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신교회 안재현 목사가 최근 저서 『살아갈 힘』을 펴냈다. 이번 책은 햇수로 지난 10년 동안 충신교회를 섬기며 붙들어 온 그의 목회 철학과 평소의 묵상이 잘 담겨져 있다. 안 목사는 이번 인터뷰에서 부임 이후의 시간을 돌아보며, 교회 안의 사랑과 양육, 지역 섬김과 전도, 다음세대 준비를 함께 세우는 균형 있는 선교적 교회를 지향해 온 목회의 여정을 설명했다.

사역 전반을 함께 세운 균형 목회

충신교회에 부임한 안 목사는 정확히 128명의 성도와 함께 사역을 시작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교회는 수적으로 두 배 이상 성장했을 뿐 아니라, 섬김과 헌신으로 신앙이 성숙한 성도들도 더욱 늘어나고 있다.

안 목사의 지난 10년 목회를 설명하는 단어는 ‘균형’이다. 그는 부임 이후 교회가 활기를 띠고 분위기가 젊어졌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그 결과를 특정한 어떤 프로그램의 결과로 설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예배와 교육, 찬양과 전도, 지역 섬김과 다음세대 사역을 함께 세우는 과정이 교회의 변화를 이끌었다고 봤다.

안 목사는 “모든 사역적인 부분에 균형을 맞추고 싶었다”며 “교회의 모든 사역이 선교적 교회와 선교적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본이자 중심이 돼야 한다고 봤고, 이민교회와 성도들이 그런 균형 있는 신앙생활을 감당하길 바랐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향은 부임 직후 시작한 ‘러브 투게더’ 사역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안 목사는 “2017년 8월에 부임한 뒤 그해 12월부터 러브 투게더 사역을 시작했다”며 “교회가 존재하는 목적 가운데 하나가 지역을 섬기는 일인 만큼,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찾아 후원하고 섬겨보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은 교회들도 함께 초청해 사랑으로 섬겼다”며 “영어회중과 중고등부 학생들은 서빙을 맡고, 젊은 성도들은 세팅을 맡고, 어른들은 중보기도로 참여하는 등 전 교인이 함께 동참했다”고 덧붙였다.

러브 투게더는 단순한 구제 행사에 그치지 않았다. 지역의 어려운 이웃과 작은 교회를 섬기는 외부 사역이면서도, 동시에 온 세대가 역할을 나눠 함께 움직이는 공동체 훈련의 성격을 지녔다. 교회 안의 사랑과 참여가 교회 밖 섬김으로 이어지고, 다시 그 섬김이 교회의 체질을 바꾸는 구조가 이 사역 안에 담겼다.

충신교회가 지역사회를 향해 문을 활짝 연 ‘러브투게더’는 지역 이웃뿐 아니라 전 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섬기는 교회에도 큰 축제이자 기쁨이다.
(Photo : 교회 제공) 충신교회가 지역사회를 향해 문을 활짝 연 ‘러브투게더’는 지역 이웃뿐 아니라 전 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섬기는 교회에도 큰 축제이자 기쁨이다.

외부 선교 중심에서 선교적 교회로 재정립

충신교회는 원래 뉴욕에서도 외부 선교에 대한 열심이 강한 교회였다. 그러나 그는 부임 이후 선교의 개념 자체를 다시 설명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들였다고 했다. 물론 해외 선교에 집중해 온 노력과 열정은 교회의 귀한 전통과 자산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선교를 해외 사역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영혼 구원과 교회의 존재 이유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성도들과 다시 나눴다.

