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이민 목회는 인구 감소와 교회의 고령화, 공동체 구조의 변화 속에서 풍경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3년 전 LA 사역을 뒤로하고 미 동부 필라델피아에서 목회를 시작했던 필라양의문교회 오요셉 목사의 경우 이런 지역적 차이와 시대적 변화를 더욱 실감하고 있다. 오 목사는 필라델피아에서의 시간들이 목회의 방식보다 본질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외형적 성장이나 화려한 성공보다, 하나님께서 지금 이 자리에서 원하시는 뜻에 순종하는 삶이 목회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
필라델피아는 한인 인구 유입이 많은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외형적 성장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그는 이러한 현실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바로 그 한계 속에서 깨달은 바를 진솔하게 나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목회를 원한다면 큰 도시로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외적인 부흥에 연연하지 않고 가정과 삶 중심의 목회 또한 귀하다는 것을 필라델피아에 와서 깨닫게 됐습니다.”
전화 한 통으로 시작하는 필라델피아 목회의 하루
고령 성도가 많은 교회 현실 속에서 그가 가장 절실하게 체감한 목회는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한 사람을 향한 돌봄이었다. 신앙 훈련을 이미 충분히 받아온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프로그램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신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는 것이다. 특히 신체적 노화로 인해 신앙생활 방식 자체가 달라지는 현실을 목회 현장에서 직접 마주하고 있었다.
“전화를 자주 드리고 안부를 묻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목회라고 생각합니다. 어르신들에게는 그 작은 관심이 큰 위로가 됩니다. 눈이 침침해서 성경을 읽기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설교를 여러 번 들으실 수 있도록 돕거나, 익숙한 찬양과 말씀을 통해 신앙을 이어가실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는 목회가 ‘무엇을 새롭게 시도할 것인가’보다 ‘지금 필요한 돌봄이 무엇인가’를 묻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목사는 권위 중심 구조보다 경청과 소통을 통해 공동체가 함께 세워지는 교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단적 리더십보다 공동체적 분별과 기도를 통해 결정하는 과정이 건강한 교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제가 거부하는 목회는 제왕적 목회입니다. 목회의 기본은 듣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성도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함께 걸어가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완벽한 교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성도들이 공동체 안에서 소속감과 행복을 느끼는 교회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사도 성도를 알고 성도도 목사를 압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관계가 건강한 교회와 성도를 세운다고 생각합니다.”
이민교회 현실 변화 속에서 교회의 교제 방식 역시 달라지고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과거처럼 식사 중심의 교제나 가정 모임이 자연스럽지 않은 시대가 되었으며, 부담 없는 만남과 대화 중심의 교제가 더 필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교회에 와서 밥을 먹고 교제하는 문화가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형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고령화로 권사님들이 식사 준비를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볼 때는 더욱 그런 변화를 실감하게 됩니다. 시대와 세대 속에서 교회의 교제 방식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유입니다.”
교회를 지탱하기 위해 시작된 데이케어 사역, 지역 선교의 접점으로
필라양의문교회가 운영하는 데이케어 사역은 현실적인 필요 속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교회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선교적 접점으로 자리 잡았다. 백인 거주 지역이라는 환경 속에서 데이케어는 지역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형성하는 통로가 되고 있으며, 교회가 지역 공동체 안에서 존재감을 갖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들을 맡기면서 부모들과 관계가 형성되고, 교회가 지역 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교회라는 인식이 생깁니다. 아이들에게 찬양을 가르치고 말씀을 읽어주는 과정 자체가 선교입니다. 이를 통해 한인교회가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창구가 되고, 주민들도 자연스럽게 교회를 경험하게 됩니다. 단순히 1세 교회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속 로컬 처치로 서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는 이 사역이 어려운 시기에 교회를 지탱해 준 은혜의 통로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이에 “하나님께서 정확한 때에 길을 열어주셨는데, 하나님의 역사는 분명한 때가 있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간증했다.
속도를 경험했던 LA, 필라델피아에서는 깊이를 보게 돼
오 목사는 필라델피아가 지닌 보수적 신앙 정서와 전통적 분위기를 언급하면서도, 이 도시가 지닌 깊은 인간적 정서와 신앙의 뚝심을 중요한 자산으로 꼽았다.
“필라델피아 사람들은 정이 많고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온 내공이 있습니다. 사람 냄새가 나는 도시입니다. 어려운 지역에 왔다고 격려해 주시고 서로 위로해 주는 끈끈함이 있습니다.”
그는 이러한 삶의 깊이가 신앙의 지속성과 공동체의 결속력을 만들어 낸다고 덧붙였다.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를 모두 경험한 세대로서 그는 지금의 목회 환경을 전환기의 시대라고 진단했다.
“저희 세대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다 겪은 세대입니다. 아버님 세대는 부흥을 경험했지만 우리는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서 있습니다. 목회 포맷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어떻게 다시 반등할 것인가가 저희 세대의 고민입니다.”
이민교회의 구조적 현실에 대해서도 그는 솔직한 시각을 드러냈다. 목회자 권위가 약화되고 교회 성장 환경이 달라진 시대 속에서, 교회는 사람을 세우는 사역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회자에 대한 권위가 예전처럼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젊은 사역자들이 설교와 예배 인도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회를 통해 사람을 키워야 교회도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오 목사는 목회적 야망이나 성공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외적인 성공이 반드시 내면의 만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깨달음도 그 과정에서 얻었다.
“외적인 성공이 반드시 내면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하나님이 주신 삶에 감사하며 사역의 만족을 누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일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쉽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소망뿐 아니라 견딜 힘도 주십니다. 내일 종말이 온다 해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는다는 말처럼,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을 묵묵히 감당하며 말씀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고 믿음입니다.”






































