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제가 즐겨 보는 히스토리 채널에서 관심을 확 끄는 프로그램을 소개했습니다. 고대 수퍼 해군 (Ancient Super Navy)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고대인들의 기술과 유적을 주로 다루는 다큐멘터리인 "고대의 발견 (Ancient Discoveries)" 시리즈 중의 한 편입니다. 처음 "고대 수퍼 해군"이라는 제목을 듣는 순간 거북선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예고편에서 거북선 모습이 비치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방영 일시를 확인을 하고 아이들에게도 보여 주려고 녹화 준비까지 해 두고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프로그램 방영 시간이 되어 티비 앞에 앉았습니다. 시리즈 내내 고대인들이 가진 테크날러지가 현대 기술 수준보다 처지지 않고 종종 더 뛰어났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많이 보여주는 프로그램답게 고대 주요 해군이 해전에서 보여 준 기술과 전법이 뛰어나고 놀랍다는 서론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첫 번째로 소개된 것이 바로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이었습니다. 기대는 했지만 막상 고대 수퍼 해군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첫 번째로 조선 해군의 거북선이 나오는 것을 보고 무척 감동이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은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인 위치, 바다 건너 이웃 나라 일본과 끊임없는 갈등이 벌어지는 관계 등의 배경을 설명하고는 이어서 거북선과 거북선을 활용한 전술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거북선에 장착된 포들을 소개하고 해전에서 적용되는 조선 수군의 전술과 전투 방식까지 알려 주었습니다. 선수에 붙어 있는 거북 머리의 입에서는 화학무기라고 볼 수 있는 독성 있는 연기를 내뿜도록 되어 있다고 설명하고는 고대 무기 전문가가 실제로 화학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시연을 하는 내용까지 곁들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꼭 보여 주어야겠다고 혼자 흥분하면서 보고 있는데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거북선과 조선 수군의 전술에 관한 전문가로 한국인 학자 두 분이 등장했습니다. 한 분은 박물관에서 활동하는 분이고 또 다른 분은 한국 고대 무기를 연구하는 교수님 같았습니다.

그 두 분이 박물관을 배경으로 거북선의 특징과 무장을 설명할 때 한국말로 하시고 내레이터가 영어로 그 내용을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전 세계에 방영되는 역사물에 등장하는 한국 전문가가 영어로 직접 설명을 하면 참 좋았겠다고 생각하면서 계속 봤습니다.

그 후 일본 해군이 사용했던 수류탄 형태의 무기를 소개하는 장면에서 일본 무기 박물관에서 일하는 일본인 전문가는 일본 사람 억양이 진하게 묻어나는 영어로 직접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조선 수군의 거북선에서 시작해서 유럽 각국의 고대 해군 군사 기술을 소개하는 한 시간 동안의 프로그램에서 영어로 직접 소개하지 못한 전문가는 첫 번째로 등장한 거북선 전문가들뿐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를 무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한국말로 키울 수 있는 경쟁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여행할 때나 음식 주문할 때 필요한 실용 영어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문화적 보화를 간직한 전문가들이 영어로 소통하지 않으면 너무도 많은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기독교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보화를 간직하고 있지만 세상의 문화와 용어로 전할 수 없다면 값어치를 인정받지 못하게 됩니다. 종교적인 기독교 용어보다 세상 언어라는 외국어 실력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

<위 칼럼은 지혜와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인 '연우포럼'(www.younwooforum.com)과 합의하에 전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