그는 특히 교회 안의 사랑과 돌봄이 먼저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목사는 “교회 안에서 구제하지 못하면서 밖에 나가 구제한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서로 사랑하지 못하면서 세상에 사랑을 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말 선교하는 교회라면 안에서부터 사랑해야 한다”며 “그리스도의 사랑이 자연스럽게 세상에 흘러갈 때 사람들이 ‘예수님의 제자들이구나’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역교회와 해외 선교의 관계를 재정리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안 목사는 “지역 교회는 지역을 위해 존재하고, 해외 선교지는 그곳의 교회와 선교사가 감당할 몫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선교사를 돕고 선교 기관을 후원하는 것”이라며 “그런 내용을 성도들과 꾸준히 나누고, 선교사를 초청해 간증과 설명을 듣는 시간도 계속 가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교만 하던 교회에서 진짜 선교적 교회로 바뀌어 갔고, 이제는 균형 잡힌 교회의 사명을 감당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기본을 붙들고 말씀대로 사는 목회

안 목사는 뉴욕과 캘리포니아의 여러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섬기며 목회의 밑그림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서로 규모와 성격이 다른 교회들을 경험한 시간이 담임목회를 준비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됐다고 설명했다.

안 목사는 “여러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섬긴 것은 특별한 인연이었다”며 “그곳에서 배운 담임목사의 리더십과 시스템, 사역 방식이 담임목회를 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됐다”고 회고했다.

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영혼 사랑이었다. 안 목사는 “담임 목회자들을 통해 성도의 영혼을 사랑하는 법을 많이 배웠다”며 “설교도 중요하지만 설교자가 그 설교를 살아내지 못하면 결국 가짜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충신교회에 와서도 하나님의 말씀대로 섬기고 살려고 했던 것들이 열매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목사 안수를 받을 때 품었던 다짐도 이와 맞닿아 있다. 안 목사는 “안수 받을 때 본이 되는 목회자가 되고 싶었다”며 “성도들로부터 존경받고 칭송받는 목회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전했다. 안 목사는 지금도 항상 초심을 점검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 드린 충신교회 성탄연합예배
(Photo : 교회 제공) 최근에 드린 충신교회 성탄연합예배

지역과의 접점을 넓히려 전도의 문 확장

안 목사는 “통계적으로 뉴욕과 뉴저지 한인 이민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아직 믿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며 “거리로 나가면 분명히 전도할 사람들이 있는데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진단했다. 새생명축제를 준비하는 기본 마음은 ‘한 영혼이 오더라도 최선을 다해’였다고 한다.

그는 새생명축제의 가장 큰 열매를 단지 새가족 수에서만 찾지 않았다. 안 목사는 “몇 가정씩 정착하는 열매도 있지만, 새로 오는 사람들보다 이런 사역을 함께 하면서 성도들이 더 가까워지고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지는 것이 더 큰 열매”라고 설명했다.

부임 이후 충신교회가 활기를 띠게 된 배경도 이 대목과 맞닿아 있다. 함께 사역하는 과정에서 성도들의 거리감이 줄고, 교회를 향한 애착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주중 동아리 활동 역시 같은 맥락에서 진행됐다. 안 목사는 “동아리 사역도 친교를 통한 전도가 목적”이라며 “국악반, 스포츠댄스, 등산, 타이치, 음악, 악기, 기타 등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서로 가까워지고 교회로 한 걸음 더 다가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며 “외부 참여자가 더 많고, 아직 등록까지는 아니어도 영향을 받아 예배에 나오는 이들은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세대는 프로그램보다 구조를 준비해야

