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자유 옹호 단체들이 파키스탄에서 기독교인 소녀를 비롯한 종교적 소수자 아동의 납치와 강제 개종·결혼이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 의회에 대응을 촉구했다. 이들은 경찰과 사법기관의 부실한 대응이 피해자 보호와 가족의 구제 절차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에 따르면, 기독교 인권단체 주빌리 캠페인(Jubilee Campaign)은 북미 전 이슬람 단체(EXMNA)와 협력해 지난 10월 13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미 의회 보좌진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열었다. 행사에는 영 김, 빌 후이젠가, 말린 스투츠먼, 프라밀라 자야팔,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실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후이젠가 의원은 하원 외교위원회 남아시아·중앙아시아 소위원장을 맡고 있다.

주빌리 캠페인의 네덜란드 담당 옹호 활동가이자 '정의를 위한 목소리'(Voices for Justice)의 의장인 조지프 얀센은 보고서 '빼앗긴 소녀들'(Stolen Girls)의 개정판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19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기독교인 소녀 납치, 강압에 의한 종교 개종, 강제 결혼 사례 210건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발표한 기존 보고서를 갱신한 것이다.

얀센은 "피해 가족들이 정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비협조와 사법제도의 차별을 겪고 있으며, 강압으로 작성됐을 가능성이 있는 진술이나 허위 문서를 충분히 조사하지 않은 채 받아들이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라호르에서 2025년 7월 납치된 당시 13세의 마리아 샤바즈를 비롯해 앰버 나딤, 사타이시 마리암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 의원들이 외교적 압박을 통해 피해 소녀들의 보호와 귀환을 지원하고 파키스탄 당국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얀센은 "아동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며 "종교적 주장이 납치를 정당화할 수 없으며, 결혼증명서가 아동의 나이를 없애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종교의 자유는 선택의 자유를 의미한다"며 "강압으로 개종을 강요받은 소녀가 이전의 신앙으로 돌아가거나 가족에게 귀환하려 한다는 이유로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브리핑에서는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도 주요 쟁점으로 다뤘다. EXMNA의 프로젝트 매니저 아이샤 칸은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은 일부 행위에 대해 사형을 포함한 중형을 규정하고 있으며, 종교적 소수자와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겨냥한 자의적 체포와 군중 폭력으로 이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를 법의 오용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법 자체가 금지하는 행위와 제한의 범위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칸은 "종교와 신념의 자유는 종교를 바꾸거나 거부할 권리, 종교적 사상을 비판할 권리까지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키스탄은 사상·양심·종교·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을 비준했지만, 신성모독법은 종교적 사상에 대한 비판을 제한하고 피고발자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2011년 신성모독법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살만 타세르 당시 펀자브주 주지사가 경호원에게 살해된 사건도 언급했다.

칸은 온라인 검열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파키스탄 통신 규제 당국이 2025년 신성모독 관련 콘텐츠로 분류한 URL 10만 개 이상을 차단했다"며 "당국이 이슬람에 모욕적이라고 판단한 콘텐츠를 삭제하도록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압력을 행사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EXMNA가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 '위키이슬람'(WikiIslam) 역시 파키스탄에서 차단됐다"고 전했다. 위키이슬람은 이슬람 경전과 가르침 등을 비판적으로 다루는 플랫폼이다.

주빌리 캠페인의 훌다 파흐미는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 위원장 아시프 마흐무드의 발언을 소개했다. 마흐무드는 미 국무부가 2023년 12월 파키스탄을 종교 자유 '특별우려국'(Country of Particular Concern, CPC)으로 지정한 것을 환영하면서도, 국가안보 면제 조항을 해제해 지정에 따른 조치가 실질적으로 이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USCIRF는 신성모독법과 힌두교·시크교·기독교 소녀 및 여성의 강제 개종과 아동 결혼을 방지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 등을 이유로 2002년부터 파키스탄을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할 것을 권고해 왔다.

신성모독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7년 넘게 수감됐던 파키스탄 기독교인 샤구프타 카우사르도 행사에서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그는 "수감 중 이슬람 신앙고백을 하면 더 나은 수감 환경과 석방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기독교 신앙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카우사르는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지원 끝에 석방됐으며, 그의 사건은 유럽의회에서도 다뤄졌다.

참석자들은 미국 의회가 파키스탄의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입법·정책적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파키스탄 자유·책임법안'(Pakistan Freedom and Accountability Act, H.R. 5271)과 무슬림 다수 국가에서의 기독교인 박해를 다룬 하원 결의안 594호, 해외의 심각한 종교 자유 제한에 우려를 표명한 하원 결의안 738호를 언급하며 "파키스탄의 종교 자유 문제를 관련 논의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