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라틴아메리카의 2월은 뜨겁다. 2월 6일 재의 금요일(Ash Wednesday)을 시작으로 부활절인 3월 23일까지 여섯번의 일요일을 뺀 40일간을 기독교에선 경건한 사순절(cuaresma)로 보낸다. 이땅에 사람의 모습으로 오신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고난과 부활을 거룩하게 기념하기 위해 사순절 직전(pre-Lenten) 며칠을 원색적인 축제를 벌이며 퇴폐적 향연에 몸과 마음을 던진다.

중미 과테말라의 축제와 엘살바도르 산미겔 까르나발은 매년 참회의 화요일(shrove Tuesday)인 2월 5, 6일 이틀간 조촐하게 치뤄지는데 재미는 밋밋하고, 규모에 있어서 주목받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 4대 미항으로 불려지는 우루과이 몬떼비데오, 베네수엘라 까루빠노(carupano), 바르께시메또의 까르나발 역시 동네 퍼레이드 수준에 불과하여 결코 화려하지 않다. 동네 사람이 모처럼 모여 하루나 이틀 거나하게 먹고 마시고 춤추고 친해지는 사교의 시간으로 활용하는 정도다.

애머랄드의 나라 콜롬비아 북부 대서양 연안에 있는 바랑끼야(Barranquilla)시의 까르나발의 역사는 깊고 규모도 대단하다. 청소년 고적대의 퍼레이드로 대회 시작을 알리면 크고작은 무개차에 다양하게 치장한 대열이 이어진다. 까리브해와 연접한 열대 도시 바랑끼야의 가장행렬은 알록달록한 원색으로 꾸며져 곁에 구경하는 사람들 조차 후꾼 달아오르게한다.

지구촌 최고의 축제는 당연 히우 지 자네이로(Rio de Janeiro, 일월의 강)의 까르나발을 손에 꼽는다. 바티칸을 향해 얼굴을 든채, 인자와 자비로 양팔을 벌리고 히오를 껴안는 꼬르꼬바도의 예수 동상 아래 펼쳐진 세계적인 히우의 까르나발엔 브라질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이목을 집중한다.

7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히우 삼바 경연장 삼바드로메(sambadrome)는 입구에 높이 서있는 특이한 상징탑으로도 유명하다. 꼬빠까바나와 이빠네마 해변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미니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브라질 까리오까(carioca, 히우 아가씨)의 엉덩이 뒤태를 본따서 만든 것으로 상징탑에서 조차 관능미가 물씬 뭍어난다.

브라질 최고의 삼바 스쿨이면서 전년도 삼바 챔피언인 베이자 플로르(beija flor)가 한해동안 비지땀을 흘리며 준비한 리허설을 1월 27일 삼바드로메에서 펼치면서 시작하는 정열적인 삼바축제의 밤은 2월 5일 챔피언 결정을 내고서야 막을 내린다.

매년 브라질 상위 13개 삼바 학교가 까르나발에서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기상천외한 장식과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지상최고의 화려한 무대를 삼바드루메에 펼친다. 300명의 바떼리아(bateria, 고수)와 삼바 가수들이 울려대는 시끌벅적한 장단소리, 한팀 당 100만달러이상을 쏟아붓고 만든 화려한 무대장치, 세계에서 몰려든 삼바 호사가들 앞에서 펼쳐지는 75분간의 퍼레이드에 까리오까들은 목숨을 건다. 다양한 주제와 문화가 담겨있는 퍼레이드대표 미인에 선발되기 위해 여인들은 갈비뼈 두세마디를 끊어내기도하고, 42번의 성형수술조차 감당하며 열광적으로 몰입한다.

비라도우르(Viradouro)삼바 학교의 금년도 퍼레이드 주제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유태인 학살을 상기시킨 '홀로코스트(holocaust 대학살)'여서 화제가 되었다. 피골이 상접한채 쌓여있는 유태인 사체더미, 이름없는 주검들의 벗어논 신발더미는 충격, 공포, 극한적인 슬픔을 회상케하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로 전달되었다.

쓰나미처럼 넘실거렸던 음란한 환희, 마약과 술에 몽롱하게 쩔었던 무기력함, 땀과 소변 냄새를 남기고 까르나발은 막 끝났다. 쉴새없이 시작된 사순절때문에 저들 영혼은 혼란스러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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