안 목사는 앞으로의 이민교회가 가장 무겁게 다뤄야 할 과제로 다음세대를 꼽았다. 그는 단순히 부서 하나를 유지하는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1.5세와 2세가 이민교회를 이어받을 수 있는 구조를 준비해야 한다고 봤다.
안 목사는 “1세가 저물어 가는 시간은 길지 않다”며 “1.5세와 2세가 이민교회를 이어받을 수 있는가가 중요한 질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충신교회 안의 영어회중에 대해 “다 성장한 영어회중이 스스로 청빙도 하고 운영도 해 보도록 방향을 제시해 왔다”며 “언젠가는 1세 교회를 이어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성찬 빵을 두고 벌어진 작은 해프닝에서도 안 목사의 다음세대를 향한 목회적 인내와 방향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처음 온 세대가 함께 드리는 성찬식에서 아이들이 성찬 빵을 만지며 장난치고 예배 분위기를 흐트러뜨리자 일부 어른들이 불편해했지만, 이를 단순한 소란으로 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 목사는 성찬식을 한 번, 두 번, 세 번째 함께하면서 아이들이 달라지는 것이 보였고, 특별히 성찬식 전날이면 아이들의 부모님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집에서 성찬의 의미와 예배 태도를 가르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모가 교사가 되어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면, 아이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과 헌신을 눈으로 보고 배우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더 나아가 중소형 이민교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연합적 주일학교와 청소년 집회도 제시했다. 안 목사는 “작은 교회나 개척교회는 인원이 적어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며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별로 한 센터를 만들거나 한 교회를 정해 아이들이 함께 모이는 방식, 또는 연합적인 주일학교 사역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그 한 번의 집회가 아이들에게 예수님을 만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살아갈 힘』에 담긴 복음의 중심

안 목사는 자신을 개혁주의 목회자라고 밝히면서도, 설교와 목회의 현장에서 인간의 연약함이 얼마나 쉽게 기복적 결론으로 흐를 수 있는지를 정직하게 말했다.

뉴욕충신교회 안재현 목사의 저서 『살아갈 힘』
(Photo : 기독일보) 뉴욕충신교회 안재현 목사의 저서 『살아갈 힘』

안 목사는 “개혁주의 목회자로서 하나님의 전적인 주권과 인도하심을 믿는다”며 “그러나 설교를 하다 보면 자꾸 기복적인 결론으로 흐르기 쉬운 것이 인간의 연약함”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성도들도 교회를 종교 활동으로만 받아들이고 하나님을 찾는 이유를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것으로 좁히기 쉽다”며 “하지만 성경이 말하는 더 나은 삶과 행복은 물질이 채워지는 데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앙의 근본과 중심이 되는 복음 되신 예수님을 좀 더 쉽게 나누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책 제목의 뜻도 직접 설명했다. 안 목사는 “마가복음을 기초로 해서 우리가 신앙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하나님의 절대적인 계획과 섭리 가운데 준비된 길을 살아간다는 점을 나누고 싶었다”며 “결국 살아갈 힘은 예수님이시고 복음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때로는 어렵고 힘들어도 인생의 종착역은 천국이기 때문에 오늘도 살아갈 힘이 있다”며 “그 힘이 예수님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하고 싶어서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덧붙였다.

고난이 빚은 공감과 감사의 목회

인터뷰 말미에서 안 목사는 유학 시절 겪은 깊은 개인적 아픔도 조심스럽게 나눴다. 그는 두 자녀를 희귀 질환으로 잃는 고통을 지나오며, 생명의 귀함과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안 목사는 “병원에 오래 머무는 사람들, 아이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 생명의 잉태가 얼마나 귀한지, 또 자식을 키운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뼈저리게 경험했다”며 “처음 유학 와서 겪은 그 어려움들이 지금의 목회에 큰 자양분이 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때는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님이 그 일들을 통해서도 놀라운 일을 이루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며 “하나님은 고난을 통해 우리를 향한 주님의 사랑을 보여주시고, 고통 가운데 그리스도의 사랑을 더 깊이 깨닫게 하시며, 아픔과 슬픔을 통해 다른 사람을 살리는 능력과 힘도 주신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지금 누리는 것에 감사하고, 지금 주신 것에 감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안 목사의 지난 10년은 충신교회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교회인지를 다시 정리해 온 시간이었다. 외부 선교 중심의 흐름에 머물렀던 교회를, 교회 안의 사랑과 양육, 지역 섬김과 전도, 다음세대 사역을 함께 세우는 균형 있는 선교적 교회로 다듬어 왔기 때문이다. 교회 안에서부터 복음을 실천하고, 그 복음의 능력이 다시 세상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공동체를 향한 그의 목회는 지금도 그 여정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