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아신대학교)
(Photo : ) 신성욱 교수(아신대학교)

[1] 설교학자이자 매일 글을 쓰는 나는 ‘하상욱’이라는 젊은 시인의 시를 무지 좋아한다. 그는 2010년대 한국 문단에서 가장 독특한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인기 있는 시인이다. 그는 전통적인 문예지 등단을 거쳐 이름을 알린 시인이라기보다, SNS를 통해 ‘짧고 유머러스한 시’라는 새로운 독서 문화를 만든 작가로 평가할 수 있다.
1981년생인 그가 유명해진 이유는 뭘까?

[2] 일단 그의 시는 ‘극도로 짧다’. 길어도 넉 줄, 짧으면 두 줄, 더 짧은 건 한 문장, 한 단어이다. 그리고 마지막 한 줄이 반전이다. 처음엔 평범하게 시작하지만, 마지막에서 의미가 깨달아지고 뒤집힌다. 또 하나의 특징은 모든 내용이 ‘유머러스하다’는 점이다. 시를 읽자마자 웃음이 터져 나온다. 다른 하나는 ‘언어유희’(Word play)를 많이 활용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독자들이 오래 기억하도록 만든다.

[3] 그의 시 장점 중 다른 하나는 ‘매우 공감적’이라는 점이다. 시를 읽는 누구나가 다 한 번쯤은 경험해 본 내용이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하상욱 시의 최고 압권은 ‘제목이 뒤에 나온다’는 점이다. 시나 소설이나 수필은 반드시 제목이 먼저 등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의 시는 항상 제목이 맨 끝에 나온다. 때문에 그의 시를 읽으면 처음엔 뜻을 파악할 수 없다.

[4] 마지막에 나오는 제목을 읽을 때에야 비로소 웃음이 터져 나오게 시를 쓴다. 이게 그 시의 최고 강점이다. 하상욱 시인이 쓴 시를 몇 개 예로 들어보자.

“끝이 어딜까
너의 잠재력”
<다쓴 치약>

“벌써?”
<월요일>

“너도?”<시험 망침>

“연말정산”
<뭐가 뭔지>

[5] 포복절도할 내용들이다. 모두가 독자들을 뒤집어 놓는 시다.
이 귀여운 시인을 알게 된 것은 과거 이동원 목사님과 설교세미나를 같이 할 때였다. “아마도 신 교수가 이런 시를 매우 좋아할 거 같다”고 하시며 세미나 참석자들에게 그 시의 내용 몇 편을 소개하셨다. 그의 짧고 재치 있는 시를 보는 순간 나는 그의 팬이 되고 말았다.
그러다가 그를 더욱 좋아하게 만든 시 하나를 인터넷에서 우연히 보았다.

[6] 바로 이 시다.

“읽고는 있는데...”
<레위기>

속이 뒤집어졌다. 이후로 나는 그의 광팬이 되고 말았다. 그가 크리스찬이었기 때문이다.
새해에 마음먹고 ‘성경 일독’을 작심하고 창세기부터 읽어보지만, 대부분은 ‘레위기’에서 막히고 만다. 시의 내용대로 “읽고는 있는데...” 뜻 모를 내용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복음의 진수가 다 들어 있는데도 말이다.

[7] 내가 그의 시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그의 시 내용과 방향이 내가 추구하는 설교의 특징과 같았기 때문이다. 하상욱 시인의 시를 통해서 설교자들이 배워야 할 장점은 많다.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그의 시는 극도로 간결하다. 둘째, 그의 시는 누구나 다 아는 쉬운 소재를 사용한다. 셋째, 그의 시는 ‘언어유희’를 통해 오래 기억하게 한다.

[8] 읽는 사람마다 “맞아.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라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넷째, 그의 시는 독자들을 ‘웃게 한다’. 다섯째, 그의 시는 제목이 마지막에 등장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아하!”(Aha!)하게 만든다.
설교자의 관점에서 보면 하상욱 시인에게서 배울 점은 ‘짧고 재미있게 말하는 기술’이다. 설교자들의 설교문을 읽어보면 길고 복잡하고 너저분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9]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표현’, ‘누구나 공감하는 일상의 소재’, ‘유머와 위트와 해학 속에 생각거리를 남기는 구성’, 마지막 한 줄에 공개되는 ‘제목 반전기법’과 ‘아하 모먼트’(Aha Moment)’는 내가 창안한 설교의 특징과 방향과 맥을 같이 한다.
이런 요소들은 설교의 ‘제목’, ‘도입부’, ‘예화’, ‘핵심 문장’(Big Idea)를 만드는 데 유익을 주는 최고의 무기들이다.

[10] 사람은 배워야 한다. 복음을 전하는 이들은 되도록 많이 배워야 한다. 다변화된 세상 속에서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나 설교자들은 늘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어떻게 하면 복잡한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청중들에게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할 것인가?”
천하보다 소중한 복음을 가장 ‘맛있고, 재미있고, 멋있고, 의미심장하게’ 잘 전하기 위해 계속 연구하고 배우고 갈고 닦는 메신저들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