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종교 지도자들과 복음주의 단체들이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법치주의와 공적 책임의 원칙이 정치적 이해관계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변혁을 위한 종교 간 지도자 협의회'(ILCNT)는 최근 성명을 통해 "상원이 정치적 압력이나 외부 간섭 없이 탄핵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탄핵 심판은 진실 규명과 공공 신뢰 회복을 위한 민주주의적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협의회 의장인 콜린 바가포로(Colin Bagaforo) 주교는 "책임 추궁은 정치적 탄압이 아니며, 정의 또한 국가 불안정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며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절차적 정의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필리핀 하원은 사라 두테르테(Sara Duterte) 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승인했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기밀 자금 유용과 출처 불명의 재산 축적, 공무원 협박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이번 탄핵 시도가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필리핀복음주의교회협의회(Philippine Council of Evangelical Churches, PCEC) 역시 지난 16일 별도 성명을 내고 정치적 진영과 관계없는 공정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모든 조사 과정은 투명성과 진실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며 "선택적 정의는 결코 정의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부패 문제를 단순한 정치 사안이 아니라 영적·도덕적 위기로 규정했다. 이들은 진실성과 책임 의식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성경적 가치라고 주장하며, 교회 역시 사회 정의에 대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성명서는 "설교단은 진실의 등불이 돼야 하며, 특정 진영의 선전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교회 지도자들은 국가 변혁을 위해서는 정치 개혁뿐 아니라 기도와 회개, 제자훈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탄핵 재판이 지연될 경우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탄핵 정국은 최근 정치적 균열이 깊어진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Ferdinand Marcos Jr.) 대통령 간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반면 두테르테 부통령 측 인사들은 이번 탄핵 절차가 그의 정치적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움직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