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아신대학교)
(Photo : ) 신성욱 교수(아신대학교)

[1] 최근 네팔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는 한순간에 마을과 도로, 교량과 집들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빙하와 암석 붕괴에 따른 갑작스러운 홍수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었고, 지금도 구조와 수색이 계속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런데 그런 참혹한 장면 중에서도 유독 나의 시선을 붙잡은 것이 하나 있었다. 거센 흙탕물과 잔해가 주변을 휩쓸어 가는 가운데 끝까지 버티고 서 있던 '청록색으로 칠해진 집 한 채' 말이다.

[2] 영상에는 집 주변으로 거대한 물살과 각종 잔해가 밀려드는 모습이 보이지만, 그 집은 무너지지 않았고 그 안에 있던 가족도 살아남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강물이 끊임없이 그 집의 기초를 침식하려 했고, 각종 잔해가 벽에 거세게 부딪히는 무시무시한 광경이었다. 집 안에 있던 가족은 위층에서 기다렸으며, 이후 전해진 보도에 따르면 이 집은 제때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임시 피난처가 되었단다.

[3] 그 집은 이제 전 세계에서 '회복력의 상징'이 되어 회자되고 있다. 어떤 건물도 절대적으로 무너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집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는 튼튼한 기초와 견고한 기둥, 그리고 잘 설계된 보가 재난이 잦은 지역에서 어떻게 생명을 구할 수 있는지를 리얼하게 보여 주었다.
계속해서 그 영상을 돌려보는데, 여러 성경 구절이 떠올랐다.

[4] 마 7:24절에서 예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는 자는 그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지혜로운 사람 같으리니.”
예수님은 이어서 비가 내리고, 창수가 나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부딪쳤다고 말씀하신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예수님은 반석 위에 지은 집에도 폭풍이 온다고 말씀하셨다. 반석 위에 집을 지었다고 해서 비가 피해 가는 것이 아니다.

[5] 창수가 오지 않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똑같은 비가 내리고, 똑같은 홍수가 밀려오고, 똑같은 바람이 불어온다. 그런데 차이가 있다. 어떤 차이일까? 바로 폭풍이 아니라 '기초'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
모래 위에 세운 집도 평온할 때는 멀쩡해 보인다. 반석 위에 세운 집도 안전할 때는 차이를 알 수 없다. 그러나 홍수가 오면 비로소 진가가 드러난다.

[6] 우리의 인생도 그렇다. 평소에는 믿음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가 잘 보이지 않는다. 건강할 때는 무엇을 의지하는지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사업이 잘될 때는 어디에 소망을 두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가정이 평안할 때는 무엇이 우리의 삶을 붙들고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인생의 홍수가 밀려온다. 질병이라는 비바람이 몰아친다. 실패라는 홍수가 찾아온다. 배신이라는 폭풍우가 엄습한다.

[7] ‘죽음’이라는 파도가 친다. 그리고 때로는
우리가 손 쓸 수 없는 거대한 재난이 우리 앞에 밀려온다. 그때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다 드러난다. “내가 무엇 위에 인생을 세웠는가?”
집의 색깔보다 중요한 것은 ‘기초 (Foundation)이다.
네팔의 그 집은 청록색이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그 집의 선명한 색깔에 시선을 빼앗길 수 있지만, 집을 지탱한 것은 색깔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기초와 구조'였다.

[8]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이다. 교회에 오래 다녔다는 사실이 우리를 견고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신앙 연륜이 오래 되었다는 것이 우리를 견고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성경을 많이 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매주 설교를 한다고 피해갈 수 없다.
사람들에게 믿음 좋은 사람으로 칭찬받는 것도 우리의 기초가 될 수 없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아주 단순하다.

[9]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는 자’”라야 한다. 말씀을 듣고, 말씀을 믿고, 말씀 위에 열매로 삶을 세우는 사람이다.
폭풍이 왔을 때에야 비로소 알게 된다. 그동안 자신이 의지했던 바가 무엇인지를 말이다. 돈이 나를 붙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돈이 무너진다. 사람이 나를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이 떠난다. 건강이 나의 미래라고 생각했는데, 건강이 흔들린다.

[10] 내 능력이 나를 구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능력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 그때 마지막까지 남아있어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나님의 말씀’이다. @홍수는 동시에 그 집이 무엇 위에 세워졌는지를 세상에 보여 준다. 지금 우리가 평안할 때 우리의 기초를 다시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폭풍이 오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만큼이나, 폭풍이 와도 무너지지 않는 단단하고 견고한 믿음을 달라고 기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