들께서는 “목사님이 그 영화를 보시고 그렇게 판단하셨으면 한 번 해 보십시오”라는 의견을 보여 주셨습니다. 큰 격려가 되었습니다. “무슨, 교회에서 영화 가지고 설교를 합니까?”라고 반대할 분이 계실 법도 했지만, 모두 격려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목사인 저를 믿어 주고, 도대체 듣도 보도 못한 ‘영화 설교’를 시도하도록 후원해 주는 장로님들과 함께 목회하고 있는 저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입니까? 장로님들만이 아닙니다. 교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전, ‘빌라도의 회상’이라는 일인칭 설교를 두 주간 동안 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도 파격적인 실험이었습니다만, 교우들께서는 저를 믿어 주시고 귀를 기우려 주셨습니다. 적지 않은 교우들께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제게는 믿어지는 구석도 있지만, 또한 주저되는 구석도 적지 않습니다. 그럴 때마다 교우들께서 지켜봐 주시고, 그 때마다 박수를 쳐 주셨습니다. 물론, 제게 들리지 않는 걱정의 소리도 있을 줄 압니다. 마땅치 않지만 더 두고 보자는 마음으로 참고 있는 분들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이 계시다는 생각을 하기에 더 조심하고 재삼재사 확인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우리 교우들이 저의 영적 실험을 반기며 기대감으로 지켜보고 계신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가장 행복한 목사 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어떤 창조나 발견도 실험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것은 영적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목회에서도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창조의 영이 우리의 마음에서 활동하고 있다면, 부단히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실험성이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교회들은 너무도 굳어 있어서 그 어떤 실험에 대해서도 거부 반응을 보입니다. 창조의 영이 가장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곳이 교회이니 교회가 가장 창조적이어야 마땅한데, 실상은 그 반대입니다. 그래서 창조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교회를 멀리하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우리 교회를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하나님의 창조의 영이 막힘없이 활동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안에서 저도 조심스럽지만 그러나 용감하게 창조적인 사역을 시도해 나갈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