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국방부가 군인과 군종목사들이 의무 참석하는 공식 행사에서 하나님이나 특정 종교 전통을 언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새로운 지침을 시행하면서 종교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에 따르면, 캐나다 국방부는 지난 7월 26일 '군대 환경에서의 영적 성찰'(Spiritual Reflection in the Military Context)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은 캐나다군(CAF) 구성원이 공식 또는 준공식 행사에서 발언할 경우 특정 종교 전통에 속하는 언어와 상징, 그리고 하나님이나 신성을 직접 언급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휘권 이양식이나 졸업식, 의무 참석 군사 행사, 정부가 주관하는 각종 기념식에서는 기존의 기도 대신 종교적 색채를 배제한 '영적 성찰'(Spiritual Reflection)이 권장된다. 왕립 캐나다 재향군인회가 주관하는 현충일 기념행사 등도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군종목사의 역할 자체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군종목사는 자발적으로 참석하는 예배를 인도하고, 장례 예식을 집례하며, 장병과 가족을 위한 목회 상담과 영적 돌봄 사역은 계속 수행할 수 있다. 이번 정책은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공적 행사에서의 종교적 표현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립성이 아니라 신앙의 배제"

캐나다복음주의연합(EFC)은 이번 정책이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을 넘어 신앙인의 표현을 공적 영역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EFC의 수석 대사이자 명예회장인 브루스 클레멘저(Bruce Clemenger)는 "이 정책은 단순히 기도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참석자 가운데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군종목사의 영적 성찰을 사실상 세속적이고 인본주의적인 언어로만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에는 군종목사들이 먼저 다양한 종교와 세계관을 존중한다는 취지의 안내를 한 뒤 기도나 묵상을 진행해 왔지만, 2023년 정책 변경 이후 공식 행사에서는 기도 자체가 허용되지 않게 됐고, 이번 지침을 통해 하나님이나 종교적 표현까지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캐나다 대법원의 종교 중립성 관련 판례를 근거로 이번 정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5년 대법원은 "지방의회 회의를 특정 종교의 기도로 시작하는 관행이 종교적 중립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EFC는 "이러한 판례가 종교적 표현을 모두 공적 공간에서 제거하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오히려 다양한 종교와 비종교적 세계관이 함께 존재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어느 한쪽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중립"이라고 강조했다.

클레멘저는 "종교적 언어를 모두 제거하는 것이 중립이라고 보는 것은 하나의 세속적 세계관을 다른 세계관보다 우위에 두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 역시 공공 영역에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캐나다와 영국,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공공기관이 특정 종교를 지지하거나 배제하지 않기 위해 종교적 상징과 표현을 제한하는 정책을 확대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반면 종교 단체들은 이러한 조치가 오히려 종교를 공적 영역에서 배제하고 세속주의를 사실상의 기준으로 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번 정책 역시 서구 사회에서 이어지고 있는 종교 자유와 국가 중립성 논쟁의 연장선에 있다.

EFC는 정부에 이번 지침을 재검토하고, 특정 종교를 우대하지 않으면서도 신앙인과 비신앙인 모두의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