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수요일이 ‘재의 수요일’ 혹은 ‘성회 수요일’(Ash Wednesday)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생각하며 침묵과 절제와 성찰에 마음을 쓰는 40일의 영적 여행을 시작하는 날입니다. 주일은 원래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하는 날이기 때문에 계산에서 제외됩니다. 성회 수요일에는 감람나무 잎사귀를 태운 재를 이마 혹은 손목에 바르고 회개의 기도를 드립니다. 아울러 부활절까지 경건하게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기도를 올립니다. 이 기간을 가리켜 ‘사순절’(Lent)이라고 부릅니다.

뉴올리언즈(New Orleans)에서 매년 이맘때면 Mardi Gras라는 축제가 열립니다. 영어로 하자면 ‘Fat Tuesday'인데, 성회 수요일 직전의 화요일을 가리킵니다. 옛날 천주교인들은 이 날을, 사순절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는 날로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나중에는 세속적인 축제가 되어 버렸고, 지독한 폭식과 방탕과 타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타락상이 얼마나 컸던지,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즈를 강타했을 때, 그것을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제 40일 동안 절제해야 하니, 그 이전에 마음껏 먹고 즐기자”는 태도가 얼마나 어처구니없습니까? 그런데 그 논리에 은근슬쩍 편승하여 즐겨 보려는 사람들이 있으니, 인간의 심보가 얼마나 교활한지요! 그럴 거라면 차라리 사순절을 지키지 않는 편이 더 나을 듯합니다. 혹은 사순절을 지키는 동안 절제의 정도를 약간 늦추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우리 교회는 이번 해에도 사순절 새벽기도회로 모입니다. 매일 새벽 마태복음을 읽으며 주님의 생애와 가르침과 수난을 묵상할 것입니다. 첫 날, 성회 수요일에는 ‘재의 의식’도 행할 것입니다. 맥클린과 매나싸스에서 따로 모일 것입니다. 맥클린은 취학 연령의 자녀들을 둔 가정을 위해 평소보다 약간 이르게 5시 30분에 모이고, 토요일에만 6시에 모이겠습니다. 매나싸스 캠퍼스는 6시에 모일 것입니다. 할 수 있는 대로 기도회로 모여 함께 영적으로 성숙하는 계기를 만들어 보기를 청합니다.

올 해에는 두 분의 캠퍼스 담당 목사님들이 기도회를 인도할 것입니다. 마지막 두 주간만 제가, 한 주일은 매나싸스에서, 또 한 주일은 맥클린에서 인도할 것입니다. 이 기간 동안 저는 수요 성경 강해에 더욱 집중하려 합니다. 이번 기회가 두 분의 캠퍼스 담당 목사님들의 영적 지도력이 성장하고, 성도들께서 그분들의 진가를 경험하는 기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수요예배에 대해 관심을 가져 주십사고 부탁드립니다. 수요 예배를 시작하기 전에는 제가 다른 과목을 강의하면서 교우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제가 교우들을 만나는 것은 주일 예배와 수요 예배로 국한할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더욱 이 두 예배 준비에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수요 예배에 적극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서의 말씀을 깊이 있게 연구하는 기쁨이 적지 않습니다. 함께 찬양하고 기도하는 은혜도 큽니다.

이번 사순절 기간 동안, 새벽 기도회와 수요 예배와 개인적으로 가지는 경건의 시간을 통해 우리 교회가 영적으로 한 단계 성숙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