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요즘 나이 드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아무에게나 허락되는 특권도 아닙니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들을 생각하면, 나이 듦은 무거운 짐이기 전에 은총의 선물이기도 합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진 시대에 우리는 어디서든 어른들을 만납니다. 저도 어느새 제법 나이가 들었습니다. 때로 “젊어 보인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맙습니다. 그러나 저는 나이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배우며 살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은 절망과 소망의 경계를 오가며 살아가는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어떤 날은 밝은 아침 햇살처럼 마음이 환해지고, 어떤 날은 짙은 안개처럼 이유를 알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옵니다. 몸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은 점점 가까이 느껴지고, 세상은 점점 낯설게 변해갑니다. 그래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두 세계의 경계 사이를 걷는 일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믿음의 사람은 절망의 언덕에서 주저앉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 언덕 위에 소망의 집을 짓는 사람입니다. 다윗은 절망과 소망의 경계를 잘 알았습니다.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심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해 하는가”(시 42:5상). 그는 절망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도 않았습니다. “너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라 그가 나타나 도우심으로 말미암아 내가 여전히 찬송하리로다”(시 42:5하). 다윗은 낙심 중에도 소망의 하나님을 바라보았습니다.
소망의 집을 짓는 일은 하나님의 도우심을 받아 우리가 날마다 감당해야 할 거룩한 일입니다. 소망은 절망이 없는 곳에서 태어나지 않습니다. 소망은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나고, 눈물 가운데서 더욱 깊어집니다. 하나님은 소망의 하나님이십니다(롬 15:13). 하나님은 우리가 절망의 언덕 위에 소망의 집을 짓기를 원하십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날마다 소망의 집을 짓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첫째, 소망의 집은 약속의 말씀으로 짓는 집입니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재료가 필요합니다. 소망의 집을 짓는 가장 중요한 재료는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입니다. 아브라함이 백 세가 되었을 때, 인간적으로는 사라를 통해 아들을 얻는 소망을 품기 어려웠습니다. 그의 몸은 노쇠했고, 사라의 태도 닫힌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약속을 붙잡았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했고, 오래 참음으로 놀라운 복을 경험했습니다. 요셉은 종살이하는 중에도, 억울하게 감옥에 갇혀 있을 때에도 소망의 집을 지었습니다. 다윗은 광야와 굴에서 소망의 집을 지었습니다. 예레미야는 예루살렘의 폐허 속에서도 하나님의 성품과 약속을 붙잡았습니다.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애 3:22).
둘째, 소망의 집은 작은 순종의 벽돌로 짓는 집입니다. 집을 짓는 사람은 한꺼번에 집을 완성하지 않습니다. 벽돌 한 장 한 장을 정성스럽게 쌓아 올립니다. 소망의 집도 그렇습니다. 오늘 붙드는 말씀 한 구절, 오늘 드리는 기도 한마디, 오늘 흘리는 눈물 속에서 드리는 감사가 소망의 벽돌이 됩니다. 사람들은 크고 놀라운 기적을 기대하지만, 하나님은 작은 순종을 통해 소망의 집을 지어 가십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압니다. 집을 짓는 사람은 작은 재료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인생의 설계자이십니다. 하나님은 청사진만 그리시는 분이 아니라, 어디에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 아시는 분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말씀이라는 벽돌을 쌓고, 기도라는 창문을 달고, 감사의 문을 세우며, 사랑이라는 지붕을 얹습니다.
셋째, 소망의 집은 소망의 하나님을 바라보며 짓는 집입니다. 현실만 바라보면 절망할 이유가 많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바라보면 여전히 산 소망을 품게 됩니다. 우리의 소망은 상황에 있지 않고 하나님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어제도 신실하셨고, 오늘도 신실하시며, 영원히 신실하신 분입니다. 헨리 나우웬은 소망을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를 붙드는 믿음으로 보았습니다. 믿음의 소망은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아닙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신다”는 깊은 확신입니다.
나이 든다는 것은 절망과 소망 사이를 오가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그러나 믿음의 사람은 절망의 언덕 위에 벽돌을 하나씩 들어 올려 소망의 집을 짓습니다. 비록 세월이 흐르고 육신이 약해져도 소망의 집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그 집의 기초가 우리 자신이 아니라 소망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저도 늘 연약함과 씨름하며 살았습니다. 지금도 연약함을 느낍니다. 그러나 저는 절망의 언덕 위에 소망의 집을 지으며 살아왔습니다.
절망의 언덕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그 언덕의 높이를 더 잘 압니다. 그러나 그 언덕 위에 소망의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 복음의 능력입니다. 언젠가 주님 앞에 서는 날, 우리가 지은 가장 아름다운 집은 세상의 집이 아니라 눈물과 기도와 믿음으로 지어 온 소망의 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목양실에서 강준민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