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개신교단인 남침례회(Southern Baptist Convention, SBC)가 11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연례총회를 열고 다양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SBC가 공개한 결의안 목록에 따르면, 올해 총회에서는 미국 건국 250주년과 종교자유, 생명윤리, 반유대주의, 이민정책, 목회 직분 등에 관한 주요 안건이 상정됐다.

이들은 비밀투표 대신 거수투표 방식으로 가결됐으며, 심의 과정에서 일부 안건에 대한 토론과 수정안 제안도 있었다.

SBC 총회 결의안은 특정 정책 집행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교단의 입장과 우려를 공식적으로 천명하는 선언적 성격의 문서다. 따라서 결의안이 채택되더라도 교단 산하 기관에 즉각적인 행동을 의무화하는 효력은 없다.

미국 건국 250주년과 침례교의 종교 자유 유산

'미국 건국 250주년과 종교 자유에 대한 침례교의 기여' 결의안은 미국 건국 과정에서 침례교 지도자들이 종교 자유 확립에 기여한 역할을 조명한다.

결의안은 침례교 지도자들인 아이작 베커스(Isaac Backus)와 존 릴랜드(John Leland) 등이 종교의 자유를 옹호하며 미국 수정헌법 제1조 제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침례교인들이 종교 자유를 단순한 정치 원칙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책임을 지며 국가의 강요 없이 자유롭게 신앙을 선택해야 한다"는 성경적 신념으로 이해해 왔다고 강조했다.

조력자살 반대와 생명 존엄성 재확인

'조력자살과 생명의 존엄성' 결의안은 인간 생명이 수정 순간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존엄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한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지니고 있으므로 보호와 존엄, 돌봄을 받을 자격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결의안은 안락사와 조력자살을 비롯해 최근 일부 지역에서 사용되는 '의료적 죽음 지원'(Medical Aid in Dying), '존엄사'(Death with Dignity) 등의 명칭도 본질적으로 인간 생명을 의도적으로 종결시키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또한 "조력자살 합법화가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 압박과 차별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교회가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정서적·영적·실질적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유대주의는 죄악" 강력 규탄

SBC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유대주의 문제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결의안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미국과 세계 각지에서 반유대주의가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대인들이 언론·금융·정치·문화 등을 비밀리에 지배한다는 음모론이 온라인상에서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역사적으로 유대인 박해를 부추겨 온 허위 주장들의 현대적 재현"이라고 비판했다.

SBC는 "모든 형태의 반유대주의는 죄악이며 성경의 명확한 가르침에 반하는 것"이라며 "남침례교인들은 유대인 이웃들과 우정을 쌓고 예루살렘의 평화와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민정책 놓고 '법치와 인간 존엄성' 강조

'이민, 인간 존엄성, 그리고 법치주의' 결의안은 최근 미국 내 불법 이민 문제를 둘러싼 논쟁을 반영했다.

결의안은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 민족우월주의를 거부하면서도 불법적인 방식의 이민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SBC는 정부가 국경을 보호하고 이민법을 집행하는 책임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도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 없이 법 위반을 용서하는 형태의 사면에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인종·민족·출신 국가를 이유로 한 차별과 적대감 역시 거부하며, 합법적 절차를 통해 미국에 입국한 이민자와 난민들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 목사 금지 재확인 추진

이번 총회에서는 여성 목사 문제도 주요 쟁점이 됐다. 알버트 몰러 주니어(Albert Mohler Jr.) 총장은 교단 소속 교회에서 여성 목사를 허용하지 않는 기존 입장을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한 헌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상정된 '목사·장로·감독 직분에 관한 결의안'은 SBC 신앙고백서인 '2000년 침례교 신앙과 메시지'(Baptist Faith and Message 2000)를 인용하며, 목사·장로·감독 직분은 성경적 자격을 갖춘 남성에게만 허용된다고 재확인했다.

결의안은 여성들이 교회 내 제자훈련, 전도, 선교, 봉사 사역에서 수행해 온 중요한 역할에 감사를 표하며, 각 교회가 성경적 원칙 안에서 여성 사역을 적극 장려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해당 결의안은 선언적 성격의 결의안이며, 알버트 몰러 주니어 총장이 제안한 여성 목사 관련 헌법 개정안은 내년 총회에서 두 번째 승인을 받아야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