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아신대학교)
(Photo : ) 신성욱 교수(아신대학교)

[1] 어제 저녁, 토론토에서 잠시 한국을 방문한 아우 목사와 안양에 위치한 열린교회 담임 목사를 만나 식사하면서 길게 교제를 가진 적이 있다. ‘열린교회에 부임한지 몇 년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3년이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벌써 그렇게 되었냐’고 했더니, ‘형님은 벌써라고 하지만 저의 3년은 엄청 길었어요’라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목회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돌아서면 새로운 설교 준비로 바쁘고, 대인관계도 쉽지 않은 게 담임 목회다.

[2] 나도 미국에서 담임 목회를 2년 해봐서 잘 안다. 교수 사역을 하려고 유학했기에 전임 교수가 되었는데, 60이 넘어가니 마지막을 한국에서 담임 목회를 경험하고 끝내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강의도 좋지만 역시 목사는 설교를 해야 살맛이 난다는 사실을 부흥회를 인도하면서 절감했다. 그동안 담임 목회 콜링이 여러 차례 있었으나 교수 사역이 시간도 많고, 마음도 편해서 응하지 않았는데, 뒤늦게 담임 목회하는 이들이 부러워졌다.

[3] 오늘 점심시간엔 한국 교회와 토론토 교회를 짊어지고 나가는 젊은 리더 목사 세 분과 만나서 식사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개인적으로는 친동생같이 아끼고 사랑하고 자랑하는 대단한 인물들이다. 모두가 탁월한 설교로 정평이 나 있는 데다, 인품도 탁월한 리더들이다. 무엇보다 성품이 다 좋다. 대화의 주된 내용은 당연히 목회와 설교에 관한 얘기이다.
실력과 인격을 겸비한 후배들이 교단을 대표하는 교회의 담임으로 사역하니 너무 기쁘다.

[4] 마음에 드는 후임 청빙에 고뇌하고 있는 교회들이 적지 않은데, 이 세 사람을 보면 어디에서 목회하더라도 문제없이 교회를 부흥시키고 교인들을 행복하게 만들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여러 면에서 모범이 될 만한 이런 후배들을 보면 드러내어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나서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강의 시간이나 평상시에 언급하면서 꼭 배우라고 자주 얘기하고 있는데, 후배들의 장점을 칭찬하고 나면 내 마음도 편해지고 행복해짐을 늘 경험하곤 한다.

[5] 나는 제자들 중에서도 자랑할 만한 학생들이 있으면 직접 전화해서 칭찬하고 격려해 주기를 좋아하는데, 제자들이 얼마나 기뻐하고 좋아하는지 모른다. 그렇게 힘이 된다고들 하니 더 많이 자랑하고 세워주게 되는 것 같다.
후배들을 바라보며 새삼 깨닫는 것이 하나 있다. 사람은 결국 혼자 성공하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격려하고 기뻐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숙해지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6] 나 또한 선배나 스승으로부터 칭찬을 먹고 자랐기에 그 일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젊은 시절에는 다른 사람의 성공이 나의 자리를 빼앗는 것처럼 느껴질 수가 있다. 그래서 은근히 비교하고, 경쟁하고, 때로는 인정하기를 아까워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진정한 기쁨은 내가 높아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세우신 다음 세대가 건강하게 자라서 큰 영향력을 끼치는 모습을 보는 데 있음을 배우게 된다.

[7] 바울이 디모데를 자랑했고, 모세가 여호수아를 세웠으며, 엘리야가 엘리사를 밀어주고, 바나바가 바울을 기꺼이 앞세웠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나님의 역사는 언제나 한 사람으로 끝나지 않고, 다음 세대로 이어질 때 더욱 아름답게 완성된다. 후배가 잘되는 것을 시기하는 사람은 자신의 시대도 아름답게 마무리하지 못하지만, 후배의 성공을 자신의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비록 무대 뒤에 서 있어도 하나님 나라를 가장 크게 섬기는 사람이다.

[8] 특히 목회는 더욱 그렇다. 훌륭한 설교 한 편을 남기는 것보다 훌륭한 설교자 한 사람을 세우는 일이 더 큰 사역일 수 있다. 큰 교회 하나를 이루는 것보다 하나님이 쓰실 건강한 목회자 한 사람을 격려하고 붙들어 주는 일이 어쩌면 더 오래 남는 열매일지 모른다. 사람은 언젠가 은퇴하지만, 믿음으로 세운 사람은 그 이후에도 계속 하나님의 일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더욱 해야 할 일이 있다.

[9] 후배들의 장점을 발견하면 아낌없이 칭찬해 주고, 잘한 일은 공개적으로 인정해 주며, 힘들어할 때는 조용히 손을 잡아 주고 격려하는 것이다. 진실된 칭찬은 사람을 교만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심어 준다. 한 사람의 진심 어린 격려가 한 목회자의 평생을 붙드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나 혼자 빛나는 인생보다, 다른 사람을 빛나게 하는 인생이 더 아름답다.

[10] 나를 통해 누군가가 용기를 얻고, 사명을 확인하며, 하나님 나라를 위해 더 크게 쓰임 받는다면 그것이야말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가장 복된 인생이 아닐까. 후배를 자랑할 수 있는 선배, 다음 세대를 기꺼이 응원할 수 있는 스승, 자신의 성공보다 하나님의 역사가 후배들을 통해서 계속 이어지는 것을 더 기뻐하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